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억이나 들였는데 10년 만에 올스톱된 무인기 ‘헤론’

30억원 하는 무인정찰기가 200억원 짜리 헬기와 충돌하며 두 비행체가 모두 전소됐다. 지난 17일 경기도 양주 육군 비행장에서 착륙하던 무인기 헤론(Heron)이 계류 중인 수리온 헬기와 부딪쳐 화재가 발생한 것이다. 다행히 인명사고는 없었지만 순식간에 230억 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헤론은 이스라엘 최대 항공 우주 방위산업체인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 Israel Aerospace Industries)이 생산하는 군사용 무인기이다. 최대 3만5000피트(약 10km) 고도에서 활동하는 중고도 장시간 체공(MALE, Medium-Altitude Long-Endurance) 무인기이다. 항속거리는 350km이고, 최대 250kg의 탐지장비를 장착한 채 40시간 이상 체공할 수 있다. 작전반경은 240km에 이른다.

1994년 초도 비행 이래 제작 국가인 이스라엘을 비롯 미국·브라질·독일·터키·러시아 등 다수 국가가 활용할 정도로 무인기 시장의 ‘베스트 셀러’로 꼽힌다. 특히, 인도는 헤론의 최대 구입국으로, 육·해·공군이 모두 운용할 정도로 인기다.

이스라엘 국영 항공우주기업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 Israel Aerospace Industries)’이 제작한 무인정찰기 헤론(Heron). / IAI 홈페이지

우리 육군이 2023년 국회 국방위원회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당시 보유한 무인기가 510여 대라 밝혔다. 헤론은 방위사업청이 2014년 12월 서북도서와 수도권 접적 지역 정찰을 위해 400억원을 들여 3대를 도입했다.

육군 지상작전사령부(지작사) 직할 ‘정보부대’인 지상정보여단이 운용 중이며, 지작사 핵심 자산 중 하나로 불렸다. 그런데 벌써 3대가 추락했다. 본격적인 운용 2년 만인 2018년 서해상에서 추락을 시작으로, 5개월 전인 작년 11월에는 북한의 GPS 교란에 의해 양주 하천변에 곤두박질 당했다.

무인기는 정보, 감시 및 정찰(ISR) 자산이라 군 당국이 확인해 주지 않으면 운용 규모를 정확히 알 수 없다. 헤론의 추가 도입이 없었다면 2016년 실전 배치된 이래 10년 만에 모두 사라지거나 작전이 불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사업 예산 400억 원은 기체 뿐만 아니라 지상통제체계(GCS, Ground Control System)도 패키지로 포함됐다. 투입할 헤론이 없다면 지상통제체계도 무용지물이란 얘기다.

육군이 2018년과 2021년 각각 국회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종합해 보면 무인기 추락 사고는 끊이지 않고 심지어 증가하고 있다. 2015년 8건이던 것이 해가 거듭되면서 12건(2016년), 13건(2017년)으로 증가하며 2020년에는 26건에 달했다. 승용차 보유대수가 늘어나면 자가용 차량의 교통사고가 많아지는 것과 같다고 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무인기 전력의 보유가 점차 증가해 왔을 테니 사고 빈도도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이해해야 하는 걸까? 그래서는 안된다. 특히 거듭되는 고도의 교육과 훈련을 받으며 항시 최상의 전비태세를 갖추고 있어야 할 군(軍)이기에 더욱 용납되지 않는다.

헤론 기종에 의문이 있다면 당초 사업 자체가 바람직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운용 중 정비 불량이나 조작 미숙이라면 이 또한 심각하게 들여다 봐야 할 문제다.

추락한 무인기를 수습중인 육군. / 연합뉴스

무인기는 계획된 경로를 저장한 채 비행한다. 임무 비행 후 녹화기에 저장된 영상, 음성 데이터 등을 재생해 임무 결과에 대한 자료를 분석한다. 이런 무인기가 해킹 등으로 인해 나포된다면 적군의 정보를 얻기는 커냥 비밀로 유지해야 할 아군의 지형이나 기지가 오히려 노출될 수도 있다. 이를 위한 대표적인 안티 드론 기술이 GPS '스푸핑(Spoofing)'이다. 이 공격은 가짜 GPS 신호를 보내 무인기를 해커가 의도한 곳으로 이동시키기도 한다.

육군의 전차부터 해군의 함정, 공군의 전투기에 이르기까지 군의 무기체계는 어느 하나 손쉽게 획득되지 않는다. 소요를 제기하고 검증과 사업 추진 방법을 결정하는데 오랜 시간이 요구된다. 중기계획에도 반영하고 예산을 획득하는 일도 만만치 않다.

이런 험난한 여정 끝에 획득한 무기체계가 제 역할도 다하기 전에 사라진다면 원인 규명을 위한 철저한 조사는 반드시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