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경영권 '83만원의 격돌'…MBK 또다시 공개매수가↑
MBK, 최소 매수수량 조건도 삭제…5조원 넘는 '머니게임'
(서울=연합뉴스) 이슬기 기자 = 고려아연과 경영권을 다투는 MBK파트너스(이하 MBK)·영풍 연합이 4일 공개 매수가를 기존 75만원에서 83만원으로 인상하면서 경영권 분쟁이 최고조에 달했다.
경영권을 가져가려는 MBK·영풍 연합은 고려아연이 제시한 '공개 매수가 83만원'에 '최소 매수수량 삭제' 조건까지 더했다.
양측의 경영권 분쟁이 총 5조원이 넘는 실탄이 필요한 '묻고 더블로 가' 식의 머니게임으로 확전되면서 재계와 시장 안팎에서는 고려아연과 MBK·영풍 연합 중 어느 쪽이 이기든 재무 건전성에 타격을 입는 '승자의 저주'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달 초만 해도 50만원대를 유지하던 고려아연의 주가는 이날 MBK·영풍 연합이 공개매수가를 83만원으로 올린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장중 한때 78만원을 넘기기도 했다.
75년간 동업 관계를 유지해온 고려아연과 고려아연의 최대주주인 영풍은 지난 2년여간 지분 매입 경쟁과 이사회·주주총회 충돌을 이어왔다.
추석 연휴 직전인 지난달 13일 영풍이 사모펀드인 MBK와 손잡고 고려아연의 주식을 1주당 66만원에 공개 매수 하겠다고 선언하면서 고려아연 경영권을 둘러싼 본격적인 분쟁이 시작됐다.
영풍은 MBK파트너스에 자사가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 절반과 1주를 넘기고, 고려아연 지분 6.98%∼14.61%(144만5천36∼302만4천881주)를 공개 매수하기로 했다. 이에 따른 공개 매수 대금은 약 2조2천700억원에 달한다.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측이 우호 지분을 포함해 33.99%, 영풍 장형진 고문 측이 약 33.1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가운데 양측의 지분 매집 경쟁이 벌어진 것이다.
MBK·영풍 연합은 지난달 26일 고려아연의 공개 매수 가격을 한 차례 올려 75만원으로 상향한다고 공시했다.
이는 기존 공개 매수가(66만원)보다 13.6% 높을 뿐 아니라 당시 상장 이래 최고가였던 67만2천원보다도 높은 가격이었다.
경영권을 수성해야 하는 고려아연으로서는 우호 지분을 확보해 대항 공개 매수에 나서거나, 자기주식(자사주) 공개 매수를 통해 반격에 나서야 했다.
이 가운데 자사주 공개 매수의 경우 MBK·영풍 연합이 '고려아연의 자사주 매입은 배임'이라며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낸 상황이었다.
그러나 법원이 지난 2일 고려아연의 자사주 매입을 허용하는 판결을 내리면서 경영권 분쟁은 또다시 변곡점을 맞았다.
법원 판결 즉시 고려아연은 최윤범 회장이 기자회견에 직접 등판해 주당 83만원에 자사주를 매입한 뒤 전량 소각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고려아연은 자사주 최대 320만9천9주(지분 15.5%)를 2조6천635억원을 들여 공개 매수하고, 베인캐피털을 통해서도 51만7천582주(지분 2.5%·약 4천300억원)를 추가로 매수하는 등 총 18%의 지분을 추가로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려아연은 공개매수가 시작되는 이날 최소 매입 공개 매수 조건마저 없애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고려아연이 손잡은 베인캐피털과 함께 주당 83만원에 고려아연 지분 18%를 확실히 매입하겠다고 공표한 것이다.
시장에서는 경영권 수성을 위한 최윤범 회장의 마지막 승부수라는 분석이 나왔다. 경영권 분쟁이 끝난 뒤 주가가 급락할 것을 우려해 고려아연 측에 지분을 넘기지 못하는 주주들의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는 조치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고려아연 측 반격에 MBK·영풍 연합은 사실상 공개 매수 마지막 날인 이날 공개 매수가를 최윤범 회장 측과 동일한 83만원으로 상향 조정하고, 공개 매수 청약 수량이 발행주식 총수의 약 7%를 넘어야 사들이겠다고 한 최소 매입 공개 매수 조건도 삭제했다.
모든 조건을 최윤범 회장 측과 동등하게 맞춘 뒤 공개 매수 대전을 연장전으로 이어가겠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MBK·영풍 연합의 고려아연 공개 매수대금은 기존 약 2조2천700억원에서 2조5천억원으로 늘어났다. MBK·영풍 연합이 공개 매수 조건을 변경하면서 오는 6일 종료 예정이었던 공개 매수 기간은 이달 14일로 연장됐다.
고려아연의 자사주 취득은 이날부터 오는 23일까지다.
wis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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