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년부터 현재까지 5년간 이어져 온 기아와 카카오모빌리티 간 동맹이 현대자동차그룹의 소프트웨어정의차량(SDV) 사업 강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초반에는 전기차 보급 활성화를 위한 협력으로 시작됐지만 현재는 자율주행 전용 차량 개발 협력까지 이어졌다. 올해까지 자율주행 시범사업에 필요한 차량 공급을 진행하는 것이 기아와 카카오모빌리티의 목표다.
전기차 보급에서 시작된 5년 동맹
기아는 2021년 1월 카카오모빌리티와 전기차 보급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택시를 포함한 운수업계 종사자들을 위한 협력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사업보고서에서 당시 기아와의 협력 목적에 대해 “온실가스 배출 저감과 운수업계 종사자 및 승객 편의와 만족도를 제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후 기아와 카카오모빌리티 간 협력 강화를 이끈 것은 목적기반차량(PBV)이다. 2025년 6월 출시된 기아의 첫 PBV PV5는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 OS(AAOS)를 기반으로 한 16:9 비율의 12.9인치 센터페시아 디스플레이가 탑재됐고 현대차그룹과 포티투닷이 공동 개발한 차량 관제 솔루션 ‘플레오스 플릿’도 적용됐다.

기아와 카카오모빌리티는 PV5 출시 이전인 2023년 5월 차량 호출에 최적화된 카헤일링 PBV 개발에 협력하기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PV5 등 앞으로 출시될 PBV 라인업이 단순히 짐과 사람을 옮기는 용도를 넘어 SDV 기반 모빌리티 서비스를 구현하는 역할까지 맡도록 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당시 기아는 PV5를 지칭하는 중형급 전용 PBV에 차량 운행 데이터 등과 연계된 새로운 특화 서비스를 개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카카오모빌리티의 경우 카카오T와 카카오내비 앱의 원활한 연동을 위해 상호 협조한다는 뜻도 전했다.
카카오T 품은 PBV, SDV 협력 기반 마련
기아와 카카오모빌리티 간 협업은 2025년 9월 ‘올인원 디스플레이 2’ 개발로 연결됐다. 12.9인치 크기의 올인원 디스플레이 2는 카카오내비를 내비게이션 앱으로 쓸 수 있으며 기사 전용 앱으로 카카오T를 활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별도의 기기로 분산 운영되던 택시 주요 기능을 직관적인 하나의 디스플레이로 통합했다는 것이 기아의 설명이다.
기아와 카카오모빌리티 협업은 올해 모빌리티 서비스를 넘어 자율주행 영역까지 확대됐다. 원하는 목적지까지 안정적으로 주행할 수 있는 ‘E2E(End-to-end)’ 방식의 자율주행 구현을 추구하는 SDV 시장 흐름이 반영된 결정이라는 해석이다. 이를 위한 업무협약은 16일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사옥에서 기아와 카카오모빌리티 주요 임원이 참석한 가운데 체결됐다.

기아는 이번 협력으로 올해 카카오모빌리티 자율주행 시범사업에 투입될 데브키트를 우선 공급한다. 데브키트는 외부 차량 제어 소프트웨어와 차량 간 인터페이스 연동을 지원해 자율주행 및 원격 운전 서비스 업체가 차량을 보다 안전하게 제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카카오모빌리티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자율주행 기반 모빌리티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는 차량 기반을 확보한 셈이다.
원격 운전·무선충전까지 실증 범위 확대
양사는 차고지 내 원격 운전(RVA·Remote Vehicle Assistant) 및 무선충전 기술도 공동으로 연구한다. 무인 차량과 이용자 간 원활한 의사소통을 지원하기 위한 차량 내외부 디스플레이 기술을 개발하고 관련 실증 사업도 전개할 계획이다. 이는 자율주행차가 도로를 달리는 기술뿐만 아니라 차고지에서 이동하고 충전하며 차량 상태와 운행 정보를 외부에 전달하는 서비스 운영 체계까지 구축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중장기적으로 자율주행 차량 운행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상용 서비스에 특화된 PBV를 개발하기로 했다. 정확한 일정과 차종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PV5 또는 향후 출시될 대형 PBV PV7가 개발 기반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기아는 5년 이상의 협력관계를 구축한 카카오모빌리티에 데브키트를 제공해 자율주행 실증 레퍼런스를 확보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장기적인 시각에서 바라보면 카카오모빌리티와의 협력으로 로보택시 운영 사업자에게 차량·소프트웨어·관제 장비를 제공할 수 있는 플랫폼 사업자로 사업 영역을 확대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원격 운전과 무선충전 및 차량 내외부 디스플레이 기술까지 공동으로 실증할 경우 기아는 단순한 자율주행차 공급사를 넘어 자율주행 서비스 운영에 필요한 차량 제어와 충전 및 이용자 소통 기반을 함께 제공할 수 있다. 카카오모빌리티와의 협력을 통해 차량 공급부터 차고지 운영과 충전 및 운행 관리까지 연결되는 자율주행 서비스 밸류체인을 구축할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기아는 실증, 카카오모빌리티는 운영 역량 확보
PV5의 올 상반기 국내 판매량이 기아 전기차 중 세 번째로 많은 1만5000대라는 점은 기아가 PBV 기반 사업을 확대할 수 있는 초기 시장 기반을 확보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다만 해당 판매 실적이 자율주행 서비스 사업의 성공 가능성을 직접 입증하는 것은 아닌 만큼 앞으로 실증 사업을 통해 차량과 소프트웨어 및 운영 플랫폼 간 연계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
카카오모빌리티 입장에서는 카카오내비와 카카오T 등 모빌리티 관련 앱을 꾸준히 개발하고 관리해야 하지만 자율주행 서비스 구현에 필요한 차량을 직접 확보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이 같은 어려움을 기아와의 5년 협력을 통해 줄이고 자율주행 기술 상용화 속도와 서비스 운영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특히 카카오모빌리티는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개발에 그치지 않고 차고지 내 차량 이동과 충전 및 이용자 안내까지 아우르는 운영 기술을 확보할 수 있다. 자율주행차가 운행을 마친 뒤 차고지로 이동하고 충전한 후 다시 서비스에 투입되는 전 과정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는 의미다.

올 4월 공개된 카카오모빌리티의 2025년 연간 매출은 전년 대비 9.5% 증가한 7393억원이며 영업이익은 24.2% 증가한 1155억원이다. 퀵·배송, 구독형 수익과 택시·주차·라스트마일 물류·광고 등이 성장 요인으로 부각됐지만 아직까지 기아와의 협력이 매출과 영업이익 증가에 직접 기여했다는 사례는 공개되지 않았다. 이번 자율주행 협력의 실질적인 사업 성과도 시범사업 이후에야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김상대 기아 PBV비즈니스사업부장 부사장은 “카카오모빌리티와의 협력을 통해 기아 PBV가 자율주행 시장의 활성화와 새로운 고객 가치 창출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는 “카카오모빌리티의 플랫폼 역량 및 자율주행 기술과 기아의 세계 최고 수준의 차량 제조 기술을 결합해 기술 내재화를 가속하고, 관련 생태계를 리드하며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자신했다.
조재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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