이란 의회의장 "7개 조건 충족 전엔 호르무즈 안 열려"…美와 이행 순서 이견

이란이 미국에 요구한 7가지 조건이 충족될 때까지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4일 재차 확인했다. 조건의 내용보다 이행 순서에서 이견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란 측 종전 협상단을 이끄는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은 4일(현지시간) 의회에서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조건을 다시 밝혔다. 그는 "이란의 입장은 매우 명확하고 확고하며 이슬라마바드 양해각서(MOU)에 기반한 우리의 7가지 조건이 충족될 때까지 호르무즈 해협은 열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 일방적 요구를 강요하며 시간을 끌던 시대는 끝났다"고도 강조했다.

'7일 계획'에 담긴 것

이란은 지난달 열린 유엔총회를 앞두고 중재국을 통해 미국에 이른바 '7일 계획'을 제안했다. 미국의 해상봉쇄 해제와 동결자금 반환, 이란산 원유 수출 제재 면제 등 7가지 조건을 미국이 이행하면 7일 안에 호르무즈 해협을 재개방하고 종전 협상을 재개하겠다는 내용으로 알려졌다. 이란 측은 지난달 말 카타르 도하에서 중재자들과 만나 미국 측 답변을 전달받았다.

쟁점은 조건이 아니라 순서

로이터는 소식통을 인용해 양측이 조건의 내용보다 조치의 이행 순서에서 이견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누가 먼저 움직이느냐가 협상의 실질적 장애물이라는 뜻이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의 "의사결정 과정의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종전 협상 과정을 지연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무엇보다 해협 문제에 집중"

바가이 대변인은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의 이란 복귀 문제에 대해 최고 지도부 차원의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이 이란의 핵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과 달리 이란은 "무엇보다 해협 재개방 문제에 집중하고 있으며 이 수로에서 평화와 안정을 회복할 해법을 찾는 것이 최우선 관심사"라고 말했다. 같은 날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장관은 테헤란 주재 외국 대사들과의 회의에서 "우리는 스스로를 방어하는 데 진지한 만큼 외교적 해법을 찾는 데에도 진지하게 임하고 있다"고 밝혔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해상 원유 수송의 핵심 길목이다. 이란이 핵 문제보다 해협을 앞세우는 구도가 이어지는 한 협상의 초점도 그쪽에 맞춰질 가능성이 크다. (사진 출처=AFP·로이터·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