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정의선의 원픽’ 송창현, 성과 압박 속 3년 4개월 만의 퇴장
현대차그룹의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자율주행 전략을 총괄해온 송창현 첨단차플랫폼(AVP) 본부장 겸 포티투닷(42dot) 대표이사 사장이 전격 사임했다. 정의선 회장이 직접 영입해 그룹의 ‘미래 먹거리’ 책임자로 세웠던 인물인 만큼, 그의 퇴장은 곧 현대차 자율주행 전략의 대대적인 수정으로 읽힌다.
회사 공식 발표는 “일신상의 사유에 따른 자진 퇴임”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지난 3년여간 1조5천억 원이 넘는 막대한 투자가 집행됐음에도 양산 적용 단계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데 대한 책임론, 그리고 기존 완성차 조직과의 갈등이 누적된 결과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서는 송 사장이 42dot 매각으로 거액을 확보한 점을 들어 “먹튀 아니냐”는 자극적인 비난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이는 법적인 계약에 따른 엑시트(Exit)와 경영 성과 부진에 따른 문책성 퇴진이 혼재된 사안으로, 명확한 사실 관계 확인이 필요하다.
>> 네이버 CTO에서 현대차 ‘SDV 사령탑’까지, 송창현은 누구인가
송창현 사장은 네이버 초대 최고기술책임자(CTO)와 네이버랩스 CEO를 지낸 대표적인 국내 소프트웨어·AI 기술 리더다. 2019년 네이버를 떠난 뒤 자율주행·모빌리티 스타트업 포티투닷(42dot)을 창업해 카메라·레이더 기반 자율주행 기술과 모빌리티 플랫폼을 개발해 왔다.
현대차그룹과의 인연은 창업 초기부터 시작됐다. 현대차는 2019년 포티투닷 설립 단계에서 지분 투자에 참여했고, 2021년 송 사장을 TaaS(Transportation as a Service) 본부장(사장)으로 영입하며 그룹의 SDV 전환 전권을 맡겼다. 이후 2022년 포티투닷이 현대차그룹에 완전히 인수되면서 그는 명실상부한 ‘현대차 자율주행·SDV 전략의 얼굴’이 되었다.
>> 포티투닷 인수와 1조5,000억 투자…남은 건 무엇인가
현대차그룹의 포티투닷 승부수는 규모부터 파격적이었다.
2022년 현대차와 기아는 약 4,276억 원을 투입해 포티투닷 경영권을 인수했다. 이후에도 유상증자 등을 통해 약 1조 원 이상의 자금이 추가로 투입됐다. 이를 합산하면 현대차그룹이 포티투닷 법인에 직접 투자한 금액만 약 1조 5,000억 원 수준에 이른다.
일부에서는 관련 조직 운영비까지 포함해 ‘2조 원이 허공으로 사라졌다’고 비판하지만, 정확히는 자금이 전액 소멸된 것이 아니라 인력, IP(지식재산권), 데이터 센터 등의 자산으로 남아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다만, “천문학적 금액을 쏟아붓고도 아직 글로벌 자율주행 경쟁에서 ‘양산차 탑재’라는 실질적 결과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은 뼈아픈 대목이다.
>> 현대차·기아 포티투닷·SDV 투자 규모 개략 비교

위 그래프는 공개된 보도와 공시 자료를 바탕으로 포티투닷 지분 인수금(약 4,200억 원), 이후 추가 투자를 포함한 누적 직접 투자액(약 1조 5,000억 원), 그리고 포티투닷 및 SDV 전환에 들어간 유관 비용 총추정치(2조 원 수준)를 개략적으로 비교한 것이다.
>> “수천억 손에 쥔 송창현”…‘먹튀’ 논란의 진실
포티투닷 인수 당시 최대 수혜자로 꼽힌 인물은 단연 창업자 송창현 사장이다.
투자 업계 분석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의 인수 과정에서 송 사장은 자신이 보유한 지분을 매각해 약 1,000억 원대 이상의 현금을 확보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때문에 “정의선 회장 돈 꿀꺽하고 도망갔다”는 식의 원색적인 비난이 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냉정하게 팩트를 체크하면 이는 ‘먹튀’와는 거리가 있다.
합법적 엑시트: 포티투닷 지분 매각은 정식 M&A 계약에 따른 것이며, 창업자가 회사를 매각하고 보상을 받는 것은 자본시장의 정상적인 프로세스다.
의무 근무 기간 준수: 송 사장은 인수 후 약 3년 4개월간 대표이사직을 수행했다. 통상적인 M&A 계약의 의무 재직 기간(Lock-up)은 채운 것으로 보인다.
경영 책임: 따라서 이는 ‘도망’이나 ‘횡령’이 아니라, 막대한 차익을 실현한 경영자가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한 데 대해 ‘경영적 책임’을 지고 물러난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 국내 도로 달린 42dot, 기술은 있었으나 ‘양산’이 없었다
송 사장 재임 기간 포티투닷이 ‘아무 일도 안 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포티투닷은 실제로 서울 상암 등지에서 자율주행 통합 플랫폼 ‘TAP!’을 운영하며 승객 운송 데이터를 쌓아왔다. 또한 수요응답형 교통수단(DRT) 시스템,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OS, 자율주행 데이터 수집 장치 등을 개발해 왔다.
문제는 ‘속도와 적용’이었다.
포티투닷이 개발한 SDV OS와 자율주행 소프트웨어가 현대차·기아의 주력 양산차에 탑재되어 상용화되는 시점이 계속 지연됐다. 테슬라가 FSD(완전자율주행) 베타를 끊임없이 업데이트하며 데이터를 모으는 동안, 현대차는 여전히 실증 단계를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이 핵심적인 실패 요인으로 지적된다.
>> “레거시와 수없이 충돌했다”…이상과 현실의 괴리
송 사장은 사임 직전 남긴 메시지에서 “테크 스타트업과 레거시 산업의 회사 사이에서 수도 없이 충돌했다”고 토로했다.
이는 두 가지 현실을 시사한다.
첫째, 하드웨어 중심의 완성차 제조 문화와, 빠른 실패와 수정을 반복하는 소프트웨어 개발 문화가 융합되지 못하고 겉돌았다는 점이다.
둘째, 그룹 차원에서 전권을 부여받았음에도 조직 내부의 반발을 잠재우고 하나의 목표로 이끄는 리더십 발휘에는 한계를 보였다는 점이다.
결국 1조5천억 원이라는 거액의 ‘수업료’는 기술 확보 비용임과 동시에, 제조 기업이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체질을 개선하는 과정에서 겪은 거대한 시행착오 비용이었던 셈이다.
>> 현대차 자율주행, 독자 노선 ‘수정’해 2막으로
송 사장의 퇴진으로 현대차그룹의 자율주행 전략은 ‘전면 폐기’보다는 ‘현실적 수정’ 단계를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이브리드 전략: 포티투닷 주도의 ‘나홀로 개발’ 방식에서 벗어나, 기존 R&D 본부(남양연구소)와의 협업을 강화하고 구글 웨이모 등 글로벌 빅테크와의 제휴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높다.
SDV 기조 유지: 정의선 회장이 강조해온 SDV 전환이라는 대방향성 자체는 유지된다. 다만 그 실행 방식이 특정 리더 1인에게 의존하는 형태가 아닌, 시스템 기반의 검증된 프로세스로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송창현은 떠났다. 남겨진 것은 1조5천억 원이 투입된 포티투닷의 자산과 인력, 그리고 “소프트웨어 전환은 돈만 쓴다고 되는 게 아니다”라는 값비싼 교훈이다. 현대차가 이 교훈을 딛고 실질적인 ‘자율주행 2막’을 열 수 있을지, 시장은 냉정하게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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