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 입고 뛸 수 없다"…카이스트 총장이 국회에 간 이유

CBS노컷뉴스 홍영선 기자 2024. 9. 28.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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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형 카이스트 총장이 2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주최로 특별 강연을 했다.

이 총장은 인류 발전에 필연적이며 피할 수 없는 기술을 '필연 기술'이라고 정의했다.

이 총장은 "올림픽 출전할 때 모든 선수들은 올림픽 규정을 따르지만, 이 기술 경쟁은 올림픽처럼 세계의 규정이 없고, 각자 나라의 규제에 따라간다"면서 "다들 간편한 복장으로 마구 뛰는데 우리만 한복 입고 뛸 수는 없다"면서 필연 기술을 위한 법 제도 개선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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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이광형 총장 특별 강연
'21세기 필연 기술과 대한민국의 전략'
①AI와 반도체 ②줄기세포와 유전자가위 ③기후와 에너지 기술
이광형 카이스트 총장. 카이스트 제공


"작년 말에 유전자 가위로 혈액 질병 있는 유전자를 고쳐서 치료하는 기술을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승인했습니다. 이제 시작인 거에요. 우리 현실은 '이거 하면 안돼', '법에 걸려' 이렇습니다. 그래서 그냥 편하게 살았어요. 그런데 이래선 안 될 거 같아요. 줄기세포 주사 맞으러 해외에 가는 거 방치하는 거 안되겠더라고요.

전략을 다시 세웠습니다. 이 실험을 외국에 가서 하자! 대만이 (규제가 비교적) 자유로워서 대만에 연구실을 준비하고 있어요. 문을 안 열어주니까 외국에 가는 거죠. 사실 카이스트도 책임은 없는 거에요. 그런데 한국만 못하고 다른 나라에서유전자 편집 기술 개발해서 질병 다 고치면 어떻게 되겠어요. 우리가 이렇게 하고 있긴 한데… 외국에 안 가게 해줘요. (일동 웃음)"

(이광형 카이스트 총장, 21세기 필연 기술과 대한민국의 전략 국회 강연 中)  

이광형 카이스트 총장이 2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주최로 특별 강연을 했다. 주제는 '필연 기술(inevitable)과 대한민국의 전략'. 이 총장은 인류 발전에 필연적이며 피할 수 없는 기술을 '필연 기술'이라고 정의했다.

이 총장이 필연 기술이라고 본 건 ①인공지능(AI)와 반도체 ②줄기세포와 유전자가위 ③기후와 에너지 기술이다. △편의성 △건강 욕구 △인류 생존이라는 세 가지 인간 본능 측면에서 봤을 때 꼭 필요한 기술이라고 분류했다.

카이스트 제공


우선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 중심에 있는 AI와 반도체 기술에 대해선 '희망적'으로 봤다.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 번째로 삼국지 속 천하삼분지계(天下三分之計)처럼 독자 영역을 구출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이유는 '독자적 포털'을 보유한 나라 가운데 하나라서다.

그는 "아직은 기술 격차가 좀 있고 자본이 약하지만, 우리에게는 '역사 의식'이란 게 있다는 게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일본이나 영국은 자국의 포털이 없기 때문에 AI 시장에서도 독자적으로 AI 세상을 구축하겠다는 생각을 못하는데, 우리는 우리만의 포털이 있기 때문에 우리 AI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까지 나아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AI의 주요 응용 분야로 '자율주행차'를 언급하면서 국내의 과도한 규제도 언급했다. 구글, 테슬라 등 미국 기업들이 자율택시를 운영하며 선도하고 있고, 중국 기업이 규제 없이 질주하는 가운데 한국의 경우 개인정보보호 한계나 과도한 규제로 제대로 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 총장은 "국내는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해 타인의 동의 없이 얼굴 사진을 찍으면 안 된다"면서 "근데 자율자동차가 지나가면 길가에 장애물을 볼 때마다 계속 사진을 찍어야 한다. 그게 다 법에 걸리기 때문에 현재는 카메라에 사람 얼굴이 들어오면 바로 모자이크를 넣는 방법을 쓰고 있다. 이래서는 경쟁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카이스트 제공


카이스트는 △AI와 반도체 기술을 위해서는 네이버와 인텔과 손을 잡고 있고, △유전자 가위 등의 기술을 위해서는 해외 연구소를 열 계획이다.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해선 인공 광합성 연구소를 세운다. 이 총장이 콕 집은 필연 기술을 위한 카이스트의 전략이다.

이 총장은 "올림픽 출전할 때 모든 선수들은 올림픽 규정을 따르지만, 이 기술 경쟁은 올림픽처럼 세계의 규정이 없고, 각자 나라의 규제에 따라간다"면서 "다들 간편한 복장으로 마구 뛰는데 우리만 한복 입고 뛸 수는 없다"면서 필연 기술을 위한 법 제도 개선을 강조했다.

그는 '규제 프리(free) 연구소'라는 대안도 제시했다. 이 총장은 "과거 마산 수출 자유 구역이 있었다"면서 "우리 전체를 다 바꾸기는 어려우니까 구역을 정해서 규제 없이 마음대로 실험할 수 있게 해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드론 시장의 80퍼센트를 차지하는 기업이 중국의 DJI입니다. 사실 드론 기술은 별 게 아니에요. DJI도 홍콩 과기대 학생이 만든 회사인데 지금은 세계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카이스트도 드론을 날리려고 했어요. 그런데 드론을 날리려면 경찰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지금도 그래요. 게임이 안 되는거죠. 이건 일자리 몇 십 만개를 잃는 것과 같습니다. 규제 특별 지역이 있어야 하는 이유지요. 연구비 1조원을 더 주는 것보다 규제를 풀어주는 게 더 효과적입니다. 연구비 깎으라는 말이 아니에요. 규제를 풀어주는 게 더 훨씬 효과적이라는 말입니다.(일동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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