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美 도난 신고 상위권…"절도 챌린지 탓"
현대차와 기아의 모델 3종이 지난해 미국에서 가장 많이 도난당한 차량 1~3위를 차지했다.
10일(현지시간) 미 비영리기관 전미보험범죄국(NICB)에 따르면 작년 현대차의 엘란트라, 쏘나타와 기아 옵티마가 미국 내 도난당한 차량 1~3위를 차지했다.
NICB는 경찰에 신고된 도난 건수 분석 결과 엘란트라 약 4만8000건, 쏘나타 4만3000건, 옵티마 3만건 이상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NICB는 해당 차량의 도난 건수가 미국 내 판매량이 가장 높은 차량 모델 중 하나인 쉐보레 실버라도 1500 픽업트럭의 약 2만4000건과 비교되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 밖에도 기아 쏘울, 기아 포르테, 기아 스포티지도 도난 상위 모델 10위 안에 들었다. 이로써 총 6개의 현대차그룹 차량 모델이 미국 내 도난 건수 10종 안에 들었다.
NICB는 미 국가범죄정보센터(NCIC)를 통해 경찰에 신고된 도난 건수를 수집해 매년 관련 자료를 내놓는다.
최근 몇 년 동안 틱톡을 중심으로 소셜미디어(SNS)에서 현대차·기아 구형 모델을 쉽게 훔치는 방법을 알려주고 이를 인증하는 ‘기아 챌린지’가 유행하면서 이들 차량을 노린 절도 행위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대부분의 절도범들은 훔친 차를 고속도로나 길가에 버려두고 달아난다.
기아 챌린지의 표적은 자동차 절도 방지 시스템인 ‘엔진 이모빌라이저’와 ‘푸시 버튼’ 시동 장치가 없는 구형 현대·기아차다. 엔진 이모빌라이저가 있는 차량은 열쇠 손잡이에 특수 암호가 내장된 칩을 갖춰서 자동차 키를 꽂아야지만 잠금장치가 해제되고 시동이 걸린다. 그러나 2011년부터 2021년까지 제작된 일부 기아차 모델과 2015년부터 2021년 사이 생산된 현대차 일부 모델은 엔진 이모빌라이저를 갖추고 있지 않다.
미 고속도로손실데이터연구소(HLDI)가 올해 초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작년 상반기 기준 구형 현대차 및 기아 차종 모델의 도난 건수는 2020년 동기 대비 1000% 폭증했다. HLDI는 엔진 이모빌라이저와 푸시 버튼이 없는 차량이 연식은 비슷하지만 해당 장치를 갖춘 차량보다 도난당할 가능성이 두 배 더 높다고 설명했다. HLDI에 따르면 이러한 챌린지가 유행하며 2020년 이후 현대차·기아 차량에 대한 도난 신고가 증가함에 따라 보험금 청구 건수도 늘어났다.
올 초 현대차·기아는 미국에서 차량 도난과 관련된 집단소송을 해결하기 위해 900만명의 차량 소유주에게 최대 2억달러의 합의금을 지불하기로 했다. 또 도난 및 파손 차량에 대한 보상금을 제공하고 도난 방지 소프트웨어 설치, 스티어링 휠 잠금장치 배포 등 기타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발표했다. 기아는 미 전역 110만대 이상의 차량에 도난 방지 소프트웨어가 설치됐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130만대의 차량에 다양한 도난 방지 조치를 제공했다고 전했다.
제임스 벨 기아 대변인은 “이러한 상황에 대응해 기아는 범죄자들이 SNS에 널리 퍼진 절도 수법을 사용해 법을 위반하고 특정 차량 모델을 훔치거나 시도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차량 보안을 강화하기 위한 포괄적인 조치를 계속 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경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