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 청계천 비디오부터 n번방까지···그 오랜 ‘성 착취의 역사’
최근 딥페이크 성착취물 문제와 관련한 파장이 이어지자 정부와 국회 등에서 급하게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딥페이크를 제작하는 인공지능(AI) 기술을 이용한 ‘신종 범죄’로 바라보는 시각이 대부분이지만, 영상을 매개로 한 ‘디지털 성범죄’는 사용 기술 등의 차이만 있을 뿐 과거부터 있었던 범죄다.
디지털 성범죄의 역사는 19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포르노 비디오’ 등을 유통하는 암시장은 서울 청계천 등을 중심으로 형성됐다. 1990년대에는 여성 연예인뿐 아니라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불법 촬영물이 비디오 등으로 빠르게 유통됐다. 초소형 카메라가 등장하는 등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몰카(몰래카메라)’로 불렸던 불법 촬영물 범죄가 성행하기도 했다. 1997년에는 서울 신촌 그레이스 백화점 화장실에서 3㎜ 특수렌즈가 달린 초소형 몰카가 발견돼 충격을 주기도 했다.
불법 성착취물과 포르노가 대대적으로 유통된 온라인 사이트 ‘소라넷’은 디지털 성범죄에 관한 심각성과 관심을 또 한 번 불러일으켰다. 화장실·탈의실 등 공공장소에서 일반인 여성을 상대로 한 불법 촬영물이 이 사이트에서 다수 유통됐다. 성범죄가 모의되는 등 양상도 나타났다. 1996년 개설된 이 사이트는 2015년 언론에 보도된 후 2016년 폐쇄됐다. 2018년에는 ‘웹하드 카르텔’이 공론화되며 운영자인 양진호 전 한국미래기술회장이 경찰에 고발되기도 했다. 양 전 회장은 웹하드 업체 등을 운영하며 성착취물 유통을 조직적으로 조장·방조했다. 양 전회장은 웹하드 사이트 ‘위디스크’와 ‘파일노리’를 통해 불법 성착취물로 총 349억9329만여원에 달하는 수익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주요 유통 플랫폼이 이동하면서 불법 성착취물은 더 광범위하게, 더 빠르게 퍼졌다. 2019년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은 큰 파장을 일으켰다. 텔레그램을 통해 아동·청소년 성착취물·불법 촬영물, 지인의 얼굴을 딴 음란물을 조직적으로 제작하고 유포한 정황이 드러났다. 당시 ‘n번방’에 참여해 불법 영상물을 보거나 유포한 사람은 최대 26만명인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경찰이 수사 중인 딥페이크 성범죄 사건은 약 40일 만에 70% 이상 늘었다. 지난 10일 기준으로 전국 경찰이 수사하는 딥페이크 성범죄 관련 사건은 총 513건이다.
윤김지영 창원대 철학과 교수는 “과거 비디오 형태의 불법 촬영물부터 최근 메신저를 통해 유통되는 딥페이크 영상물까지 유포되는 속도와 양상 등은 조금씩 다르지만, 근본적으로는 영상을 통해 피해자를 성적으로 착취한다는 점에서 같다”며 “여성의 신체 이미지를 재화로 취급하는 인식이 기저에 깔린 것”이라고 말했다.
배시은 기자 sieunb@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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