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이 예멘 후티 반군의 공격을 받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에 공중급유기를 보내 방공 작전을 돕기로 했다. 홍해 항로가 막히면 영국 내 생활비 부담도 커질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21일(현지시간) BBC방송에 따르면 앤디 버넘 영국 총리는 이날 친이란 성향의 후티 반군 공격에 대응해 사우디에 "방어적 공중급유" 지원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버넘 총리는 사우디의 군사 지원 요청에 따른 것으로, 웨스 스트리팅 국방장관과 에드 밀리밴드 외무장관의 조언을 받아 승인했다고 설명했다. 지원은 수일 안에 시작될 것으로 알려졌다. 키프로스의 영국 공군(RAF) 아크로티리 기지에 배치된 보이저 공중급유기 1대가 투입될 예정이다.

"방어적 지원의 범위"
영국 당국자들은 방어적 지원을 날아오는 후티 미사일과 드론을 격추하는 사우디 공군 전투기를 돕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중급유기가 있으면 요격 임무에 나선 전투기가 기지로 돌아가지 않고 공중에서 대기 시간을 늘릴 수 있다. 영국 정부 관계자들은 이번 지원이 기한이 정해진 것으로, 우선 수주 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직접 공격이 아니라 요격 지원에 국한한다는 선을 분명히 그은 셈이다.

"보이저 9대 중 1대"
보이저는 영국 공군이 핵심 전력으로 운용하는 기종으로, 군 등록 8대와 민간 등록 1대를 합쳐 9대 규모다. 공군은 필요할 경우 군용으로 불러들일 수 있는 5대를 추가로 확보하고 있다. 이번에 투입되는 1대는 전체 전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지만, 중동 지역 작전에 영국 자산이 직접 들어간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있다. 아크로티리 기지는 영국이 중동 작전 시 거점으로 활용해온 곳이다.

"생활비와 홍해 항로"
후티 반군은 사우디가 지원하는 예멘 정부와 내전을 벌이고 있다. 후티는 최근 며칠 사이 사우디 수도 리야드와 홍해 연안 에너지 시설을 드론과 탄도미사일로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최근에는 홍해 관문인 전략 항구도시 모카와 페림섬도 장악했다. 버넘 총리는 유엔총회 참석차 뉴욕으로 향하는 길에 이번 결정을 생활비 압박과 연결 지으며 "우리는 이 통로들을 열어둬야 하며, 그래서 요청에 동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의 이번 결정은 전투 참가가 아니라 요격 지원이라는 좁은 범위로 설계됐다. 다만 홍해 항로 차단이 유가와 물가로 직결된다는 논리가 전면에 나오면서, 유럽 국가들의 중동 개입 명분이 안보에서 경제로 옮겨가는 흐름도 함께 드러났다. (사진 출처=이데일리·AFP, 다음 이미지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