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준모 칼럼] 경영권 분쟁, 공정한 정책이 필요하다

2024. 10. 24.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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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준모 연세대 교수·경제학

경영권 분쟁으로 기업이 흔들리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올해 경영권 분쟁 건수가 통계를 작성한 이후 최다라고 한다. 우리나라 기간산업을 담당하는 기업에서 엔터테인먼트 기업까지 다양한 기업에서 경영권 분쟁이 발생하고 있다.

'주주행동주의'라고 멋지게 포장된 머니게임 세력은 산업과 기업의 장기적 발전에는 관심이 없다. 작금의 경영권 분쟁이 기업을 감시하고 경쟁력 있는 경영자를 선발하는 과정으로 생각하는 것은 단순한 사고다. 좋은 기업일수록 경영권 분쟁에 휘말리게 된다.

과거 우리나라 기업들은 지배주주의 지분율이 높아 강건한 지배구조를 유지했었다. 지배주주의 지분율이 낮아지고 정치권이 개입하면서, 경영권 분쟁은 늘어나고 기업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더욱이 불공정한 의결권 분쟁 환경 속에서 경영권 분쟁으로 경제성장 동력이 희생되고 있다.

일자리를 만들고 경제를 성장시키는 동력은 기업이다. 성실하게 일하는 근로자, 비전을 갖고 기업과 평생을 함께한 경영자, 경제성장을 위한 합리적 정책을 입안하는 공직자 등 그동안 한국 경제의 고도성장을 이끌었던 핵심 주체가 사라지고 있다. 곳곳에 숨겨진 반기업 정책이 성장 공식을 해체하고 있다.

반기업 정서를 부추기는 정치가 기승을 부리면서 정치인들이 공정한 경쟁을 막고 머니게임 하는 사람들의 손을 들어 줄 가능성이 커졌다. 정치적으로 만들어진 제도와 규제가 정상적인 시장규율을 막는다. 일부 정치 세력과 투기꾼들이 결탁하여 기술 개발과 시장 개척으로 기업을 성장시키는 경영자들을 몰아내고 있다. 주가를 올린다는 명목으로 기업가 정신이 없는 재무 전문가가 인재를 무시하고 기업의 본질을 해치고 있다. 재무적 분식은 기업의 가치를 올릴 수 없다.

경영권 분쟁에 동원되는 사모펀드는 고객의 돈으로 지분 경쟁에 참여한다. 반면 기업을 성장시킨 경영인은 자신의 경영권을 방어하는 데에 여러 제약을 받는다. 대기업 지배주주와 특수관계가 있는 공익법인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은 의결권을 갖지 못한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금융보험사들도 자사가 보유하고 있는 국내 계열회사 주식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할 때 제한을 받는다.

공격하는 펀드 운영자들은 아무런 제약 없이 고객의 돈으로 지분 경쟁을 하고 승리하면 경영권을 독점한다. 일부는 펀드와 결탁해 경영권을 뺏을 수도 있다. 반면 경영권을 방어하는 수단들은 배임으로 오해받을 수 있고, 이를 사용한 경영자들은 각종 소송에 휘말리게 된다. 경영권을 지킨다고 해도 상처만 남는다.

더 심각한 문제는 국민연금의 개입이다. 국민연금기금은 가입자의 돈이 아니라 국민연금제도를 운영하기 위해 적립한 정부의 기금일 뿐이다. 국민연금 보험료는 원천적으로 공제된다. 법인이 보험료를 납부하지 못하면 무한책임사원이나 과점주주가 납부해야 한다.연금보험료는 세금과 똑같이 강제로 징수된다.

이러한 보험료와 운영 수익금으로 형성된 돈이 국민연금기금이다. 국민연금기금의 규모는 2003년 말 116.7조 원이었지만, 올해 7월 말 현재 1150.3조 원으로 급증했다. 정부가 막대한 국민연금기금으로 10% 이상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사기업의 수는 31개라고 한다. 이뿐 아니라 정부는 삼성전자를 비롯해 많은 기업의 경영권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헌법상 국가가 사영기업의 경영권에 개입할 수 없

이번 국감에서 정치인들이 국민연금기금을 이용해 경영권 개입을 주문하는 등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에 관심을 보였다. 국민연금이 중립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면, 국민연금이 경영진을 선정하는 일이 벌어진다. 이것은 헌법 위반일 뿐만 아니라, 정치인이나 공무원이 국민연금에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고, 기업이 정치화된다.

단기적 이익을 추구하거나 정치화된 세력이 경영권을 장악하면, 이들은 기업의 성장을 위한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핵심인력 감축 등 기업의 본질적 가치를 하락시킬 가능성이 크다. 머니게임으로 일반 투자자들과 진정한 기업인들이 경영권 분쟁으로 희생될 수 있다. 금융감독원도 경영권 분쟁과 연계된 투자의 위험성을 알리고 있다.

경제가 희생되기 전에 정부는 의결권 제한 등 불공정한 규제를 정상화해 경영권 분쟁의 공정한 틀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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