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도착! 양민혁! 그 앞에 놓인 현실은?
2024년 12월 16일 영국 런던 히드로공항 제4 터미널.
인천 발 런던 도착 대한항공 KE 907편이 도착했다. 입국장에는 수많은 한국인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가족과 친지, 지인들을 마중하기 위해 입국장으로 나왔다.
입국장의 데시벨이 높아졌다. 양민혁이 도착했다. K리그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토트넘에 합류하기 위해 런던에 도착했다. 많은 팬들이 양민혁을 환영하기 위해 나왔다. 양민혁은 팬들에게 사인해주고 기념 사진도 찍어주었다. 양민혁의 런던 생활은 벅찬 환영으로 시작됐다.
#양민혁이 마주한 현실
양민혁은 당초 계획보다 빨리 런던에 왔다. K리그가 끝나고 휴식을 취한 후 12월 하순에 들어올 계획이었다. 그러나 토트넘이 조기 합류를 원했다. 현재 토트넘이 처한 상황 때문이었다.
14일 사우스햄턴전의 토트넘 출전 명단 중 벤치 멤버를 살펴본다. 낯선 등번호와 낯선 이름들이 많았다.42번 윌 랑크셔. 48번 알피 도링턴, 74번 메이슨 킹, 79번 마라치 하디, 64번 칼럼 올루세시. 1군팀에 정식으로 이름을 올리지도 못한 2005년생, 2007년생 선수들이었다. 벤치 멤버 9명 중 어린 선수들이 5명이나 됐다.
부상 때문이다. 현재 크리스티안 로메로, 미키 판 더 벤, 벤 데이비스 등 수비진이 초토화됐다. 여기에 공격진에서도 윌슨 오도베르, 히샬리송 등이 뛰지 못하고 있다. 엔지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감독으로서는 1월에 합류 예정인 양민혁이 절실하다. 하루라도 빨리 들어와 시차와 영국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로서는 빨리 스쿼드로 데리고 와서 선수 운용에 조금이라도 숨통을 틔워야 한다.
#주전 경쟁 구도는
양민혁은 왼쪽, 오른쪽을 가리지 않는다. 오른발이 주발이지만 왼발도 자유자재로 쓸 수 있다. 손흥민과 같은 양발잡이이다. 토트넘에서도 양쪽 윙어로 모두 나설 수 있다.
현재 토트넘의 왼쪽 윙어는 손흥민의 차지이다. 부동의 왼쪽 윙어로서 그 누구도 그의 자리를 탐낼 수 없다. 사우스햄턴전에서도 45분만 뛰면서 1골-2도움을 기록했다. 자신의 클래스를 제대로 입증했다. 토트넘 선수들이 왼쪽 날개로 나설 수 있는 상황은 두 가지밖에 없다. 손흥민이 몸상태 때문에 경기에 나서지 못하거나, 원톱으로 올라갔을 때이다. 양민혁에게도 마찬가지 조건이다.
양민혁이 노려볼만한 자리는 오른쪽 윙어이다. 현재 브레난 존슨이 주전을 차지하고 있다. 다만 확고한 주전은 아니다. 존슨은 올 시즌 전체 대회를 통틀어 10골을 넣고 있다. 그러나 기복이 있다. 경기력이 좋을 때와 좋지 않을 때의 차이가 확연하다. 파고 들어갈 틈이 있다.
오른쪽 윙어 백업도 불분명하다. 데얀 클루셰프스키는 올 시즌 중앙 미드필더로 더 각광받고 있다. 오른쪽 윙어로 나서기는 하지만 무게 중심은 중앙 보직을 맡는 것에 더 기울어져있다. 티모 베르너는 왼쪽으로만 거의 나선다. 오른쪽으로는 쉽지 않다. 최근 경기력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마이키 무어은 주포지션은 왼쪽이다. 최근 바이러스성 감염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오도베르는 사실상 시즌 아웃이다.
오른쪽은 양민혁이 도전해볼만한 무주공산의 격전지인 셈이다.
#양민혁의 무기
양민혁은 빠르고 다채롭다. 폭발적인 스피드와 월드클래스급 슈팅력을 갖춘 손흥민과는 다른 스타일이다. 드리블을 하면서도 특유의 패턴과 리듬감으로 상대 수비수를 교란한다. 볼을 주고 빠지는 움직임도 좋다. 공간에 대한 이해능력도 뛰어나다. 기존 선수들과 호흡을 맞추면서 공간으로 파고든다. 압박과 수비 가담 능력도 갖추었다. K리그를 보면 상대의 빌드업을 공략, 볼을 탈취해 찬스를 만드는 경우가 많이있다.
히드로 공항 입국장에서 만난 김병지 강원FC 대표도 이같은 평가를 내렸다.
"축구 지능이 뛰어납니다. 공간을 잘 활용하고 잘 만들어요. 자신만의 드리블 타이밍과 리듬도 갖추고 있어요. 더 많이 배우고 고쳐야겠지만 적응만 더 잘한다면 더 빨리, 더 높이 성장할 겁니다."
경쟁자들과 확실히 차별되는 포인트이다. 존슨과 비교했을 때 양민혁은 동료 선수들과 함께 찬스를 만드는 쪽에서 강점을 보여줄 수 있다. 클루셰프스키와 비교한다면 양민혁이 스피드에서 앞선다. 오도베르는 일단 현재 뛸 수 없다. 무어가 양민혁보다 나은 점은 잉글랜드 국적과 영어로 말한다는 것 뿐이다.
물론 발전해야 할 점도 많다. 우선 템포다. 프리미어리그는 템포가 빠르다. 압박도 빠르고 패스의 속도도 빠르다. 프리미어리그 팀들은 수비할 때 압박으로 상대를 견제한다. 그리고 백패스를 유도한다. 백패스의 퀄러티가 조금이라도 떨어지면 이 볼을 낚아챈 후 역습으로 전개한다. 공격하는 윙어의 입장에서 이 백패스가 잡혀버린다면 골치아플 수 있다.
내구성도 키워야 한다. 무어의 경우가 좋은 예시가 될 수 있다. 무어는 유로파리그 페렌츠바로시전과 알크마르전에서 만점활약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크리스탈팰리스 원정에서 부진했다. 크리스탈팰리스는 무어의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팰리스의 수비수들은 무어에게 달려들었다. 몸싸움을 하면서 볼을 받는 것을 방해했다. 아직 17세로 몸이 다 만들어지지 않은 무어로서는 거칠고 묵직한 몸싸움에 힘들어했다.
양민혁도 마찬가지이다. K리그에서 상대하는 수비수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하는 수비수들은 파워도 있으면서 동시에 스피드도 갖추고 있다. 몸으로 부딪혀보면 어떤 느낌인지 알 것이다
손흥민은 양민혁에 대해 이렇게 조언했다.
"제가 직접적으로 뭐 해 준다기보다는 이제 양민혁 선수가 와서 경험해 보고 느껴보고 부딪혀 봐야 되는 게 제가 볼 때는 가장 중요할 것 같아요. 사람이 항상 누군가 얘기해 준다고 해서 느끼는 것보다 자기가 직접 경험해서 부딪혀보고 느끼는 게 어떻게 보면 가장 많이 배운다고 생각을 하기 때문입니다. 와서 분명히 어려운 시간도 있을 거고 좋은 시간도 분명히 있을 것인 만큼 좋은 경험하고 또 좋은 선수로 발전할 수 있도록 옆에서 잘 도와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