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닿지 않는 골목에… 마약 같은 ‘사행성 오락실’
현금화 불법에도 인근서 쉽게 교환
‘시간당 1만원’ 여러 기계 돌려 회피
당국 감시 피해 대부분 회원제 운영
“중독성 강해 가볍게 넘길 일 아냐”

7일 오후 8시께 찾은 수원시 팔달구 한 성인오락실. 오락실 안에는 중년 남성 네댓명이 팔짱을 낀 채 게임기 화면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빈자리에 앉아 게임기에 천 원을 넣자 숫자나 그림이 그려진 카드들이 쉴 새 없이 움직였다. 이어 슬롯머신을 연상케 하는 화면의 안내에 따라 버튼을 누르자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따라 붙었다. 옆 자리에 앉은 중년 남성에게 게임 규칙을 묻자, 그는 “처음 왔느냐”고 되물으며 “점수를 따면 이곳에 있는 사람들에게 팔아도 좋다. 3만점을 따면 2만원에 사겠다”고 제안해 왔다.
오락실을 찾은 이들은 게임 속 점수가 현금이나 다름 없다고 설명했다. 게임기에서 딴 점수를 가게에서 상품으로 바꾼 뒤, 문 밖이나 가게 근처에 서 있는 사람에게 건네면 돈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관련법에 따르면 게임을 통해 얻은 상품이나 상품권을 현금으로 교환하는 것은 도박으로 분류돼 불법이다.
사행성을 줄이기 위한 관계 당국의 조치도 현장에선 무용지물이었다. 다른 게임기에 돈을 넣으려는 순간 한 남성이 다가와 “이 게임기는 내가 돌리고 있다”며 다른 기계를 이용하라고 안내했다. 이 남성은 게임기 5대를 동시에 돌리고 있었다.
현행법은 게임장에서 큰 돈을 쓰는 것을 막기 위해 게임기 한 대에 시간당 1만원까지 투입할 수 있도록 했지만, 이용자들은 기계 여러대를 움직이는 식으로 규제를 피했다.

매일 성인오락실을 찾는다는 남성은 “한 대로는 돈을 크게 벌기 어려우니까 여러대를 돌려야 한다”며 “하루에 800만원을 쓴 사람도 있다”고 했다.
시민들이 무심코 성인오락실을 찾았다가 사행성 도박에 중독되는 일이 계속되고 있지만, 업주들은 관계 당국의 관리 소홀을 틈타 감시를 피해가고 있었다.
실제 수원뿐만 아니라 용인, 화성시 등 경기도 내 주요 도시에 있는 성인오락실은 대부분 회원제로 운영하는 등 불법 행위가 암암리에 이뤄질 수 있는 구조였다.
같은 날 도내 한 성인오락실에 들어서자 “이곳은 100% 회원제로 운영하고 있다. 신규 회원은 더 이상 받지 않는다”며 출입을 제지했다.
이건수 백석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도박은 마약 못지 않게 중독성이 강하기 때문에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며 “당국의 무관심이 시민들의 도박 중독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관리·감독 방안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주영 기자 mango@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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