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 최대 IT 행사 ‘드림포스’ 가보니] “AI 비서 내년까지 10억 개 활성화”… 세일즈포스, 기업용 AI 출사표
“인공지능(AI)을 ‘DIY(Do It Yourself·직접 제작)’ 하려고 하지 말라. 기업을 위해 우리가 대신 AI를 만들어주겠다. 본업에만 집중하라는 뜻이다.”
마크 베니오프 세일즈포스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9월 17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막한 연례행사 ‘드림포스 2024(Dreamforce 2024)’ 기조연설 중 최신 AI 협업 솔루션 ‘에이전트포스(Agent-force)’를 처음 공개하며 이같이 강조했다. 에이전트포스는 자연어(일상 언어)로 손쉽게 ‘에이전트’라고 불리는 AI 비서를 구축하는 플랫폼이다. 복잡한 코딩 작업이 필요 없다. 각 기업은 고객 상담, 직원 교육, 현장 보안 등 니즈에 맞게 다양한 AI 비서를 만들어 업무에 투입할 수 있다. 베니오프 CEO는 “오늘날 기업은 업무 시간의 41%를 비효율적인 일에 낭비하고 있다”며 “이제 AI의 도움을 받아 기존 업무 수행 방식을 통째로 바꿀 때가 왔다”고 했다.
AI가 고객 응대하고 직원 교육까지 척척
에이전트포스는 올해 창사 25주년을 맞은 세계 최대 고객관계관리(CRM) 기업 세일즈포스의 야심작이다. 그간 기업의 ‘디지털 전환’에 집중해 왔다면, 이제는 ‘AI 전환’을 돕겠다는 구상이다. 베니오프 CEO가 “지난 25년간 세일즈포스가 선보인 여러 기술 중 가장 큰 혁신”이라고 말했을 정도다.
에이전트포스는 ‘로코드(Low-code) 플랫폼’이다. 이는 프로그래밍 관련 지식이 없어도 누구나 손쉽게 소프트웨어를 만들 수 있는 도구를 말한다. 덕분에 기업은 몇 번의 클릭과 자연어 기반의 프롬프트(명령어)를 입력해 AI 비서, 에이전트를 만들 수 있다. 특히 에이전트포스는 ‘아틀라스(ATLAS)’라고 불리는 세일즈포스의 AI 추론 엔진을 기반으로 한다. 구글과 오픈AI의 AI 모델보다 성능과 정확도가 두 배 더 뛰어나고,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AI가 만든 정보에 허위 정보가 포함되는 환각 현상)’ 문제도 적다는 게베니오프 CEO의 설명이다.
에이전트포스는 10월에 서비스될 예정이지만, 일부 기업이 에이전트포스를 사전 도입해 에이전트를 자체 운용 중이다. 가령 ‘디즈니’는 테마파크 디즈니월드에서 관람객의 이동 동선을 구축하는 에이전트를 만들었다. 관람객의 현재 위치를 기준으로 인근 놀이기구의 대기 시간, 과거 탑승했던 놀이기구의 만족도 등을 고려해 최적의 관람 동선을 짜준다. 미국의 백화점 체인 ‘삭스 피프스 애비뉴(이하 삭스)’는 고객 응대 에이전트를 생성했다. 만약 고객이 삭스에서 구매한 옷에 불만을 제기하면, 에이전트가 과거 옷 구매 이력과 사이즈를 분석해 새로운 옷을 추천해 준다. 동시에 고객 근처 매장에 재고를 확보하도록 지시해, 고객이 언제든 제품을 가져갈 수 있도록 준비한다.
세일즈포스는 에이전트포스가 기업의 업무 효율성을 대폭 높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학술 출판사 ‘와일리’는 에이전트포스를 사전 도입한 뒤 사람이 직접 고객을 응대하는 것보다 문제 해결 속도를 40% 이상 높일 수 있었다고 한다. 대신 기존 인간 상담원은 더 복잡하고 어려운 고객 문제에 시간을 할애할 수 있다.
내부 직원 교육에도 에이전트포스를 활용할 수 있다. 이를테면, 영업 담당 직원이 고객을 더 쉽게 설득할 수 있도록 에이전트가 모의 면접을 진행해 줄 수 있다. 이후 직원이 잘했던 점과 개선할 점을 정리해 알려준다. 실전에서도 에이전트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데, 고객이 ‘경쟁사와 차이점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에이전트가 실시간으로 필요한 내용을 정리해 귀띔해 준다. 베니오프 CEO는 “단순히 인간의 업무를 도와주는 것을 넘어 스스로 생각하고 움직이는 에이전트의 ‘능동성’이 기존 챗봇이나 코파일럿(챗봇보다 성능이 개선된 AI 도우미)과의 차별점”이라고 강조했다. 세일즈포스는 2025년까지 10억 개의 에이전트를 활성화하겠다는 계획이다.
AI 주도권 경쟁 가세⋯ 구글·엔비디아와 동맹
드림포스는 샌프란시스코에 기반을 둔 세일즈포스가 주최하는 지역 최대 행사다. 한 해 성과와 더불어 미래 비전을 공개하는 자리다. 올해는 9월 17일부터 19일까지 사흘간 샌프란시스코 최대 전시장 ‘모스콘센터’에서 열렸다. 미국 포천 500대 기업 90% 이상을 고객사로 두고 있는 만큼, 전 세계 고객사와 투자사 관계자 등 4만5000명이 이곳을 찾았다.
올해 드림포스를 관통하는 기술은 단연 ‘AI’였다. 세일즈포스는 축구장 25개 크기의 모스콘센터(약 18만5806㎡)를 통째로 빌려 곳곳에 강연장뿐 아니라 슬랙과 태블로 등 세일즈포스의 다양한 업무 협업 프로그램에서 AI가 어떻게 구동되는지 확인할 수 있는 전시 공간을 마련했다. 또 방문객이 나만의 에이전트를 직접 개발하고 체험할 수 있는 체험 공간도 준비해 뒀다.
세일즈포스는 에이전트포스를 행사 현장 관리에도 활용했다. 에이전트가 직접 폐쇄회로(CC)TV를 통해 행사 현장을 살피다가 수상한 인물을 발견하면 즉시 인근 안전 요원의 스마트폰으로 알림을 보내 통제하는 식이다. 세일즈포스 관계자는 “관람객 이동을 방해하는 장애물까지 에이전트가 먼저 발견하고 현장 직원에게 조치하도록 안내했다”며 “에이전트의 활용 분야가 무궁무진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강조했다.
세일즈포스는 앞으로 AI 혁신을 주도하는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계획이다. 올해 행사에서 5억달러(약 6648억원) 규모의 새로운 AI 펀드 조성 계획과 함께, AI 역량 강화를 위해 엔비디아·구글·IBM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는 소식을 발표한 배경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오픈AI의 동맹처럼 AI 시장 선점을 위한 합종연횡에 동참하는 모양새다. 손부한 세일즈포스 코리아 대표는 “자율주행 로보택시(무인 택시) 웨이모의 등장이 신선한 충격을 안겨줬던 것처럼, 새로운 AI 기술이 적용된 세일즈포스의 이번 솔루션도 고객사에 혁신적인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Plus Point
올해 드림포스 찾은 AI 거물은 누구?
올해 드림포스에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해 테크 업계 거물들도 대거 참석했다. 황 CEO는 베니오프 CEO와 대담에서 “앞으로 10년 내 AI 기술이 폭발적으로 발전하면서 과학, 교육, 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이 일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세일즈포스가 공개한 에이전트를 언급하며 “신입사원으로 에이전트가 입사해 기업과 인간의 업무를 보조하고 우리가 예상하지 못했던 업무까지 스스로 처리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AMD의 리사 수 CEO는 스스로를 ‘AI의 열렬한 신봉자(big believer)’라고 칭했다. 그는 “챗GPT 등장으로 이제 AI 기술을 언제 어디서나 사용하는 ‘유비쿼터스 AI’ 시대가 왔다”며 “인터넷, PC, 모바일 등 이전 기술 트렌드를 능가하는 기술이 바로 AI”라고 했다. 특히 AI 분야에서 기업 간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는데, “어떤 한 기업이 AI를 완전히 장악할 순 없다. 앞으로 기업 간 파트너십이 더 중요해질 이유”라고 말했다.
AI의 무분별한 사용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저명한 환경 운동가인 제인 구달 박사도 드림포스를 찾아 “AI 기술이 기후변화 데이터를 분석하고 생물 다양성을 보호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지만, 자연에 대한 존중 없이 남용된다면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AI는 도구일 뿐, 그것을 사용하는 인간의 선택이 중요하며 자연을 더 잘 이해하고 보호하는 데 AI를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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