칵테일 타주던 ‘머스크 로봇’, 알고 보니 사람이 조종?
“오늘은 인간의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10일(현지 시각) 공개한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에게 한 참석자가 “너 원격으로 조종되고 있니?”라고 질문하자 로봇이 이런 답을 내놨다. 옵티머스가 온전히 자율적으로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테슬라 직원들이 원격 조종했다는 것을 로봇이 실토한 것이다.
15일(현지 시각) 미국 기술 전문 매체 테크크런치 등에 따르면, 테슬라가 지난 주 개최한 ‘위, 로봇’(We, Robot) 행사에 등장한 로봇 ‘옵티머스’ 일부가 사람의 원격 조종으로 작동됐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머스크는 이날 행사에 로보 택시(무인 자율 주행 택시) 공개 행사에 옵티머스 수십 대를 가져와 “로봇이 해마다 극적인 발전을 거듭해 왔다”고 소개하면서 로봇이 바텐더 복장을 하고 행사 참가자들에게 음료를 서빙하는 모습 등을 보여줬다.
머스크는 “옵티머스 로봇들이 여러분 사이를 걸어 다닐 테니 친절하게 대해달라”며 “여러분은 로봇에게 바로 다가갈 수 있고, 로봇이 바에서 음료를 서빙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옵티머스는 손님들에게 음료나 선물을 제공하고, 춤을 추는 등 다양한 동작을 선보였다. 수백 명의 관중 사이를 걸어 다니며 ‘셀피’를 찍어주는 모습도 연출했다.
그러나 이날 행사에 참석한 한 기술 전문가 로버트 스코블은 테슬라의 한 엔지니어로부터 “옵티머스가 군중 사이를 걷는 동안에는 인공지능(AI)으로 스스로 작동하지만, 나머지 다른 행동에는 사람의 원격 지원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실제로 스코블이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영상을 보면 그가 한 옵티머스에게 “당신의 어느 만큼이 AI냐”고 묻자, 옵티머스는 “나중에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재차 “약간인지 전혀 아닌지”라고 묻자 “약간일 수 있다”(It might be some)고 답했다. X에 업로드된 또다른 행사 영상을 보면, 바텐더 역할을 하는 한 옵티머스에게 참가자가 “당신은 원격으로 조종되고 있는가”라고 묻자, “사람의 도움을 받고 있다”고 답했다.
모건스탠리의 애널리스트 애덤 조너스는 “이 로봇들은 완전히 자율적으로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원격 작동, 즉 인간의 개입에 의존했기 때문에 자유롭고 민첩하게 움직이는 것을 보여주는데 그쳤다고 우리는 이해하고 있다”라고 썼다. 금융전문매체 배런스는 로보택시 행사에 대한 월가의 평가를 전하면서 “옵티머스의 잠재력은 커 보이지만, 지난 금요일 행사에서 로봇 일부를 사람이 원격 조종한 것처럼 보인 것은 비난받을 만하다”고 했다.
테슬라는 이런 의혹에 대한 언론의 논평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옵티머스 같은 휴머노이드 로봇은 사람처럼 머리, 몸통, 팔, 다리를 지닌 로봇으로 인간처럼 행동하고 소통하는 로봇을 말한다. 머스크의 옵티머스는 키 약 173cm, 무게 57kg으로 한 번 충전으로 최대 8시간 동안 작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머스크는 내년 자사 테슬라 생산 공장에 옵티머스를 투입한 뒤 2026년에는 일반에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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