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진완 우리은행장이 반도체·2차전지·바이오·미래차·로봇·디스플레이 등 6대 핵심산업 분야를 선정하고 '선별적' 기업대출을 주문했다. 해외진출 중소기업들도 타깃으로 삼았다. 성장 가능성이 크고 부실 우려가 낮은 우량기업 위주의 여신을 확보하겠다는 것으로, 무리한 확장보다 수익성과 건전성을 두루 개선한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우량 기업여신 확대를 위한 '기업금융 이원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영업점 핵심성과지표(KPI)를 개편하고 특화채널을 신설해 신성장·우량기업에게 대출을 지원하는 것이 골자다.
앞서 우리은행은 올해 2월 보증서대출 연초 목표치 130% 초과 달성분도 지점 실적으로 인정되도록 KPI를 변경했다. 기존에는 목표치 130%를 넘는 보증서대출 실적은 KPI에 반영되지 않았다. 이번에는 기업대출 규모를 전년과 같은 수준만 유지해도 최고점을 주기로 했다. 과도한 영업을 지양하는 대신 우량 대출을 유치하면 확실한 보상을 하겠다는 뜻이다.
또 우리은행은 정부가 육성하는 6대 핵심산업 분야 신성장기업의 기업대출을 유치하면 KPI 평가에 가중치를 주기로 했다. 신성장기업은 정부 부처와 정책금융기관으로 구성된 '혁신성장정책금융센터'에서 선정하는 곳이다. 우리은행이 수익성을 챙기면서 국가 성장동력 구축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런 가운데 정 행장은 기업금융 특화 채널인 비즈프라임센터, 신성장기업영업본부에 적극적 영업을 강조했다. 비즈프라임센터는 주요 산업단지 중견·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종합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전국 8개 센터가 운영되고 있다. 신성장기업영업본부는 유망기업을 집중적으로 발굴하고 마케팅을 펼치는 조직이다.
정 행장은 차별화된 플랫폼 전략도 강화한다는 복안이다. 그는 10일 열린 포용적 금융 플랫폼 기자간담회에서 "중소기업들은 공급망·결제망·금융지원 등 핵심 인프라를 자체 구축하기가 쉽지 않아 우리은행이 금융권 최초로 공급망 금융 플랫폼인 원비즈플라자 서비스를 제공하게 됐다"며 "플랫폼 안에서 기업들이 상생해 포용성장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비즈플라자는 우리은행이 2022년 9월 선보인 디지털 공급망 금융 플랫폼으로, 올해 6월 말 기준 7만8000여 회원사를 두고 있다. 올해 회원사를 10만곳까지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또 우리은행은 6월 출시한 '원비즈e-MP' 서비스 1호로 한국항공우주(KAI)과 손잡고 항공우주산업 생태계 활성화도 지원한다. 이는 5월 우리금융그룹이 한국항공우주, 기술보증기금과 업무협약을 체결한 것에 따른 것이다. 원비즈e-MP는 구매·판매기업 상거래 데이터를 수집·정비하여 대금결제 정산 등을 관리하는 플랫폼이다.
더욱이 정 행장은 6대 핵심산업 및 방산 분야 기업의 글로벌 진출도 도와 글로벌 손익도 키운다는 구상이다. 유럽과 미국에서 대기업 진출에 맞춰 함께 따라가는 협력사가 관련 대출의 주요 대상이다.
우리은행은 2030년까지 글로벌 손익 비중을 25%까지 늘린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이런 일환으로 3월 폴란드 바르샤바 지점 문을 열었고, 유럽우리은행(독일)과 영국런던 지점을 잇는 유럽삼각편대 중심으로 영업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또 하반기에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지점도 개소한다.
최근 정 행장은 폴란드 바르샤바 지점을 방문해 현지 현황을 점검하고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에 금융지원을 위해 안정환 한국수자원공사 우크라이나 재건추진단장과 협력을 논의하기도 했다.
한편 모회사 우리금융이 올해 목표로 삼은 보통주자본(CET1) 비율 12.5% 달성 가능성에 청신호가 켜지면서 우리은행의 기업대출 영업 환경이 우호적으로 형성되고 있다. 상반기 동양·ABL생명 인수를 준비하면서 CET1 비율 관리를 위해 위험가중자산(RWA)을 줄였지만 인수가 마무리됐고 CET1 비율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 것으로 분석되면서다.
우리금융의 RWA는 2024년 3분기(238조4620조원)까지 증가 추세를 보이다 감소하기 시작해 올해 1분기에는 233조6660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같은 기간 CET1 비율은 11.95%에서 12.42%로 개선됐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상반기 RWA 관리에 집중하며 기업금융 이원화 전략 등 자산관리 방안을 시행하고 있다"며 "하반기 다양한 기업 지원 프로그램으로 기업금융 명가 위치를 탈환하기 위해 힘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류수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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