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결한 선으로 완성해낸 20년 된 아파트 리모델링

line for the calm space

비워냄으로 채운 건축주의 취향은 깔끔한 톤과 목재, 그리고 공간 구성으로 완성됐다. 심플한 부부의 취향이 담긴 48평 아파트 리모델링 케이스.


현관에 들어서면 중문 없이 긴 복도를 따라 시선이 이어진다. 통일감 있는 백색과 나무 마감 사이로 곳곳에서 스민 햇빛이 장식되는 모습.

2002년에 완공된 용인의 한 아파트. 48평 규모의 집은 20년이 흐르는 동안 단 한 번의 공사도 거치지 않은, 처음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아파트였다. 리모델링을 맡은 어나더그로우에겐 이는 창문틀부터 벽까지 모든 걸 바꾸는 새 단장이자 의뢰인 부부의 취향까지 담아내는 섬세한 작업이 요구됐다.

현관부의 수납은 맞은 편의 트레이닝 룸 수납으로 분배하고 최소한의 신발장만으로 구성했다. 거울과 선반 등을 활용해 전실 같은 느낌을 주는 곳.
마스터룸 입구에서 바라본 다이닝과 주방. 길어진 벽체가 주방을 온전히 가리고, 다이닝이 전면에 나와 시선을 받아내는 구성이다.

기본적으로 집은 두 명의 식구에게는 넉넉한 48평을 어떻게 나누고 활용하는가에 초점을 맞추어 설계됐다. 가장 주된 요구 콘셉트는 심플함과 개방감, 그리고 정돈된 이미지였다. 현관으로 들어서면 깔끔한 화이트톤과 중문 없이 바닥재만으로 구분된 공간이 집의 첫인상을 만든다. 옆의 유틸리티 룸으로 일부 수납공간을 양보하고 현관부의 수납은 심플하게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대신 이를 통해 깔끔한 인상의 오브제 같은 공간이 되며 일반 가정집과는 다른 특별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기존에 남아 있던 주방 벽체는 맞춤형으로 구성한 아일랜드와 함께 잘 어우러진다. 세탁실은 유리 도어를 통해 공간의 존재감을 가지며 구분된다.

용인 APT의 포인트

목재 슬라이딩 도어

슬라이딩 도어는 이 집에서 공간을 나누는 오브제이자, 화이트 & 베이지 톤과 가장 잘 어우러지는 색감 선택이다.

벽 너머 감춰진 세탁실

세탁실은 반투명 시스템 도어에 이어 화이트 슬라이딩 히든 도어를 설치해 평소에는 감춰져 벽처럼 보인다.

날개벽을 살리는 방법

기존에 남아 있던 구조체 날개벽은 철거할 수 없는 대신, 붙박이장과 이어지는 거울로 구성해 흐름을 이어가도록 만들었다.


안으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복도의 끝과 끝이 선으로 일치된 것이 가장 먼저 보인다. 여기에 우드 소재의 큰 문을 구성해 집을 나누는 하나의 큰 기준선과 같은 벽을 구성했다. 기존의 벽이 모두 평행하지는 않았기에 이를 선으로 일치시키기 위해 벽체를 연장하는 작업이 이어졌다. 우드 슬라이딩 도어를 열면 작은 통로 역할을 하는 전실을 지나 드레스룸, 파우더룸, 그리고 침실까지 연결되며 하나의 선 너머로 커다란 마스터룸이 형성되어 있는 구조를 이룬다.

주방은 복도에서 이어지며 본래 있던 철거가 불가능한 긴 벽을 활용해 마스터룸과 같이 선을 일치시켜 분리된 공간으로 만들었다. 기존의 미닫이문을 걷어낸 자리에는 다이닝 테이블이 전면에 드러나 조리 공간과 온전히 구분되는 인상을 준다. 거실에서 바로 조리 공간이 보이지 않음에도 개방감을 유지할 수 있는 구획 포인트다.

현관에서 들어와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보이는 서재와 트레이닝룸. 바닥재로 공간이 구분된다.
심플한 색감과 가구 배치로 깔끔한 업무 공간을 유지함과 동시에 윈도우 시트로 더욱 두드러지는 햇살이 있는 서재
전면 유리 도어로 개방감은 물론, 실제 트레이닝 센터와 같이 연출해 가정 속에서도 운동 공간의 긴장감을 가질 수 있다.

마스터룸에서 멀리 떨어진 맞은편에는 부부의 취미를 위한 또 다른 개인 공간들인 서재와 트레이닝 룸이 자리한다. 서재는 베란다를 확장한 뒤 남는 데드 스페이스를 윈도우 시트로 구성해 공간 활용은 물론 창가의 햇살을 즐길 수 있는 자리로 만들었다. 또한 재택근무 공간으로 활용될 가능성을 위해 넓은 대면형 책상 등 최소한의 요소들로 개방감을 줘 업무공간이 주는 지루한 인상을 중화시켰다. 트레이닝 룸은 이 집의 가장 색다른 포인트가 되는 곳으로, 현관부에서 연장된 수납공간과 함께 바닥재의 색감도 통일시켜 안쪽의 다른 방들과 경계부터 분리되는 느낌을 준다. 무거운 운동기구들이 포함될 가능성을 고려해 바닥은 고무타일로 시공되었으며 또한 내부에 전면 유리문을 구성해 다른 방들과는 또 다른 특유의 개방감을 가진다. 완성된 프로젝트는 이전의 집과는 전혀 다른 인상을 가지지만, 그 과정을 상세히 들여다보면 기존의 요소들을 십분 활용한 케이스다. 특히 기존 벽체를 연장시켜 선을 일치시키고, 공간을 문 없이 구분하는 것에서 나아가 닫힐 공간과 개방될 공간을 구분하고자 하는 의도가 담겼다. 여러 리모델링이나 신축 설계 시 활용해볼 수 있는 포인트다.

HOUSE PLAN

대지위치 : 경기도 용인시
거주인원 : 2명
건축면적 : 158.68㎡(48평)
내부마감재 : 벽 - LX하우시스 친환경테라피 실크벽지, 삼익산업 - 수입무늬목패널, 이태리타일 / 바닥 - 에이치스펙(H.SPEC)원목마루 / 천정 - LX하우시스 친환경테라피 실크벽지
욕실 및 주방 타일 : 티엔피세라믹 수입타일 www.tileplan.co.kr
수전 등 욕실기기 : 매입수전 매입샤워기
주방 가구 및 붙박이장 : 미크래빗
거실 가구 : 보컨셉(BoConcept)
조명 : 루이스폴센 파테라 오발, LLP 제작 조명
도어 : 삼익산업 수입 무늬목 패널
인테리어·시공 : 어나더그로우 02-554-9380 www.anothergrow.com
벽 전체와 이어지는 듯 연출된 (위, 아래) 침대 헤드가 인상적인 침실. 슬라이딩 도어는 마스터룸 출입부 혹은 파우더룸으로 열리고 닫히는 통로 역할을 하며 가변적인 공간의 재미를 준다.

프로젝트를 맡은 어나더그로우 김희정 실장은 건축주들을 위한 조언으로 꼼꼼한 레퍼런스 자료 수집을 꼽았다. 인생에 몇 번의 기회일지 모르는 인테리어 공사에서, 많은 자료를 참고하며 보는 눈을 키우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스타일의 접목과 100%에 가까운 만족감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용인 인테리어 또한 건축주와 함께 한 고민을 통해 기존의 틀을 무리해서 해체하지 않고 건축주만을 위한 세련된 공간으로 탈바꿈할 수 있었다.

공간을 바꾸는 것은 곧 그 안에 사는 사람의 마음가짐을 바꾸는 것과도 같다. 벽과 선으로 완성된 이 집에서 하루의 시작과 마무리를 하며 부부는 또 다른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그렇게 삶을 완성해나간다.

파우더룸은 건식 세면대를 구성하고 뒤로 넓게 구성해 생활 동선이 더욱 편리하다.
의류 관리기를 포함하는 붙박이장과 아일랜드 수납장으로 편의를 더한 드레스룸
욕실의 샤워부스는 다른 소재의 바닥과 벽면 마감으로 구분하고, 매립형 수전을 이용해 시각적으로 더욱 세련된 분위기를 연출했다.

ZOOM IN: 아키텍쳐 (ARCHITECTURE by. 티앤피세라믹)

*(600x600, 600x1200mm 2가지 규격. 10.5mm 두께. White, Black 2가지 색상)
레진 바닥재를 재해석하여, 미니멀한 디자인 솔루션을 원하는 사람들의 취향을 충족시키는 깔끔하고 현대적인 스타일의 포세린 타일. 주거용 및 상업용 인테리어에 광범위하게 사용 가능하며, 주방이나 욕실 벽 · 바닥 타일로 적합하다.
티앤피세라믹은 작은 사이즈의 모자이크 타일부터 12mm 두께의 상판용 빅슬랩 제품까지 다양한 컬렉션을 보유한 이태리 타일 전문 브랜드이다. 공장 직수입으로 유통 과정의 마진을 없앤 합리적인 가격의 제품을 서울 강남구 논현동 매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http://www.tileplan.co.kr

취재_ 손준우  |  사진_ 허완
ⓒ 월간 전원속의 내집   2023년 1월호 / Vol.287  www.uuj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