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5는 '찐'이었다! 넘사벽 내구성, 그 많던 쏘나타는 어디로?
매년 수십종 이상의 신차가 나오는 만큼 사라지는 차들도 많다. 이렇다 보니 20년 전에 생산된 자동차를 보기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현역인 차가 있다. 삼성자동차(현 르노코리아) 1세대 SM5가 그 주인공이다. 비슷한 시기에 등장했던 현대차 EF쏘나타나 기아 옵티마와 달리 지금도 도로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건 절대 '기분 탓'이 아니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2023년 3월 현재 국내에서 운행되고 있는 1세대 SM5는 4만2928대다. 비슷한 시기에 생산된 동급의 중형 세단 중 단연 압도적으로 많다. 1세대 SM5는 1998년부터 2005년까지 43만1033대가 판매됐는데, 이 중 10%가량이 지금까지 생존해 있는 셈이다.
같은 기간 판매된 EF 쏘나타와 비교하면 엄청난 생존율이다. EF 쏘나타는 당시 중형차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는데, 1998년부터 2005년까지 총 66만9200대 팔렸다. 그러나 현재 운행되는 차량은 겨우 1만3353대로, 1.99%에 불과하다. SM5와 비교하면 5분의 1 수준이다.
K5의 전신인 옵티마는 더욱 심각하다. 2000~2005년 동안 18만4088대가 판매됐는데, 현재까지 도로를 달리는 숫자는 1032대(0.56%)다. EF쏘나타와 많은 부분을 공유한 모델임에도 불구하고 유독 남아있는 개체수가 적다.
SM5가 유독 많이 남아있는 이유는 내구성 중심의 설계와도 연관 있다. 1세대 SM5는 당시 국산 중형차에선 처음으로 백금 점화플러그와 타이밍 체인을 적용했다. 검증이 끝난 닛산의 VQ엔진과 아이신 4단 변속기도 쏘나타와 옵티마 대비 우위였고, 아연도금 강판을 써서 당시 국산차들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됐던 부식 문제에서도 비교적 자유로웠다.
이렇다 보니 SM5의 중고차 시세도 동급의 중형차보다는 다소 높게 형성되어있다. 엔카닷컴에 따르면 EF쏘나타의 중고가는 280~400만원 선이며, SM5는 120만원대부터 570만원대까지의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EF쏘나타 등록 매물이 8대(뉴 EF쏘나타 포함)인 반면, SM5는 40대가 판매되고 있다.
중고차 업계 관계자는 "1세대 SM5는 고장이 적어서 운전 연습용이나 단순 출퇴근용으로 인기가 높고, 같은 조건의 다른 중형차보다 가격도 비싸다"면서 "매물이 많이 등록되어있다는 건 그만큼 딜러들이 많이 매입했다는 뜻인데, 팔지 못할 차라면 굳이 매입해올 이유가 없지 않나"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