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 불안, 극복할 수 있을까요?
발표 불안은 왜 생기는 걸까요? 대부분의 사람이 발표할 때 불안감을 느끼지만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극심한 공포심을 느낄 때는 좀 더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고 하는데요. 발표 불안의 원인과 대처법에 대해 정책주간지 'K-공감' <신기율 대표의 마음상담소>에서 살펴보세요.
어린시절 트라우마 때문인지
발표할 생각만 떠올려도 숨 막히고 공포스러워…
Q
초등학교 3학년 때였던 것 같아요. 부산에서 서울로 전학을 왔는데 첫 발표 시간에 친구들이 사투리를 흉내 내며 저를 놀림거리로 만들었습니다. 한 달 정도 발표 시간마다 비슷한 일이 반복됐어요. 그때부터 선생님이 발표만 시키면 심장이 뛰고 온몸에 식은땀이 나는 불안 증상이 생겼습니다. 시간이 지나 학교에 적응하고 친구들과 가까워진 뒤로도 발표 불안증은 나아지지 않고 오히려 더 심해졌어요. 문제는 성인이 된 지금까지도 증상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 여러 사람 앞에 서야 할 일이 점점 많아지는데 그때마다 너무 괴롭습니다. 다음 주에도 중요한 발표를 앞두고 있는데 잠이 오지 않을 정도로 불안합니다. 너무 떨려 약국에서 구입한 진정 성분이 들어간 약을 먹고 있지만 발표를 떠올리면 손발이 떨리고 숨이 막혀옵니다. 차라리 회사를 그만두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 때도 많아요. 어떻게 해야 발표 불안증을 극복할 수 있을까요?
- 김철우·가명, 34세 -
A
발표 불안은 다수 앞에서 자신의 의견을 제시할 때 느끼는 불안감과 공포감을 말합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발표할 때 불안감을 느낍니다. 하지만 철우 님처럼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극심한 공포심을 느낄 때는 마음을 다스리기 위한 좀 더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합니다. 언젠가는 좋아질 거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상황을 방치하면 나중에는 자기 비하로 인한 사회적 고립 같은 극단적인 상황에 몰릴 수도 있습니다.
발표 불안은 왜 생기는 걸까요? 철우 님처럼 어린 시절 겪었던 불쾌한 경험이 제때 치유되지 못하면 성인이 돼서도 불안에 시달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철우 님과 비슷한 경험을 가진 사람들 모두가 극심한 불안 증상을 겪지는 않습니다. 상황을 받아들이는 개인의 성격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철우 님에게 혹시 남들보다 지나치게 섬세하고 예민한 기질이 있거나 강박적인 완벽주의 성향이 있는지도 점검해야 합니다. 치유되지 않은 마음의 병은 세상을 보는 눈을 어둡게 합니다. 눈이 어두워지면 인지 왜곡이 일어나며 이는 우리의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미칩니다. 불안하지 않은 상황을 불안한 상황으로 인식하며 부정적인 부분만을 부각한 선택적인 정보처리를 하게 됩니다.
이런 심리적 요인이 누적되면 실제 뇌 기능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불안한 상황에서 해결 방법을 찾는 데 도움을 주는 전두엽 기능이 저하되거나 감정과 기억을 조절하는 변연계나 불안한 상황에서 신체 반응과 인지기능을 조절하는 기저 신경핵에 이상이 생기게 됩니다. 심리적 문제가 뇌의 이상을 가져오고 뇌의 기능장애가 다시 심리적 문제를 일으키는 악순환이 발생하는 거죠.
결과적으로 심한 무력감이나 우울증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왜곡된 생각을 바로잡고 긍정적이면서 균형 잡힌 생각을 하는 ‘인지 재구성’입니다. 인지 재구성을 통해 발표가 나를 괴롭히는 고문이 아니라 나를 성장시키는 기회라는 믿음을 가지고 완벽하지 못한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자기 수용성과 신뢰감을 키워야 합니다.
불안의 악순환을 설렘의 선순환으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20인의 여성 중 한 명으로 뽑힌 심리학자 켈리 맥고니걸은 그의 저서 ‘스트레스의 힘’에서 긴장과 불안이 어떻게 삶의 에너지가 되고 설렘으로 바뀔 수 있는지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합니다. 그 역시 중요한 발표를 앞두고 극심한 압박감과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괴로워했습니다. 하지만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와 설렜을 때의 신체 반응이 같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결국 스트레스 또한 자신이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그녀는 발표에 앞서 자신이 가지고 있던 왜곡된 인지를 바로잡으려고 노력했고 결국 스트레스를 긍정의 에너지로 바꿀 수 있었습니다. 인지 재구성을 위해 그녀는 다음 세 가지를 실천했습니다. 첫째, ‘기대한 대로 된다’라는 긍정 확언을 습관화하는 것입니다. 자신에 대한 믿음과 기대는 실제 결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스트레스가 긍정의 에너지가 될 수 있다는 긍정의 믿음이 있을 때 스트레스는 실제로 우리에게 그런 힘을 주게 됩니다. 둘째, 발표를 준비하면서 불안감이 올라올 때마다 발표는 피해야 하는 공포가 아닌 다시 없을 도전의 기회라고 생각하며 실전처럼 반복해서 연습합니다. 이때 중요한 점은 청중을 부정적 대상이 아닌 함께 교감하는 소통의 대상으로 여겨야 한다는 점입니다. 마지막 세 번째는 발표가 완벽해야 한다는 완벽주의에서 벗어나는 것입니다. 실수를 부끄럽게 생각하지 말고 부족한 점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합니다. 그래야 실력이 늘고 편한 마음으로 발표에 나설 수 있습니다.
철우 님, 이제 그 어디에도 사투리를 쓴다고 놀림 받던 어린 철우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대신 누구보다 단단하고 능력 있고 멋있는 지금의 철우 님만이 있을 뿐입니다. 지금부터는 삶을 망가뜨리는 불안의 악순환에서 벗어나 마음을 성장시키는 설렘의 선순환을 만들어야 합니다. 불안은 나를 괴롭히는 적이 아니라 정기적으로 맞이해야 할 손님과도 같습니다. 반가운 마음으로 함께한다면 친구가 될 수 있습니다. 철우 님에게 불안이 좋은 친구가 되기를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