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칠흑 속 움직이는 물체 초고해상도 촬영… 판독능력 기존 3.4배

이준기 2023. 1. 25.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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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우연, 다목적실용위성 7호 탑재 '30㎝급 카메라' 막바지 시험
미국·프랑스 이어 세번째로 독자기술 확보… 하반기 발사 예정
하반기 발사되는 다목적실용위성 7호 전자파시험 모습. 항우연 제공
30㎝급 초고해상도 카메라를 탑재해 하반기 발사되는 '다목적실용위성 7호' 상상도. 항우연 제공
국내 연구진이 세계에서 세 번째로 독자 기술로 개발한 30㎝급 초고해상도 광학 카메라와 적외선 카메라, 제어모멘트자이로(CMG) 등을 싣고 하반기에 발사될 예정인 다목적실용위성 7호 모습. 항우연 제공

대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정밀대형위성시험동을 가다

"다목적실용위성 7호는 국내 연구진이 미국, 프랑스에 이어 세계 세 번째로 자체 개발한 30㎝급 초고해상도 카메라를 탑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지난 19일 대전 유성구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내 정밀대형위성시험동.

여러 명의 연구원들이 설 명절 연휴를 앞두고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한 30㎝급 전자광학카메라(AEISS-HR)가 정상 작동하고 설계한 성능을 내는지 막바지 시험을 하고 있었다. 하얀색의 방진복으로 갈아 입고 에어샤워 시설을 거쳐 들어간 시험동은 정전이라도 된 듯 온통 깜깜했다.

손전등의 불빛을 따라 시험동 안으로 더 들어가자 방진복을 입은 연구원들이 길이가 족히 5m는 돼 보이는 광학카메라 주위를 오가며 테스트를 하느라 분주했다. 이날 시험은 광학카메라가 발사 이후 우주환경에서 제대로 작동하며 영상이 잘 찍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이응식 항우연 위성탑재체개발부 책임연구원은 "지금 하는 시험은 '영상 체인시험(퀵 룩)'으로 불리는데, 카메라 앞에 특정 이미지와 글씨를 TV 속 자막처럼 연이어 흘려 보내주면 광학카메라가 이를 인식해 촬영한 후, 영상으로 생성할 수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달 말까지 시험을 마치면 카메라 관련 테스트는 모두 끝나고, 이후엔 위성 본체와 탑재체를 조립해 종합시험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30㎝급 초고해상도 카메라는 올 하반기에 발사 예정인 다목적실용위성 7호에 탑재되는 핵심 장비다. 해상도 30㎝는 촬영된 사진 픽셀(하나의 점)의 가로, 세로 길이가 30㎝라는 의미다. 이 해상도는 소형차, 트럭 등의 차량 종류 식별이 가능한 수준이다. 사람들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드문드문 있을 때는 사람도 구별해낼 수 있다. 이는 우리나라가 지금까지 발사한 위성 중 가장 뛰어난 해상도를 자랑하는 55㎝급 다목적위성 3A호보다 판독 능력이 3.4배 향상된 것이다.

시험동 안의 모든 불이 꺼지고 영상 체인시험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카메라 렌즈 앞에 태극기 모양과 항우연 로고, RGB(빨간색·녹색·파란색) 컬러 이미지를 비롯해 다목적실용위성 7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의 글자를 화면 왼쪽에서 오른쪽 방향으로 흘려보내자 카메라가 순식간에 촬영했다. 촬영된 영상은 컴퓨터로 전송됐고, 연구원들은 모든 이미지가 제대로 찍힌 것을 확인한 후 반복 테스트에 들어갔다.

다목적위성 7호는 지난 2012년 발사된 70㎝급 다목적위성 3호의 후속 위성으로, 위성 시스템과 본체뿐 아니라 카메라를 포함한 탑재체도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됐다. 특히 그동안 위성용 카메라를 해외 협력을 통해 개발했던 것과 달리, 이번 30㎝급 카메라는 고도의 기술력을 필요로 함에도 자체 기술로 설계·제작했다.

기술적 난이도가 높은 30㎝급 광학위성 카메라 기술을 개발한 국가는 미국, 프랑스에 이어 우리나라가 세 번째다. 미국의 디지털 글로브사가 2014년 발사한 '월드 뷰-3' 위성이 30㎝급 카메라를 탑재해 상용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프랑스도 3년 전에 같은 해상도의 위성을 쏘아 올렸다. 우리나라가 하반기에 다목적위성 7호 발사에 성공하면 세계에서 세 번째로 30㎝급 초고해상도 위성 카메라를 보유한 국가 반열에 올라서게 된다.

이 책임연구원은 "처음부터 모든 것을 우리 기술로 개발해야 하다 보니 설계부터 개발, 제작, 시험 등 모든 과정이 고난의 연속이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부품 제작과 조달에도 어려움이 컸다"며 "수 차례에 걸친 위성 카메라 개발 경험과 노하우, 연구진의 땀과 노력이 더해진 덕분에 막바지 시험까지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다목적위성 7호에는 적외선 카메라와 제어모멘트자이로(CMG) 기반의 고기동 자세제어 시스템도 적용된다. 제어모멘트자이로를 통해 8∼9번까지 자세변경이 가능하다 보니 1회 특정 지역을 촬영할 때 다양한 목표지점 촬영이 가능하다.

기존 다목적위성 3A호는 반작용 휠을 사용해 특정 지역 촬영 시 3번만 자세 변경이 가능했다. 보다 광범위한 위치에서 촬영한 영상을 획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와 함께 영상처리 속도와 분석능력을 높이는 기술을 대거 적용해 국내 독자 개발 위성 중 최고 사양의 위성영상 서비스가 가능할 전망이다. 다목적위성 7호 개발에는 2016년부터 총 3100억원이 투입됐으며 시스템, 본체, 탑재체 등의 설계·조립·시험·검증 등 모든 과정이 국내에서 우리 기술로 이뤄졌다.

이상률 항우연 원장은 "다목적위성 7호가 성공적으로 발사되면 30㎝급 광학카메라와 적외선 센서를 통해 재해·재난, 국토 자원, 환경 감시, 국가 안보 등에 활용할 수 있는 세계적 수준의 고품질 위성 영상을 공공과 민간 등에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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