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배 전 헌법재판관 “민주주의는 시민 주권의식·공무원 봉사정신으로 완성”

김화영 기자 2026. 4. 13.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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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은 왕이 아닙니다. 헌법의 통제를 받는 고위 공무원입니다."

11일 오후 부산 중구 부산민주공원 대강당(큰방). '탄핵 결정으로 본 민주주의'를 주제로 강연에 나선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헌법재판관)은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 역시 사법 심사의 대상이 된다"라며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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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11일 오후 부산 중구 부산민주공원 대강당에서 ‘탄핵 결정으로 본 민주주의’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김화영 기자 run@donga.com
“대통령은 왕이 아닙니다. 헌법의 통제를 받는 고위 공무원입니다.”

11일 오후 부산 중구 부산민주공원 대강당(큰방). ‘탄핵 결정으로 본 민주주의’를 주제로 강연에 나선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헌법재판관)은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 역시 사법 심사의 대상이 된다”라며 이렇게 말했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고도의 통치행위기에 사법 심사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논리를 폈던 윤석열 전 대통령의 주장에 오류가 있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정장 차림으로 무대에 오른 문 전 권한대행은 1시간 반 동안 쉼 없이 강연을 이어갔다. 강당 객석을 빼곡하게 채운 300여 명은 “민주주의는 시민의 주권 의식과 공무원의 봉사 정신으로 완성될 수 있다”라는 문 전 권한대행의 발언에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부산민주공원은 윤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 사건 선고 1주년을 맞아 이번 강연을 기획했다. 강연에 나선 이유에 대해 문 전 권한대행은 “피청구인(윤 전 대통령)이 재판 중 민주주의 본질에 관한 여러 의문을 제기했다. 판결에 관여한 헌법재판소의 재판관 중 한 사람이 민주주의를 어떻게 이해했는지 대중에게 설명하는 것이 의미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문 전 권한대행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유로 든 ‘국가 비상사태’ 역시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짚었다. 그는 “피청구인은 고위공직자 탄핵이 많아 국정이 마비됐다고 주장했지만, 당시 탄핵 소추는 검사와 방송통신위원장 등 2건에 불과했다”며 “이 정도로 국정을 운영하지 못한다면 오히려 무능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11일 오후 부산 중구 부산민주공원 대강당에서 ‘탄핵 결정으로 본 민주주의’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김화영 기자 run@donga.com
국회 예산 삭감으로 국정 운영이 어려웠다는 주장도 반박했다. 그는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당시에는 2024년 예산 집행이 이뤄지던 시점이었다”며 “전달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2025년 예산 감액한 것을 그 시점의 국정 마비 근거로 삼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야당(더불어민주당) 때문에 국정 운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판단했다면, 대통령은 비상계엄이 아니라 국민을 설득해야 했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2024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대패한 뒤 정상적인 지도자였다면 내 잘못이라고 반성하며 국정 운영 방향을 수정했어야 한다”며 “그럼에도 부정선거를 주장한 것은 매우 게으른 접근이었다”고 비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 결정문에 비해 윤 전 대통령의 결정문이 길었던 이유도 설명했다. 그는 “단순한 법 위반 사건이 아니라 민주주의 본질을 건드린 사건이었다”라며 “피청구인의 논리를 따라가더라도 계엄은 정당화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11일 오후 부산 중구 부산민주공원 대강당에서 ‘탄핵 결정으로 본 민주주의’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김화영 기자 run@donga.com
강연 이후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는 계엄이 조기에 해제될 수 있었던 이유를 물었다. 문 전 권한대행은 “시민이 국회로 모여 적극적으로 저항했고 군과 경찰도 명령 수행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영화 ‘서울의 봄’을 본 군인들이 쿠데타에 맞서는 역할을 맡은 정우성을 긍정적으로 인식한 영향도 있지 않겠느냐”라고 말해 객석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청소년이 건강한 민주주의 의식을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묻는 말에는 “부모와 교사가 미래를 안다는 전제로 진로를 강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정보를 제공하되 선택과 판단은 청소년에게 맡겨야 한다”고 답했다. 청년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는 “20대부터 정치에 나서는 사람이 많아져야 한다. 구의원부터 도전하는 청년이 많으면 좋겠다”라고 제안했다. 문 전 권한대행은 “본인은 정치 활동에 나설 계획은 전혀 없다”고 밝히며 강연을 마쳤다.

김화영 기자 r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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