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가 ‘탈원전 못하겠다’...K-원전 잭팟 수주 기대감
유럽·중동·아시아 신규 원전 도입
체코 우선협상자 이후 글로벌 관심
폴란드·네덜란드·英에 원전 세일즈
최근 세계 에너지 시장에서 원자력발전(원전) 확대 흐름이 거세다. 그간 탈(脫)원전에 앞장서던 유럽국가들이 속속 친(親)원전으로 돌아서는가 하면 미국, 중동, 아시아 등 세계 곳곳에서 신규 원전 건설 프로젝트들이 쏟아진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따른 에너지안보 강화와 인공지능(AI) 열풍에 따른 전력 수요 대응, 탄소절감을 위한 방안으로 원전을 주목한 결과다.
국내 원전 업계의 기대감도 커지는 상태다. 우리나라는 유럽 중심부인 체코에서 ‘원전 강국’ 프랑스를 제치고 신규 원전 건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며 경쟁력을 입증했다. 체코를 공식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체코와 ‘원자력 동맹’을 구축, 에너지 협력을 강화키로 하는 등 최종 계약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체코 신규 원전 수주를 교두보로 삼아 유럽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며 추가적인 수주 낭보도 기대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글로벌 원전 규모가 현재의 396GW에서 2050년 916GW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전 세계서 가동 중인 원전 수는 437기다. IEA는 지난해 발표한 ‘넷제로 로드맵’에서 세계 원전 용량을 2050년까지 2020년의 두 배로 늘려야 한다고 권고키도 했다.
실제 각국은 적극적으로 원전을 도입 중이다. 세계원자력협회(WNA)에 따르면, 지난해 1월 기준 건설계획이 확정된 원전만 104기에 달한다.
특히 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려오던 유럽 시장에서의 원전 도입 확대가 눈에 띈다. 당장 이탈리아는 지난 8일(이하 현지시간) “(SMR 개발을 위한) 법인을 설립할 계획”이라며 원전 도입을 공식화했다. 체르노빌 사고 이후 원전 가동을 중단했던 이탈리아가 원전을 도입하는 것은 35년 만이다.
프랑스 역시 25년 만에 새 원자로 가동에 들어갔다. 프랑스 전력공사(EDF)는 지난 2일 프라망빌 원전 3호기가 당국의 승인을 받아 핵분열 연쇄반응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본격적인 상업용 발전은 올해 늦가을로 예상된다.
스위스 에너지부는 올해 말까지 신규 원전 건설을 가능케 하는 원자력법 개정안을 제출하겠다고 공언했다. 2017년 국민 투표를 통해 탈원전을 결정한지 7년 만이다. 스웨덴은 일찌감치 탈원전 정책을 폐기한 상태다. 스웨덴은 지난해 8월 오는 2045년까지 최소 10기의 재래식 원전과 SMR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아울러 폴란드, 영국, 네덜란드, 핀란드, 루마니아 등의 국가들도 신규 원전 건설을 추진 중이다.
우리나라는 체코 원전 우선협상자로 선정되며 유럽 원전 시장 진출의 물꼬를 튼 만큼, 이러한 유럽의 원전 확대 흐름이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체코 원전에 대해서도 ‘굳히기’에 들어간 상태다. ‘1호 영업사원’을 자처하는 윤석열 대통령은 19~22일 2박4일 일정으로 체코를 공식 방문해 페트르 파벨 체코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원전 협력에 대한 공감대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 파벨 대통령은 “한국의 두코바니 원전 사업 참여에 거는 기대가 크다”며 최종 수주에 낙관적인 견해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 건설의 최종 계약은 내년 3월로 예정돼있다.
K-원전에 대한 세계 각국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K-원전은 높은 품질과 상대적으로 저렴한 단가, ‘온 타임 온 버짓(On time On budget, 정해진 예산으로 적기 시공)’ 등이 경쟁력으로 꼽힌다. WNA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한국의 원전 건설 단가는 kW당 3571달러로 프랑스(7931달러)의 절반 수준이다.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최근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체코 원전 수주 이후 유럽, 아시아 국가들 사이에서 K-원전이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구체적으로는 “스웨덴, 핀란드, 네덜란드, 슬로베니아 등의 고객들과의 계약이 더욱 가까워지고 있다”며 노르웨이와 카자흐스탄 바이어들이 한수원에 접근했다고 언급했다.
업계에서도 추가 수주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원전 주기기를 생산하는 두산에너빌리티 역시 당초 5년 내 3기로 예상하던 원전 수주 규모가 5년간 10기 내외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이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체코 두코바니 원전 2기 외에도 추가 2기 가능성이 점쳐지며 폴란드,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사우디아라비아 원전 추가 수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원전 업계 관계자는 “유럽은 탈원전 이후 꽤 시일이 지난 곳이 많다 보니 새로 원전을 도입하려면 해외 파트너와 협력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 기업들이 원전 관련 크고 작은 수주를 할 기회가 많이 생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윤희 기자
yun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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