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정부 운영 방송사도 '무늬만 프리랜서' 가득
KTV, 작가·PD 89명 등 무려 177명이 '프리랜서'
아리랑TV·국악방송도 비슷...지난해 국감 지적에도 그대로
"문제 해결에 앞장서야 할 정부가 불법 노동"
[미디어오늘 김예리 기자]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방송사들이 방송 제작 분야에 여전히 프리랜서를 광범위하게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방송 비정규직의 노동자성 인정 흐름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국회와 연구기관에서 나온 지 수년이지만, 정부가 사태를 해결할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이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문체부 산하 방송3사(KTV, 아리랑TV, 국악방송)로부터 받은 고용형태 인력 현황 자료에 따르면, 이들은 상시 지속 업무로 지적받은 방송제작 분야에 고용이 불안정한 프리랜서를 광범위하게 사용하고 있었다.
KTV(한국정책방송원)는 사내 프리랜서가 177명에 달했다. 지난해 문체위 국감에선 하종대 당시 KTV 원장이 출석해 “전체 직원이 정규직 187명이고 프리랜서가 180명”이라며 “KTV 프리랜서가 전체의 50% 가까이 되는데 다른 지상파나 종편 이런 데는 한 30%에 불과하다”고 밝혔는데, 1년 뒤에도 달라진 점이 없다. 프리랜서 중 다수는 작가 54명, PD 32명, AD 27명, CG 13명, MC 7명, 편집 9명, 인제스트 6명, VJ 4명 등 방송제작 종사자였다.
특히 프리랜서 중 가장 많은 작가 직종이 눈에 띈다. 지난해 류호정 정의당 의원(당시 문체위 소속)은 프리랜서로 채용됐던 KTV 작가가 임금체불을 신고해 1000여만원의 퇴직금을 받았다고 지적하면서 노동자성이 명확한 방송제작 노동자를 프리랜서로 고용하는 현실을 지적한 바 있다.
아리랑TV(국제방송교류재단)에선 총 124명이 프리랜서 고용형태로 방송제작에 참여하고 있었다. 제작센터에 50명이 진행자와 작가, 연출로 일했고 스마트라디오센터와 시사보도센터에서 각각 47명과 12명이 진행자와 작가, 연출 직무에서 프리랜서 계약으로 일했다. 편성센터와 미디어사업센터에서도 총 15명이 작가와 연출로 일했다.
국악방송의 경우 프리랜서 숫자는 59명으로, 그 규모가 정규직(무기계약직 포함) 노동자 69명의 86% 수준에 달했다. 프리랜서들은 작가와 연출, 음향, 촬영 편집 등 방송제작 분야에 집중됐다. 다른 비정규직 고용의 경우 협력업체 소속 비정규직이 13명, 계약직 비정규직이 4명이었다. 협력업체 소속 비정규직들은 영상제작에 근무했고, 계약직 노동자들은 육아휴직자 대체자들로 방송제작과 방송기술에 종사했다.
지난해 자체 프리랜서 노동자성 실태조사를 약속했던 아리랑TV와 국악방송은 현재까지 관련 실태조사를 시행하지 않았다. 아리랑TV는 관련 질의에 올해 진행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올 5월에 프리랜서만 대상으로 조사 예정'이라고 밝혔던 국악방송 측 관계자는 “(조사가) 하반기로 미뤄졌다”며 “다른 업무들에 밀렸다”고 했다. KTV는 지난해 9월 '프리랜서의 공무직 전환 수요 조사' 결과 사내 프리랜서 178명 가운데 31%가 현재 '위장 프리랜서'로 근로계약 대상에 해당한다고 자체 결론을 내렸다.
최강연 노무사(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는 “문체부 산하 방송3사 프리랜서들은 과거 조사에서도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성 추정 지표가 높게 나타났다. 각사 프리랜서 고용에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뜻”이라며 “문체부는 노동자성이 뚜렷한 직종에 '근로계약 체결 의무화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 각 사와 대책 태스크포스(TF)를 꾸려 고용 구조 개선 방향을 도출하고 예산 반영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기헌 의원은 “정부기관이 제작한 줄로만 알았던 프로그램들이 단기간 고용 불안정 노동자들의 불법 노동으로 대다수 채워지고 있다. 문제 해결에 앞장서야 할 정부가 수년째 이어진 비판에도 여전히 상시적이고 지속적인 방송제작 업무를 프리랜서로 채워온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지난해 류호정 전 의원과 일하는시민연구소가 문체부 산하 방송3사 프리랜서 110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답변자 대다수인 82~96%는 사업장에 종속돼 지휘·감독을 받는 '노동자성' 지표가 높게 나타났다. 이들은 방송사 관계자들의 채용 면접을 거쳐, 방송사 제작관련자의 업무 지시를 받고 방송사로부터 노동조건이 결정됐다. 그러면서도 프리랜서란 이유로 정식 근로계약한 노동자보다 크게 열악한 처우를 받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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