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내 AI NPC, 어떻게 발전해야 할까?

AI(인공지능) 기술의 발전과 함께 게임 내 NPC의 정체성에 대한 새로운 정의와 역할 변화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 채지훈 연구원(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석사과정)
21일 디그라(DiGRA) 한국학회가 제1회 정기 학술대회를 연세대학교 성암관에서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Games and Life Lab 도영임 교수, 채지훈 연구원이 NPC의 정체성에 대해 논했다. 이어 AI 기술 발전에 따라 NPC가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지를 예측했다.

NPC는 Non-Player Character의 약자다. 단순 의미론 플레이어가 조작하지 않는, 게임 내에서 특정 역할을 수행하는 가상의 캐릭터다. 기본적으로 NPC는 플레이어의 게임 경험을 위해 존재한다. 플레이어의 상상력을 확장하고, 플레이 경험을 더욱 풍부하고 생동감 있게 만든다.

채지훈 연구원 초기(1970~1980) NPC는 사전에 정의된 패턴만 반복했으나, 기술 발전에 따라 플레이어의 경험을 확장하는 존재로 발전했다고 짚었다. 90년대 이후 게임 내 상호작용을 이끄는 기능적 NPC가 등장했다. 채 연구원은 "NPC는 단순한 오브젝트가 아니라, 게임 내 상호작용을 이끄는 캐릭터로 발전했다"며 "또한, 게임에서 비선형적 내러티브가 중요해지면서 NPC는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변화하는 존재로 자리 잡았다"고 설명했다.

2010년 이후 현재의 NPC는 더욱 정교한 기술을 통해 자율성과 학습 능력이 점차 강화되고 있다. 채 연구원은 "플레이어의 행동을 학습하고 반응하는 기술이 도입되면서 동적 상호작용이 가능해졌다"며 "단순한 조력자에서 벗어나 하나의 독립적인 캐릭터로서 역할을 수행하는 존재로 발전했다"고 짚었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NPC의 정체성은 '플레이어의 경험을 위한 존재'였다. 이에 채지훈 연구원 "빠르게 발전하는 AI 기술은 결국 게임 개발과 NPC에도 적용될 것이다"라며 "그렇다면, 앞으로 NPC는 더 다양한 역할을 수행할 뿐만 아니라, 정체성 또한 변화할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채 연구원은 최근 AI 기술 발전에 따라 NPC가 머신러닝과 자연어 처리 기술을 통해 '점점 더 인간과 유사한 상호작용을 수행하는 방향으로 진화 중'인 것에 주목했다. 그는 "NPC가 자율적이고 협력적인 존재로 변화할 경우, 게임 디자인의 원칙 자체가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예컨대 미래 NPC는 개발자가 정의하거나 규칙을 세워 만든 존재에서 벗어나 스스로 진화하고 자율적으로 성찰하며 선택하는 존재일 수 있다.

채 연구원은 △자율적 목표 설정과 의사결정 △동적 학습과 적응형 행동 △협력적 플레이 시스템으로 구분했다.

이전 NPC가 미리 설정된 목표를 수행했다면, 미래 AI NPC는 게임 내 환경을 분석하고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며, 플레이어와 공동 전략을 수행할 것이다. 과거 NPC가 동일한 조건에서 반복적으로 같은 행동을 수행하는 패턴을 보였다면, 미래 AI NPC는 실시간으로 플레이어의 전략을 학습하고 적응하여 행동을 바꿀 것이다. 또한, 과거 NPC가 수동적으로 플레이어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형태였다면 미래 AI NPC는 플레이어와 팀을 이루어 협력적으로 게임을 수행할 수 있다.

채 연구원은 "기존 게임의 '플레이어 주도적 경험'이 유지될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이 생긴다"며 "AI NPC가 플레이어와 동등한 수준의 자율성을 갖춘다면, 기존 플레이어 중심 게임 디자인 패러다임이 변화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AI NPC의 자율성 증대가 게임 디자인 원칙과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며 "플레이어 개입이 줄어들면 게임 경험의 본질적인 재미가 약화할 수 있으므로, 완전히 자율적인 AI NPC가 등장할 경우 개발자가 게임 세계를 어떻게 통제할 것인지에 대한 새로운 설계 방식이 필요하다"고 전망했다.

채지훈 연구원은 "AI NPC가 완전히 자율적인 존재가 될 경우, 플레이어의 역할이 약화하여 게임 자체의 의미가 감소할 수 있다"며 "AI NPC는 플레이어와 협력하는 방식으로 발전해야 하며, AI NPC가 인간 플레이어의 경험을 증진하는 방식으로 설계돼야 한다"고 제시했다.

그러면서 "AI NPC가 점점 더 복잡한 역할을 수행하게 됨에 따라, 게임 디자인에서 '플레이어 vs NPC'라는 기존 구도를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며 "NPC는 게임을 보다 몰입감 있고 풍부하게 만드는 보조적 요소로 작용해야 하며, AI 기술 발전이 NPC의 정체성과 역할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킨다고 해도, 게임 플레이의 중심은 플레이어라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