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프로농구 역대급 비시즌 트레이드가 터졌다. BNK는 우승 후보로 도약했고, 신한은행은 미래를 선택했다. 같은 딜, 전혀 다른 계산.

2026년 5월 21일, WKBL 오프시즌의 첫 번째 대형 거래가 공식 확정됐다. 부산 BNK 썸과 인천 신한은행 에스버드가 국가대표 포워드 최이샘을 중심으로 한 트레이드에 합의한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선수 한 명과 영건 가드 한 명, 드래프트 지명권 스왑권을 맞바꾼 간단한 거래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딜 안에는 두 구단의 향후 3~5년 청사진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누가 이긴 트레이드인지를 묻기 전에, 두 팀이 각각 무엇을 원했는지를 먼저 이해해야 한다.
이번 트레이드의 씨앗은 이미 지난해부터 뿌려져 있었다. 최이샘은 신한은행 이적 후 두 시즌 연속 기대 이하의 성적에 머물렀고, 시즌 도중부터 구단 측에 이적 의사를 공식적으로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BNK 역시 지난해 신한은행과 최이샘 트레이드를 논의한 바 있었지만 당시엔 조건이 맞지 않아 무산됐다. BNK 관계자는 "1년 전 트레이드가 성사됐다면 지난 시즌 성적에도 영향이 있었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내비치기도 했다.
올 시즌 정규리그 종료 후인 4월 중순, 신한은행이 먼저 BNK에 협상을 제안하며 본격적인 줄다리기가 시작됐다. 협상은 한 달 넘게 이어졌다. 초기 신한은행은 국가대표 포워드의 몸값에 걸맞은 더 큰 대가를 원했고, BNK는 기존 핵심 자원을 내주지 않으려 버텼다. 결국 최이샘이 BNK 이적 과정에서 연봉 삭감을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협상의 물꼬가 트였다. 삼각 트레이드로 확대될 수 있다는 루머도 돌았지만, 양 구단은 심수현과 2026~2027시즌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 스왑권이라는 핵심 조건으로 협상을 마무리했다.

최이샘의 직전 시즌 보수 총액은 3억 5천만원(연봉 3억+수당 5천만원)이었던 반면, 신한은행이 돌려받는 심수현의 연봉은 3천 5백만원 수준이다. 단순 계산으로만 봐도 BNK가 약 3억 1천 5백만원의 추가 샐러리를 떠안게 된 셈이다.
문제는 BNK의 샐러리캡 여력이었다. 지난 시즌 BNK의 샐러리캡 소진율은 99.4%. 총 16억 8천만원 중 16억 7천만원을 이미 쓴 상태였기 때문에 최이샘이 합류하면 오버캡이 불가피한 구조였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BNK가 기존 자원 일부를 내보내는 추가 트레이드를 단행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고, 실제로 복수의 구단이 BNK에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BNK의 답은 명확했다. 최이샘이 직접 페이컷을 수용하고,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한 기존 선수들의 연봉도 하향 조정함으로써 기존 로스터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덕분에 안혜지·이소희·박혜진·김소니아·최이샘으로 구성된 '판타스틱5'라는 국내 선수진이 완성됐다. 여기에 아시아쿼터로 검증된 센터 타니무라 리카와 NCAA 명문 듀크·노트르담 대학 출신 장신 가드 바네사 데헤수스까지 영입을 마친 상태다.

최이샘의 신한은행 2시즌 성적을 보면 이적 배경이 더 명확해진다. 2024~2025시즌에는 17경기 평균 26분 55초를 소화하며 8.3점·5.35리바운드를 기록했으나, 2025~2026시즌에는 29경기 출전에도 평균 출전 시간이 20분 15초로 줄고 득점은 4.7점까지 떨어졌다. 이는 본인 커리어에서 데뷔 4년 차(4.4점) 이후 가장 저조한 수치였다. 우리은행 왕조 시절 공수 겸장형 포워드로 이름을 날렸던 최이샘에게 신한은행에서의 2년은 분명 아쉬운 시간이었다.
필자의 시각에서 이번 트레이드의 진정한 승자를 꼽으라면, 단기적으로는 BNK, 장기적으로는 신한은행이라고 본다. 그러나 더 흥미로운 지점은 두 팀 모두 '원하는 것'을 정확히 가져갔다는 데 있다.
BNK 입장에서 최이샘은 단순한 전력 보강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지난 시즌 BNK의 가장 큰 약점은 주전 3인(안혜지·이소희·박혜진)의 출전 시간 과부하였다. 세 선수 모두 시즌 평균 출전 시간 상위 4위 안에 들었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최이샘의 합류는 박혜진의 체력 안배를 가능하게 하고, 포워드 라인의 두께를 확실히 더해준다. 여기에 챔피언 결정전 우승 경험(2024~2025시즌)이 있는 팀이 더욱 강화됐다는 점에서, 다음 시즌 디펜딩 챔피언 KB국민은행을 상대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도전자로 부상한 건 분명한 사실이다.

반면 신한은행의 계산은 냉정하다. 그간 신한은행은 드래프트에서 꾸준히 상위권 유망주를 지명해왔으면서도(2020년 이다연·2021년 변소정·2022년 심수현·2023년 허유정·2024년 홍유순·2025년 이가현), 정작 FA 시장에서는 베테랑 영입 대가로 1라운드 자원을 반복해서 내줬다. 확실한 우승 경쟁력도, 탄탄한 미래 설계도 갖추지 못한 어정쩡한 상태가 지속됐다. 이번 트레이드는 그 고리를 끊는 첫 번째 선택이다. 드래프트 1순위 스왑권을 확보한 신한은행은 고교 최대어로 꼽히는 가드 유망주 임연서를 비롯해 재일동포 유망주까지 폭넓은 후보군을 검토 중이다. 3년 연속 1순위 신인을 지명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든 것은, 리빌딩 팀으로서의 방향성을 처음으로 명확하게 선언한 것과 같다.
이 트레이드가 WKBL 팬들의 이목을 끄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단순한 선수 교환이 아니라, 두 구단이 각자의 현실을 직시하고 내린 구조적 선택이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 이기겠다'는 BNK와 '3년 후를 바라본다'는 신한은행. 이 두 갈림길이 한 장의 트레이드 계약서 위에서 교차한다. 당장의 성적만으로 이 딜의 승패를 평가하는 건 이르다. 2~3년 뒤 두 팀이 어디에 서 있는지가 이 트레이드의 진짜 성적표가 될 것이다.
BNK는 5월 31일 전 선수 소집을 앞두고 있다. 새 코칭스태프와 신규 영입 선수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첫날, '판타스틱5'의 케미스트리가 얼마나 빠르게 맞아떨어질지가 다음 시즌 BNK의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다. 그리고 신한은행의 새판짜기가 임연서 지명으로 완성될지, 아니면 또 다른 변수를 만날지도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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