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 탄탄 슈트핏·포마드 헤어 ‘마초美’ 현빈의 마력… 이 악역, 밉지만은 않네

이민경 기자 2026. 1. 28.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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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의 제임스본드라 불리는… ‘메이드 인 코리아’ 백기태 役 현빈
1970년대 중앙정보부 과장役
고문·살인·마약밀매 일삼지만
인간적공감 부르는 반전매력도
“배역 맞춰 운동하고 13㎏ 증량
멋진 캐릭터 별명 갖게돼 기뻐
매번 새 얼굴 끄집어내주시는
우민호 감독님께도 매우 감사”
배우 현빈이 연기한 백기태는 분명 악인이지만 마냥 미워할 수 없는 매력을 뿜어낸다.

“백기태를 두고 한국의 대부(알 파치노)다, 제임스 본드다, 이렇게 말씀해주시니 기분이 좋아요. 모두 멋진 캐릭터들인데, 시청자들이 기태한테서도 마음에 드는 부분을 발견하셨다는 뜻이니까요.”

고문, 살인, 마약 밀매업. 1970년대에 오로지 자신의 성공을 위해 ‘애국’이라는 그릇된 신념으로 질주하는 중앙정보부 과장 백기태는 명백한 악역이다. 그럼에도 디즈니+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 시리즈를 보는 시청자들은 매회 백기태가 꺾이지 않기를 염원하며, 기태의 시선에서 극을 따라간다.

시즌1(6부)을 마무리하고 현재 시즌2(6부·하반기 공개예정) 촬영 중에 있는 ‘메이드 인 코리아’는 우민호 감독이 송강호 주연의 영화 ‘마약왕’(2018)과 이병헌이 연기한 김재규 부장을 내세웠던 ‘남산의 부장들’(2018)의 설정을 버무린 새로운 픽션이다. 제목 ‘메이드 인 코리아’는 국산 마약을 말하는가 싶지만, 사실은 악역이자 주인공인 백기태를 은유하는 말. ‘1970년대 한국 사회에서 만들어진 괴물’이라는 강렬한 캐릭터를 화면 위에 실체화시킨 배우 현빈을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악역 자체가 처음이다. 우 감독은 지난해 영화 ‘하얼빈’에서 안중근 의사로 그를 기용하더니, 곧바로 180도 다른 배역을 맡겼다. 현빈은 “우민호 감독님이 저에게서 자꾸만 새로운 얼굴을 끄집어내려고 해주셔서 기쁘다”고 답했다.

여자 주인공과의 달콤한 로맨스는 전혀 없이, 권력욕으로 똘똘 뭉친 수컷들의 세계에서 군림하는 기태는 그동안 현빈이 연기한 어떤 캐릭터보다도 마초적이다. 압도적인 신체능력뿐만 아니라 약삭빠른 계산능력까지, 그야말로 ‘문무를 갖췄다’는 평이다. 현빈은 “단순한 악역이 아니라서 매력을 느꼈다. 이 인물의 결정에 공감이 가면서도, 어느 지점에서는 확 멀어지기 때문에 연기하면서도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권력의 최정점을 향해 질주하는 기태를 번번이 막아서며 방해하는 장건영 검사가 등장한다. 선배 배우 정우성이 연기한 장건영은, 평소 대중이 현빈에게 손쉽게 덧씌우는 선하고, 정의로운 인물의 전형이다.

“감독님이 백기태 역을 주셨기 때문에, 장건영 역에 대해서는 생각해 볼 틈이 없었어요. 기태를 어떻게 표현할까 나름 계산을 많이 했기 때문에 제 머릿속은 충분히 바빴죠.”

디즈니+ ‘메이드 인 코리아’에서 완벽한 슈트핏으로 1970년대 중앙정보부의 서늘한 권력욕을 보여준 현빈.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시즌1(6부)과 시즌2를 시간 차를 두고 공개하는 ‘메이드 인 코리아’에서 주인공 기태는 굵직하게 변화해나가는 인물을 구축해야 했다. 일단 1부에서는 반전 매력을 표현하는 데 공을 들였다. 불량하고 오만하게 껌을 씹다가도 어린아이에겐 다정하게 눈을 맞춰 말을 건네고, 비행기를 납치한 혁군파(1화 참고)를 무력으로 제압했다가도 이내 담배를 나눠 피우는 소탈한 모습 등이 대표적이다. 현빈은 “기존 영화나 드라마의 캐릭터를 참고한 것은 없고, 완전히 오리지널 캐릭터”라고 말했다.

근육질 몸매에 포마드를 바른 매끈한 머리카락, 칼각 잡힌 양복. 백기태의 외적인 이미지는 현빈이 주도해 디자인했다. “어느 때보다 슈트핏에 신경 썼어요. 감독님은 따로 주문이 없었지만 제가 증량을 하기로 마음먹었죠. 13㎏ 정도를 올렸어요. ‘하얼빈’ 때 온몸에서 근육을 쫙 빼느라 1년 넘게 운동을 쉬어서 다시 초반에 꽤나 고생했습니다.”

증량의 과정을 바로 옆에서 지켜본 아내이자 동료 배우 손예진도 이번 ‘메이드 인 코리아’ 속 기태를 보면서 그에게 ‘배우 현빈의 새로운 얼굴을 보았다’고 인정했다고 한다.

“예진 씨와 저는 결혼하기 전에도 서로의 연기를 응원하고 좋아했어요. 그 점이 결혼 후에 바뀐 것은 없어요. 다만 이제 아이가 생겼기 때문에 ‘아빠가 이렇게 좋은 연기를 한 배우야’라는 말을 할 수 있게 더 당당해지고 싶어요.”

반면, 선한 역할임에도 악역의 기태보다 저평가되는 장건영 역의 정우성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그는 “모든 배우는 배역을 소화하고 보여드리기 위해 부단히도 많은 고민을 하고 노력을 한다”며 “반응이 그렇게 나오는 걸 누구보다 선배님이 직시하고 많은 고민을 하실 거라고 생각한다”고 어렵게 입을 뗐다.

그러면서 기태와 막냇동생 기현(우도환)의 흡사 부자 관계 같은 형제 관계 묘사는 정우성이 준 아이디어에서 만들어졌다고 전했다. “저는 1970년대를 잘 모르는데, 선배님이 그 시절은 큰형과 막냇동생의 관계가 아버지와 아들 관계 이상으로 엄하고 거리감이 있었다고, 그렇게 기태와 기현을 표현하면 재밌겠다고 하셨죠.”

기태와 같은 강렬한 캐릭터들이 백가쟁명 하는 ‘메이드 인 코리아’의 미덕은 시대를 타지 않는 ‘질문’에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 이야기는 50여 년 전을 배경으로 하지만, 그릇된 욕망을 가진 인물들은 현재에도 있어요. 심지어 한국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얼마든지 있을 법한 얘기죠. 어떻게 사는 것이 옳은가, 글로벌 시청자 모두가 고민해 볼 질문입니다.”

이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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