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건희 은퇴 위기, 역제안 거절.....삼성·KIA가 ‘무시’한 진짜 이유

조상우, 손아섭, 김범수 이야기가 계속 나오는 건 맞다. 세 선수 모두 FA 시장에서 발이 묶여 있다. 그런데 진짜로 “발 밑이 꺼질 수 있는” 쪽은 오히려 홍건희다. 이 셋은 그래도 원소속팀이든, 최소한 협상 테이블이든, ‘말은 오가는’ 모양새가 있다. 반면 홍건희는 스스로 선택한 길이 곧바로 절벽이 될 수 있는 구조다. 두산이 내민 2년 15억 원 연장 옵션을 본인이 포기하고 나왔고, 이 선택이 ‘자유’를 준 게 아니라 ‘돌아갈 문’을 닫아버렸다. FA가 아니라 옵트아웃이라서 보상선수도 없고, 보상금도 없다. 구단 입장에선 선수만 데려오면 끝이다. 그래서 시장 초반에는 “이거야말로 빨리 계약 뜨겠네”라는 반응이 많았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분위기는 정반대로 흘렀다. 계약이 늦어지는 정도가 아니라, 스프링캠프가 코앞인데도 조용하다. 이쯤 되면 ‘왜 이렇게까지 찬밥인가’라는 질문이 나올 수밖에 없다.

핵심은 단순하다. 구단들은 ‘보상선수 없음’ 같은 겉보기 장점보다, “올해 당장 믿고 던질 수 있나”를 더 크게 본다. 홍건희의 2025년 기록은 구단들이 망설이기에 충분히 거칠다. 20경기 16이닝, 평균자책점 6.19, WHIP 2.06. 시즌 초 팔꿈치 내측 인대 손상 이력까지 붙었다. 불펜은 원래 변동이 큰 포지션이지만, 팔꿈치가 한번 흔들린 투수는 구단 입장에서 ‘변동’이 아니라 ‘리스크’가 된다. 더 솔직히 말하면, 불펜 시장에서 돈은 결국 “안 아프고, 자주 나오고, 위기에서 버티는 선수”에게 붙는다. 홍건희는 과거 두산에서 그 역할을 해냈던 선수지만, 2025년만 놓고 보면 구단들이 자신 있게 도장을 찍기 어렵다. 특히 16이닝밖에 못 던졌다는 건, 단순히 성적이 나쁜 것보다 더 불안한 신호다. “몸이 버텨줄까?”라는 의심이 먼저 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래도 보상선수 없는데, 1~2년은 던져보라고 데려가면 되는 거 아니냐”는 말이 나올 수 있다. 여기서 문제가 하나 더 나온다. 홍건희가 시장에 던진 공이 ‘싸게 던져서라도 팀을 찾겠다’는 공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보도 흐름을 보면 홍건희 쪽은 2년 15억을 그냥 포기한 게 아니라, 오히려 계약을 3년 구조로 다시 맞추고 싶어 했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쉽게 말하면 “2년으로는 불안하니 3년은 보장해달라”는 쪽에 가까운 셈이다. 그런데 지금 KBO 구단들이 가장 예민하게 보는 게 바로 ‘불펜 장기계약’이다. 성적이 널뛰는 포지션이고, 팔꿈치·어깨 변수가 워낙 큰데, 3년 보장을 크게 안기면 그 순간부터 구단은 악성 계약을 떠안는다는 공포를 느낀다. 특히 2025년을 부상으로 거의 날린 투수라면 더더욱 그렇다. “1년만 보고 쓰는 건 가능해도, 3년은 못 한다”가 현실적인 판단이다.

여기서 “그럼 삼성이든 KIA든 왜 거들떠도 안 봤냐”로 넘어가 보자. 구단마다 사정이 다르지만 결론은 비슷하다. KIA는 지금 불펜을 두고도 계산이 빠듯하다. 작년 불펜 운영이 만족스럽지 않았고, 그래서 더 냉정하게 본다. 게다가 조상우처럼 더 ‘급이 높은 카드’가 같은 겨울에 시장에 남아 있다면, 굳이 홍건희에게 2년 15억 이상, 혹은 3년 22억 이상을 맞춰줄 이유가 약해진다. 구단이 같은 돈을 쓴다고 치면, 팬들도 프런트도 “왜 더 확실한 쪽이 아니라 저쪽이냐”라고 묻게 된다. 게다가 KIA는 최근 몇 년 동안 큰 돈을 쓸 때마다 여론의 눈치를 보게 되는 팀이다. 내부적으로도 “오버페이 경계” 기조가 있다는 말이 계속 돌고, 그 분위기에서 부상 이력 붙은 불펜에게 장기 보장을 얹는 선택은 훨씬 어려워진다.

삼성은 또 다른 이유로 움직이기 어렵다. 삼성은 스토브리그에서 늘 “외부 영입” 이야기가 뜨겁게 돌지만, 막상 속을 들여다보면 먼저 처리할 숙제가 따로 있다. 원태인, 구자욱처럼 팀 중심을 잡는 선수들의 다년계약, 그리고 샐러리캡 줄 맞추기. 불펜을 더 보강하면 좋겠지만, “좋으면 다 데려오지”가 되지 않는 게 현실이다. 지금 삼성에 필요한 건 선수 한 명 추가보다, 전체 구조가 무너지지 않게 관리하는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홍건희가 요구하는 조건이 조금이라도 ‘장기’로 보이는 순간, 삼성은 바로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다. “보상선수 없으니 한번 보자”는 말은 쉬운데, 계약서에 사인하는 건 다른 문제다.

그리고 홍건희가 가장 불리한 지점은 따로 있다. 조상우나 김범수, 손아섭은 길이 막혀도 ‘원소속팀’이라는 마지막 문이 남아 있다. 협상이 길어지면 결국 원팀 잔류 쪽으로라도 정리될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홍건희는 옵트아웃을 해버린 순간, 두산으로 돌아갈 수 있는 안전장치가 꺼졌다. 말 그대로 “내가 나가겠다고 나왔는데, 시장에서 안 불러주면 돌아갈 집이 없는 상태”가 된다. 그래서 이 선수에게는 시간이 더 잔인하다. 하루하루가 지나면 협상력이 떨어진다. 구단들은 “캠프 전엔 싸게 정리될 수도 있겠네”라고 생각하고, 선수는 “여기서 더 낮추면 내가 2년 15억을 왜 포기했나”라는 마음이 남는다. 이 싸움이 길어질수록 손해는 대체로 선수 쪽으로 간다.

그렇다고 홍건희가 정말 은퇴까지 가야 하느냐. 그건 너무 앞서간 말일 수 있다. 다만 ‘가능성’의 방향은 분명히 보인다. 지금 홍건희에게 가장 현실적인 출구는 “1년짜리, 혹은 1+1 같은 짧은 계약”이다. 보장액은 낮추더라도, 옵션을 크게 걸고 “내가 건강하게 던지면 다시 가치가 오른다”는 걸 증명하는 방식이다. 자존심이 상할 수는 있다. 하지만 냉정하게 말해, 2025년 기록과 부상 이력을 안고 3년 보장을 받아내는 건 지금 시장 분위기에서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오히려 한 시즌이라도 제대로 던져서 “팔꿈치 괜찮다, 구속 괜찮다, 셋업도 가능하다”를 보여주면, 그때 다시 협상판이 달라진다. 결국 홍건희의 싸움은 ‘돈’이 아니라 ‘증명’ 쪽으로 넘어가고 있다.

FA 미계약자들이 많아 보이지만, 홍건희의 상황이 유독 위험하게 보이는 건 이유가 있다. 원팀 잔류 카드가 없고, 시즌을 거의 날린 부상 이력이 있고, 그럼에도 시장에서 원하는 건 ‘짧고 싸게 쓰는 투수’가 아니라 ‘확실한 불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삼성과 KIA가 거들떠도 안 봤다는 말은, 단순히 냉정해서가 아니라 “지금 그 가격에 그 리스크를 안을 이유가 없다”는 계산이 먼저 섰다는 뜻에 가깝다. 이 겨울이 길어질수록 홍건희는 더 현실적인 선택을 강요받을 것이다. 그리고 그 선택이 어떤 모양이든, 다음 시즌 마운드에서 스스로 답을 보여줘야만 한다. 결국 프로는 말이 아니라, 던진 공으로 끝나는 세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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