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희진 대표가 또 기자회견 연 진짜 이유는 바로...
'배임은 아니지만 배신은 맞다'...민희진 대표, 또 기자회견 연 진짜 이유
뉴진스의 소속사 어도어의 민희진 대표가 극한 갈등을 빚고 있는 모회사 하이브를 향해 화해를 청했다. 적나라한 표현을 쏟아내면서 하이브와 방시혁 의장 등에 목소리를 높이던 모습을 뒤로하고 돌연 후퇴했다.
민희진 대표가 31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누구를 위한 분쟁인지 모르겠고 무엇을 얻기 위한 분쟁인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어도어의 임시주주총회가 열린 가운데 민희진 대표는 자리를 지켰고, 기존 사내이사 2인은 해임되고 하이브 측 인사 3명이 어도어의 새로운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민희진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은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대표직을 지키게 되자, 여유를 되찾고 그간의 갈등을 '덮자'고 제안의 자리였다. 하이브와의 협의에 나서지 않고, 기자회견이란 공개적인 자리를 통해 '화해 제안'을 시도하면서 여론을 움직이려는 시도로도 풀이된다.
민희진 대표가 기자회견에 나서기는 지난달 4월25일 열린 1차 회견 이후 두 번째. 전날인 30일 법원이 민 대표가 하이브를 상대로 제기한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해임 위기에서 벗어난 직후 이뤄졌다.
민희진 대표는 1차 기자회견 때와 달리 한결 부드러운 표정으로 취재진 앞에 섰지만 "하이브와 화해하길 바란다"는 입장과 달리 하이브를 크게 자극할 수 있는 '음반 밀어내기' 등 첨예한 사안에 대해서는 "사실"이라고 재차 강조해 갈등의 불씨를 스스로 지폈다.
● 대표 자리 지킨 직후 하이브에 손길... 상황은 '글쎄'
기자회견에서 민희진 대표는 "누구를 힐난하고 비방하기가 지겹다"며 "모든 사람이 신물이 나 있다"면서 "대의적으로 어떤 것이 더 실익인지 생각해서 모두 더 좋은 방향일지 생각하자"고 밝혔다. 이어 "법적으로 어도어에 대한 배임이 아니라고 한 상황에서 이런 부분이 더 건설적으로 논의돼야 한다"고도 말했다.
전날 법원이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민희진 대표가 외부 투자사와 접촉하고 뉴진스와의 독립을 모색한 정황은 '하이브에 대한 배신일 수 있어도 민희진의 배임은 아니다'고 밝힌 대목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그러면서 민 대표는 뉴진스의 성과를 두고 "보이그룹이 7년 걸릴 성과를 2년만에 냈는데 그게 배신인가"라고도 되물으면서 "성과를 낸 자회사 사장에게 배신이라는 단어를 쓸 수 있느냐"고도 목소리를 높였다.
민희진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하이브와의 갈등과 법적 분쟁 가운데 폭로된 각종 의혹에 대한 질문에도 답했다. 다만 자신에게 다소 불리한 질문에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했고, 뉴진스의 멤버들 및 부모들과의 막역한 친분을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앞서 민희진 대표는 일부 매체를 통해 뉴진스 멤버들에 대한 인신 공격성 험담을 한 사실이 폭로됐다. 이와 관련해 "내용이 기억나지 않는다"며 "3년 전 휴대폰 대화방을 열어서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게 좀 그렇다"며 "솔직히 '그런 말을 했었나' 싶고, 기억이 잘 안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뉴진스 멤버들에 대한 험담은)이번 분쟁에서의 쟁점도 아니고 가치도 없는 일"이라며 "(지난번)기자회견에서 멤버들을 언급했던 건 여론을 돌리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기자회견 자체에서 나올 수밖에 없는 이야기였다"고도 말했다.
이날도 민희진 대표는 "멤버들을 끌어들이고 싶지 않다"고 말했지만 법원의 가처분 인용 결정을 접한 뉴진스 멤버들의 반응을 직접 소개했고, 그 과정에서 감정 섞인 다소 위험한 발언까지 가감없이 꺼냈다. 그는 "(인용 결정 뒤)멤버들은 난리가 났다"며 "(멤버들의)엄마들도 울고불고 난리 났다. 어머니들은 내가 극단적인 선택이라도 할까봐 매일 전화해서 밥 먹었냐고 물어보곤 했다"고 말했다.
민희진 대표가 하이브에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지만, 과연 그의 바람처럼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일단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민희진 대표는 하이브로부터 '음반 밀어내기'를 권유받은 사실을 재차 밝히면서 "하이브에서는 '담배 타임에 지나가는 말로 했다'고 해명했는데 우리의 말(어도어의 입장)은 농담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밀어내기 권유는 농담이라고 하면 나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음반 밀어내기는 가요계에서 예민하고 논란의 여지가 첨예한 사안이다. 민희진 대표 역시 "(음반 밀어내기는)정말 중요한 이야기라 지금 이 자리에서 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하이브로부터 제안을 받았다고 밝혀 갈등의 골을 재확인했다.
하이브는 민희진 대표의 기자회견에 대해 이렇다 할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다만 이날 오전 어도어의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민희진 대표를 제외하고 사내이사 3인을 하이브 측 인사들로 선임한 만큼 향후 경영진 사이에서 불편하면서도 팽팽한 대립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또한 민희진 대표로부터 졸지에 '뉴진스 카피 그룹'이라는 공격을 받고 불명예를 안은 그룹 아일릿의 소속사이자 하이브의 계열사인 쏘스뮤직 측은 민 대표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만큼 하이브 산하 레이블 간의 갈등 역시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