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떠난 라우어, 메이저리그 에이스가 되다

에릭 라우어가 달라졌다. 지난해 KIA 타이거즈에서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했던 그는, 올 시즌 메이저리그에서 완전히 다른 얼굴로 돌아왔다. 토론토 선발진의 핵심으로 떠오르며, 복귀 후 최고의 투구를 보여줬다. 이번 시즌, 그는 팀을 선두로 이끄는 핵심 선발로 떠오르며 또 다른 우승 도전에 나서고 있다.

1. KIA에서 평범했던 ‘우승 청부사’

라우어는 2024년 여름, KIA 타이거즈의 대체 외국인 선수로 합류하며 기대를 모았다. 메이저리그 출신이라는 경력과 함께, 한국시리즈 우승을 위한 마지막 퍼즐처럼 영입됐다. 정규시즌에서는 7경기에서 2승 2패 평균자책점 4.93을 기록하며 다소 평범한 성적을 남겼다. 특히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는 5이닝 2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팀이 시리즈를 최종 승리하며 라우어 역시 우승 반지를 손에 넣었다.

당시 KIA는 주전 외국인 투수 제임스 네일의 이탈 가능성을 대비해 라우어와의 재계약을 고민했지만, 네일이 180만 달러에 재계약하면서 라우어는 자연스럽게 리스트에서 제외됐다. 라우어는 이후 인터뷰에서 "계속 KIA 연락을 기다렸다"고 밝히며 아쉬움을 전했다. 그러나 이 선택은 라우어에게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다.

2. 메이저리그 복귀, 그리고 진짜 ‘청부사’로

라우어는 미국으로 돌아와 토론토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체결했고, 시즌 초반에는 트리플A에서 5경기 1승 3패 평균자책점 4.50을 기록하며 조용히 몸을 만들었다. 하지만 5월부터 메이저리그 무대에 콜업되며 기회를 잡았다. 처음에는 롱릴리프로 나섰고, 이후 선발로 기용되며 점점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리고 7월 25일, 디트로이트 타이거스를 상대로 시즌 최고의 피칭을 선보였다. 8이닝 동안 단 1실점, 무사사구, 6탈삼진을 기록하며 경기 전체를 지배했다. 1회에 허용한 솔로홈런을 제외하곤 단 한 차례도 흔들리지 않았다. 97구로 자신의 시즌 최다 투구수를 기록하며 효율적인 투구 내용을 보여줬고, 이로써 시즌 6승째(2패)를 달성했다. 평균자책점도 2.61까지 낮추며 팀 내 최정상급 선발로 도약했다.

3. KIA와의 인연, 그리고 새로운 전성기

흥미로운 점은 라우어가 시즌 전까지 KIA 복귀를 계획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는 MLB닷컴 인터뷰에서 "KIA가 네일의 미국 진출을 예상하며 다른 외국인 투수를 준비한다고 들었다"고 밝혔고, 실제로도 마지막까지 오퍼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기회는 오지 않았고, 라우어는 토론토에서 커리어 두 번째 전성기를 맞이하게 된다.

라우어는 자신이 선발 등판한 16경기 중 12경기에서 팀이 승리하는 놀라운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팀 내 60이닝 이상을 소화한 선발 중 유일한 2점대 평균자책점 투수이며, 최다승을 기록 중인 크리스 배싯(ERA 3.88), 가장 많은 이닝을 던진 호세 베리오스(ERA 3.87)보다도 안정적인 피칭을 선보이고 있다. 마이너 계약으로 시작한 올 시즌이지만, 지금은 팀의 가을야구 희망을 이끄는 핵심으로 자리매김한 셈이다.

에릭 라우어는 KBO에서 '우승 청부사'라는 별명을 얻었지만, 메이저리그에서야말로 그 타이틀에 걸맞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한국에서의 시간은 기대만큼 빛나지 않았지만, 그 경험은 라우어를 한층 더 강하게 만들었다. 이제 그는 또 다른 무대에서, 또 하나의 우승을 향해 묵묵히 공을 던지고 있다. KIA와의 이별이 만들어낸 새로운 이야기, 라우어의 시즌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