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주] 해설위원의 이상한 취미생활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해볼까? 사실, 난 죽다 살아났다.

1년 전 뇌출혈로 쓰러져 약 3개월 동안 병원 신세를 졌다. 이후 재활 기간은 더 길었지만. 내 나이쯤 되면 탄생보다는 죽음이 가깝고, 청춘보다 병치레가 친숙하니 이상한 일도 아니다. 몸을 막 굴린 결과일 지도.

여하튼 새 삶을 얻으면서 요상한 취미가 하나 생겼다. 그것은 선수들의 유니폼에 사인을 받는 것. 죽음 문턱에서 유턴해서 그런지, 아니면 언제 이 일을 그만둘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생겨 그런지 몰라도 이상한 소유욕이 생겨난 것이다. 기자였을 때 선배들이 체면이 있으니 사인을 절대 받지 말라고 했고, 솔직히 선수 사인에 아무런 관심도 없었는데 참 이상한 일이다.

그렇다. 이율배반적이기도 하다. 한국 대표팀의 처참한 경기력을 대놓고 가열하게 비판하면서도 대표팀 선수들의 사인에 흥분하는 내 모습은 모순적이다. 홍명보 감독은 승자독식을 말하며 결과를 강조하지만, 축구에서 결과는 거짓말을 해도 경기력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볼리비아전과 가나전에서 보여준 그 경기력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적어도 전반전을 버리고 시작하는 느낌을 받았을 정도로 무엇을, 어떻게 하려는지 잘 보이지 않았으니까! 지휘관의 능력과 별개로 장수의 능력만으로 전쟁에서 이기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장수를 좋아하는 마음이 바뀔 수는 없지 않은가? 내 취미에 대한 변명이 너무 구차하구나.

글 - 송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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