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섭의 과학과 철학]
뉴럴링크, 인공지능 N1칩 이식 성공
어떤 기술이며 뇌를 얼마나 읽어낼까
뇌컴퓨터연계기술은 어디까지 발전할까

올해 1월 30일 테슬라의 CEO인 일론 머스크가 투자한 '뉴럴링크'는 최초로 인간 뇌 속에 인공지능 N1칩을 심었다는 소식을 전했다. 전기차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을 때만해도 그를 몇 년 안에 조용히 사라질 친구로 보았던 나로선, 지구 하늘을 덮는 인공위성과 N1칩을 보면서 못 본 체하고 넘어갈 수가 없게 됐다. 새로운 기술에 대한 평가는 옳고그름을 떠나 당대 과학자들의 의무이기도 해서다.
N1칩은 단추처럼 생긴 몸체와 지네 다리처럼 생긴 64개의 와이어로 이루어져 있다. 와이어는 두께가 머리카락의 1/14이고 끝에는 전위를 측정하는 16개 전극이 붙어 있다. 뉴럴링크는 시술부위의 감염을 막도록 뇌에 N1칩을 심는 로봇까지 개발했다. 시술 방법은 두개골에 구멍을 내고 와이어를 뇌막에 고루 배열한 다음에 N1칩의 몸통으로 절개된 두개골을 막는다. 한두 시간 안에 시술은 끝난다고 한다.
뇌파를 측정해내는 인공지능 칩
뇌파를 측정하는 기기는 두 종류가 있다. 침습식은 기기를 대뇌피질에 직접 심는 방식이고, 비침습식은 두개골 바깥 두피에 부착하는 방식이다. N1은 침습식이고 일반 병원의 재래식 측정기는 비침습식이다. 뉴럴링크와 경쟁관계에 있는 스타트업 회사인 싱크론(Synchron)은 뇌혈관에 스텐트형 전극을 넣어 측정하는 침습식이다. 싱크론은 뉴럴링크보다 먼저 미약품의약국(FDA) 임상시험의 승인을 받았다.
뇌파는 뇌에서 만들어진 전위가 1~50㎶ 정도인 전자기파이다. 뇌파는 신호가 미세하고 잡음이 섞여 있어, 전극을 수십 개 꽂아야 신호를 제대로 모을 수 있다. 두개골은 뇌파를 감쇄시키므로 침습식 측정 방법이 비침습식 측정보다 효과적이지만, 두개골을 절개하여 전극을 삽입해야 함으로 감염의 우려가 있다.
뉴럴링크는 인간에게 시술하기 전에 동물이나 원숭이를 통해 시술의 안전성을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많은 동물이 희생되었다는 비판도 받았다. 동물을 통해 N1칩 삽입 및 제거 수술의 안전성이 확인되자 작년 5월 FDA는 뉴릴링크에 대해 인간 시술을 승인했다. 회사는 임상시험에 참여할 참여자를 모집했고 마침내 시술에 성공했다.

뇌파는 무엇일까
뇌파는 신경세포가 신호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신체의 각 부분에서 발생한 자극신호는 길쭉한 신경세포를 타고 뇌로 올라온다. 구리선이 전류를 전달하듯이 신경세포도 신호를 전달한다. 구리선은 양 끝단에 전압을 걸어 신호를 전송하지만 신경세포는 외부와 내부에 전압을 발생시키면서 나트륨 이온이 안팎을 잇는 통로를 들락거리게 해 신호를 전달한다. 구리선은 전자가 신호를 전달하지만 신경 섬유는 나트륨이온이 담당한다. 신호의 전달방식이 다르지만 전하를 띤 입자의 이동은 주변에 전자기파를 발생시키기는 마찬가지다. 전자기파가 다름 아닌 뇌파이다. 뇌파는 신경 섬유 밖에서도 존재하기에 두개골 밖에서도 측정이 가능하다.


뇌파는 주파수 100㎐ 이하의 전자기파이다. 주파수에 따라 알파파, 베타파, 감마파 등으로 구분한다. 빛이나 라디오파 등 익숙한 전자기파의 주파수에 비해 뇌파는 주파수가 매우 낮다. 이는 신경 섬유에 흐르는 입자가 전자가 아닌, 나트륨 이온이기 때문이다. 나트륨 이온은 전자에 비해 운동성이 낮아 빠른 전자기파를 만들어 내지 못한다. N1칩에서는 뇌파의 주파수를 굳이 구별하지 않겠지만, 주파수 분리가 어렵진 않다. 연속적으로 뇌파를 측정하여 수학적으로 처리하면 주파수별로 신호를 분리할 수 있다.
만일 뇌파를 통해 기계를 작동시킬 게 아니라 사람의 스트레스를 측정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뇌파는 주파수를 분리해야 한다. 수면과 각성 시에 발생되는 뇌파의 종류는 각각이다. 필자는 원전의 주제어실을 설계하고 설계의 타당성 평가를 외부 전문가에게 맡기곤 했는데 이들은 원전 운전원의 뇌파를 측정하고자 했다. 원전 운전원은 발전소 사고가 발생하면 일련의 우선 조처를 하느라 긴장하게 되고 평상시와 다른 뇌파가 나온다. 설계가 적절하지 못하면 운전원은 더욱 스트레스를 받고 이는 뇌파로서 확인된다.
뇌파의 발생기전에 대한 과학적 설명이 아직 완전하진 않다. 매우 많은 요소가 간여하기 때문이다. 그중에 하나는 뇌파의 주기성이다. 주기성은 생화학적으로 설명이 어렵지만 계측제어 측면에서는 당연하다. 컴퓨터 처리 속도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중앙처리장치(CPU)의 클럭 속도를 알 것이다. 가정용 컴퓨터뿐만 아니라 산업용 컴퓨터도 클럭 신호가 있다. 정보를 처리하는 기기는 모두 클럭 신호를 가지며 이 클럭 신호에 맞춰 입력신호를 읽는다. 정보를 처리하는 뇌도 외부 자극을 동시에 읽기 위해 자체적으로 클럭신호를 만든다고 본다.
클럭 신호는 뇌신경의 통신 형태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 신경세포는 신호를 보낼 때 임의의 속도로 보내는 것이 아니라 '보통', '속달' 등으로 구분하여 보낸다는 가정이다. 필자가 논문을 보고 확인한 것은 아니므로 하나의 추정으로 간주하여도 무방하지만 융합기술에 익숙한 필자의 감각으로는 그렇게 틀릴 것 같지는 않다.
인공지능 칩은 무엇을 하게 될까
N1칩은 뇌파를 수집하고 통계처리한 후에 환자 휴대폰의 특정 앱에 무선신호를 보낸다. 블루투스 방식의 신호가 환자의 휴대폰을 깨우고 N1앱을 깨운다. 이 정도는 너무나 보편적인 기술이다. 무선 신호를 송출하느라 전력을 소모하므로 N1칩은 하루밖에 작동하지 않는다. 밤에는 무선 충전으로 건전지를 채워야 한다. N1은 똑똑하지만 인공 부품이기에 인체의 에너지를 활용할 수 없다. 인간의 뇌는 무선 충전 없이 아데노신 3인산(ATP)이라는 식량 분자를 분해하여 에너지를 얻는다. 아마 뉴럴링크도 앞으로 충전기술 대신에 ATP를 활용하는 연구를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휴대전화의 앱은 N1칩에서 뇌파 신호를 받아 마우스 커서의 움직임을 보여주는 매우 단순한 프로그램이다. 일반적으로 마우스 커서는 손으로 움직이지만 지체가 불편한 사람들은 N1칩을 이용해 눈으로 마우스 커서를 움직일 수 있다. 정상인에게는 너무나 단순한 기능이지만 장애인에게는 마술 같은 기적이다. 사실 인간의 모든 기능은 당연해 보이지만 분석적으로 접근하면 모두가 기적이다.
현대과학은 아직도 뇌의 기능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다. 과학자들은 마우스 커서 신호를 처리하는 뇌의 부위를 정확히 알지 못한다. 마우스는 현대 문명의 산물이지만 마우스 처리를 위해 별도로 할당된 뇌 부분이 없다고 보는 편이 오히려 정확한 해석일 수도 있다. 범용 뇌부위가 특정 상황에서는 마우스 신호를 처리한다고 보는 편이 타당할 수도 있다. 굳이 추측하자면 마우스 뇌부위는 시신경이 몰리는 뇌부위이거나 손으로 마우스를 움직이는 운동 시신경이 모인 뇌부위일 수 있다. N1칩의 전극도 이 부위에 삽입되어 있을 것이다.
마우스 커서를 처리하는 뇌 부위를 정확히 모르지만, N1칩은 마우스 커서를 움직일 수 있다. 놀라운 사실이지만 이는 상황을 한정시키고 영점조정을 하기 때문이다.
일단 N1칩이 작동할 때 실험자는 휴대폰 화면만을 보도록 강요받는다. 만일 사용자가 휴대폰 화면을 보지 않고 앱을 작동시켜도 마우스 커서는 이리저리 움직일 것이다. 가령 사용자가 지나가는 개를 보아도 마우스의 위치는 움직일 것이다. 이는 N1 칩이 모든 뇌파를 마우스 움직임으로 해석하기 때문이다. 소위 돼지의 눈에는 돼지만 보인다는 현상이 일어난다. 그러나 이는 잘못이 아니다. 상황을 벗어난 상태에서 일어난 마우스 커서의 움직임은 N1칩의 오류가 아니다.
상황 한정 외에도 N1은 영점조정 기술을 적용한다. N1이 작동되기 이전에 N1은 학습을 받아야 한다. 사격에서 영점조정과 동일하다. 사용자가 실험에 들어가기 전에 휴대폰에 나타난 커서에 눈을 맞추면 N1 칩이 학습된다. 영점조정으로 N1는 마우스 위치에 따른 뇌파의 패턴을 알 수 있다. 모든 인공지능도 이렇게 학습을 받는다.
영점조정은 지문의 해석과 비슷하다. 지문의 절대값만으로 사람을 찾을 수는 없다. 지문을 등록한 다른 사람과 비교를 통해서 사람을 알아낼 수 있다. 영점조정을 통해 뇌파가 등록되었기 때문에 N1은 마우스의 위치를 알아낼 수 있다.
만일 지문으로 사람의 지능을 알고자 한다면 어떨까? 지문과 지능은 상관관계가 없으므로 이 시도는 실패할 것이다. N1의 전극이 마우스의 위치와 상관이 전혀 없는 뇌부위에 삽입되었다면 N1의 뇌파는 마우스 커서 위치를 알 수 없다. 따라서 N1칩의 전극은 뇌의 적절한 위치에 시술되어야 한다.
뇌컴퓨터연계기술, 어디까지 발전할까
N1 칩의 성공은 놀랍지만, 아직도 한계가 있다. 이 한계는 1000억 뉴런이 만들어 내는 총합으로서의 뇌파만 측정되기 때문이다. 학점의 총점만 보고 학생의 적성을 파악하지 못하듯이 뇌파는 총량의 개념이므로 뇌의식 파악에 한계가 있다. 만일 뇌컴퓨터연계(BCI) 기술이 더 발전하여 뉴런 하나하나의 신호를 읽을 수 있다면 활용 범위는 확대된다. N1칩처럼 실험상황을 한정 지을 필요도 없고 영점조정도 필요 없다.
뇌의 뉴런 하나하나를 읽어내는 시도가 없는 것은 아니다. 기능형 핵공명장치(fMRI)는 피가 들어가는 뇌세포를 찾아낸다. 피가 들어가는 뇌세포는 지금 활동 중이라는 의미이다. 현 fMRI의 공간 분해능은 세포 하나하나에 미치지는 못한다. 이 목표는 달성하기 요원한 기술이지만 과학자들을 계속하여 유혹하는 기술이다.
인간의 상상은 현대 기술 저 너머에 있지만, 알고 보면 현실과 동떨어진 상상도 아니다. 인간은 문맥과 영점조절 없이 타인의 생각을 읽어내고자 한다. 현상학을 창설한 독일 철학자 후설은 뇌는 항상 어떤 대상을 지향하고 있다고 했다. 우리가 '멍 때린다'며 아무 생각 없는 상태를 주장하지만, 그는 멍 때리는 상태에서도 뇌는 어떤 대상을 지향하고 있다고 했다. 이것이 뇌의 지향성이다.
필자는 만일 뇌의 지향성이 있다면 이 지향성은 어휘로 표현될 수 있다고 본다. 즉 뇌의 상태는 시간에 따라 어휘의 흐름으로 나타나고 개선된 N1칩은 뇌파를 읽어 자녀→ 개→ 나무→ 은행 등의 순으로 어휘를 토해 낼 것이다.
이번에 N1칩은 마우스 커서를 움직이는 용도로 사용되었지만 마우스 커서를 움직이는 또 다른 방식이 있다. 카메라로 눈동자의 움직임을 측정하여 컴퓨터에 커서의 움직임을 보여줄 수 있다. 카메라로 측정하는 방식이 N1칩보다 간단하고 정확하다. 실제 필자는 운전자가 관심을 두는 조작 기기를 파악하려 눈동자의 움직임을 카메라로 녹화한 적이 있다. 실험이 끝나고 녹화된 동영상을 재생하면서 운전원이 관심을 지닌 기기를 시간별로 확인했다. 녹화하고 재생하느라 시간이 오래 걸려 중도에 포기했다.
카메라로 마우스 움직임을 확인하는 것도 비효율적이지만 N1칩으로 마우스를 움직이는 방식은 카메라에 비하면 더 비효율적이다. 그러나 향후 BCI의 잠재성을 생각하면 이번 일론 머스크의 성공은 큰 의미가 있다. 일론 머스크는 나중에 인공지능 칩을 자기 머리에 심겠다고 호언장담하고 있는데 그의 도전적 행동을 보고 있으면 이미 칩을 심고 살아가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