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붕온 터키... "인니, KAAN 구매 조건 내걸었다 '터키산 엔진 아니면 안 받아'

터키가 야심차게 개발 중인 5세대 스텔스 전투기 KAAN이 최근 국제 방산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특히 인도네시아가 150억 달러(약 21조 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하며 첫 해외 고객으로 나섰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터키 방산의 도약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가 요구하는 조건은 까다롭습니다.

미국의 무기 거래 규제인 ITAR(국제무기거래규정)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버전, 즉 터키산 국산 엔진 TF35000을 탑재한 'ITAR Free' 버전을 원하고 있는 것이죠.

문제는 이 엔진의 완성 목표 시점이 2032년이라는 점입니다.

전투기 개발 경험이 전무한 터키가, 그것도 5세대 전투기와 엔진을 동시에 개발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과연 실현할 수 있을까요?

미국 규제에서 벗어나고 싶은 터키의 절박함


터키항공우주산업(TAI)은 최근 디펜스 미디어와의 인터뷰에서 KAAN 개발의 진짜 목적을 숨김없이 드러냈습니다.

"50년에서 100년 후까지 독립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자체 방위 장비를 보유해야 한다"는 것이죠.

이는 터키가 겪어온 미국과의 갈등을 고려하면 충분히 이해가 가는 입장입니다.

터키는 F-35 프로그램에서 퇴출당한 뼈아픈 경험이 있고, 미국의 무기 수출 통제로 인해 방산 주권에 심각한 제약을 받아왔습니다.

터키우주항공은(TAI)는 "KAAN의 성능이 설령 F-35A의 80% 수준에 머물더라도 무기 시스템의 주권 확보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는 역설적으로 터키 스스로도 KAAN이 F-35와 동등한 성능을 달성하기 어렵다는 점을 인정하는 셈입니다.

하지만 성능보다 독립성을 우선시하겠다는 전략적 선택인 것이죠. 문제는 이런 접근이 과연 현실적인가 하는 점입니다.

프로토타입 난립, 그러나 실체는 불투명


KAAN의 개발 현황을 살펴보면 우려스러운 부분이 많습니다.

2024년 2월 첫 비행에 성공한 P0 기체는 사실 원래 격납고 롤아웃용으로 제작된 전시용 모형을 급하게 비행 가능하도록 개조한 것입니다.

진짜 비행 테스트용 프로토타입인 P1, P2, P3는 아직 제작 중이며, TAI는 터키 디펜스 미디어에 "P1이 6월까지 첫 비행을 할 것"이라고 자신있게 밝혔습니다.

P2는 올해 말까지, P3는 2027년 초까지 비행 테스트에 참여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더 나아가 고급 능력을 갖춘 P4, P5, P6 프로토타입 제작도 계획되어 있습니다.

프로토타입만 6대를 만들겠다는 계획인데, 이는 개발 과정의 불확실성이 그만큼 크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일반적으로 전투기 개발 프로그램에서 다수의 프로토타입을 계획하는 것은 기술적 난제가 많고 설계 변경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입니다.

실제로 미국 F110 엔진을 탑재한 양산기 Block10의 인도 시기도 당초 계획에서 2028~2029년으로 연기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영국 롤스로이스 의존하는 '터키산' 엔진 개발


터키가 자랑하는 국산 엔진 TF35000 개발 프로젝트의 실상을 들여다보면 '국산'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해집니다.

TAI와 TRMotor가 공동 개발한다고 발표했지만, 실제로는 영국의 롤스로이스가 핵심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는 공동개발 프로젝트입니다.

터키는 전투기 엔진 개발 경험이 전무하고, 관련 기반 산업도 취약합니다.

고온·고압 환경을 견디는 터빈 블레이드 제조, 정밀한 연소실 설계, 복잡한 제어 시스템 통합 등 전투기 엔진 개발에 필요한 핵심 기술들은 수십 년의 노하우 축적이 필요한 분야입니다.

TF35000 엔진

현실적으로 터키는 롤스로이스의 기술 이전과 지원 없이는 TF35000 개발을 완수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런데 영국의 기술이 들어간 엔진을 과연 'ITAR Free'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미국의 규제에서는 벗어날 수 있을지 몰라도, 영국의 수출 통제나 기술 이전 조건에 묶일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는 것이죠.

완전한 무기 주권 확보라는 터키의 목표와는 거리가 있는 셈입니다.

2032년 완성 목표, 낙관적 전망일 뿐


TAI는 TF35000을 2032년까지 완성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전투기 엔진 개발의 역사를 살펴보면 이는 지나치게 낙관적인 일정입니다.

미국의 F135 엔진, 중국의 WS-15 엔진 개발 과정에서도 수많은 기술적 난관과 일정 지연이 발생했습니다.

특히 중국은 막대한 자본과 인력을 투입하고도 30년 가까이 자체 엔진 개발에 고전하고 있습니다.

터키는 그동안 F110 엔진을 장착한 Block10 양산기를 20~40대 정도 생산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즉, 2032년까지는 미국 엔진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과연 2032년에 TF35000이 완성될 수 있을까요?

엔진 개발 후에도 수년간의 비행 테스트와 신뢰성 검증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전 배치 가능한 ITAR Free 버전의 KAAN이 등장하는 시점은 빨라도 2030년대 중후반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인도네시아의 기다림, 과연 현실적인가


인도네시아는 150억 달러라는 거액을 투자하면서도 ITAR Free 버전을 기다리겠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미국의 무기 거래 규제에 묶이지 않는 전투기를 원한다는 것은 이해할 만합니다.

하지만 이는 동시에 10년 가까이 기다려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그 사이 인도네시아 공군의 전력 공백은 어떻게 메울 것인가라는 현실적인 문제가 남습니다.

KF-21

더욱이 2030년대 중반이 되면 미국의 F-35는 물론이고, 중국의 J-35, 한국의 KF-21 등 경쟁 기종들도 충분히 검증되고 가격도 안정화될 것입니다.

검증되지 않은 터키산 전투기와 터키산 엔진 조합을 기다릴 이유가 있을까요?

인도네시아의 입장에서는 계약 조건을 재검토하거나 다른 대안을 모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6세대 능력? 허황된 마케팅에 가까워


TAI는 "TF35000을 탑재한 KAAN은 6세대기의 능력을 획득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는 엔진의 전력 공급 능력과 냉각 능력이 향상되면 센서 통합, 네트워크 중심 작전, CCA(협력 전투 항공기) 제어 등 6세대 전투기의 핵심 능력을 구현할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미 공군과 GCAP(차세대 전투기 공동개발 프로그램) 관계자들도 "6세대 전투기의 진정한 능력은 시스템 오브 시스템즈를 통괄하는 쿼터백 역할"이라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강력한 엔진만으로 6세대 능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주장은 지나친 단순화입니다.

6세대 전투기에는 고도의 인공지능, 방대한 데이터 처리 능력, 정교한 센서 융합 기술, 무인기와의 유기적 협업 능력 등이 필요합니다.

이런 기술들은 엔진만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소프트웨어, 시스템 통합, 운용 개념 등 종합적인 역량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5세대 전투기도 제대로 완성하지 못한 터키가 갑자기 6세대 능력을 이야기하는 것은 해외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과장된 마케팅에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결국 터키의 KAAN 프로젝트는 야심은 크지만 현실적인 장애물이 산적해 있습니다.

전투기 개발 경험 부족, 엔진 기술의 대외 의존, 지연되는 개발 일정, 그리고 검증되지 않은 성능까지. 인도네시아가 과연 이 불확실한 프로젝트를 끝까지 기다릴 것인지, 터키가 약속한 2032년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인지는 여전히 물음표로 남아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