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현금배당 52조8000억원 '사상 최대'…배당성향은 하락
배당기준일 변경 기업 288곳…배당 선진화 제도 확산
밸류업 공시 329개사·고배당 과세특례 도입 효과 기대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사들의 지난해 현금배당 규모가 사상 처음으로 52조원을 넘어섰다. 중간배당 확대와 연속 배당 정착에 더해 배당액을 먼저 확인한 뒤 투자할 수 있는 '선배당 후투자' 제도도 상장사 전반으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가 4일 발표한 '2025년도 12월 결산 유가증권시장 상장회사 현금배당 현황 및 최근 3년·10년 추이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결산 상장사 797개사 가운데 569개사(71.4%)가 현금배당을 실시했다. 현금배당 총액은 52조7525억원으로 전년 45조5211억원보다 7조2314억원(15.9%) 늘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2016년 21조8000억원과 비교하면 10년 만에 2.4배 증가한 수치다.
배당 기업 수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23년 558개사였던 배당 기업은 2024년 564개사에 이어 지난해 569개사로 늘었다. 1개사 평균 현금배당 역시 927억1000만원으로 전년 대비 14.9% 증가했다. 국내 증시가 기업가치 제고와 주주환원 강화를 핵심 과제로 내세우면서 배당 규모도 함께 확대되는 흐름이다.
특히 중간배당이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지난해 중간배당 규모는 17조6744억원으로 전체 현금배당의 33.5%를 차지했다. 중간배당 실시 기업도 107개사로 집계됐다. 2023년 72개사였던 중간배당 기업은 2년 만에 35개사가 늘었다. 배당액 역시 2023년 13조7104억원에서 지난해 17조6744억원으로 증가했다. 과거 연말에 집중됐던 배당이 연중 분산되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는 의미다.
지난해 배당을 실시한 기업 가운데 507개사(89.1%)는 3년 이상 연속 배당을 실시한 기업으로 나타났다. 이들 기업이 지급한 배당금은 48조6731억원으로 전체 현금배당의 92.3%를 차지했다. 상장사들의 배당이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주주환원 정책으로 정착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자산 2조원 이상 기업 60개사가 지급한 배당금은 40조2909억원으로 전체의 76.4%를 차지했다. 반면 자산 1000억원 미만 기업의 배당 규모는 1조7992억원에 그쳤다. 다만 배당성향은 자산 1000억원 미만 기업이 42.7%로 자산 2조원 이상 기업(28.9%)보다 높았다.
업종별로는 제조업 배당금이 28조5817억원으로 전체의 54.2%를 차지했다. 이어 비제조업이 18조6262억원, 금융업이 5조5446억원으로 집계됐다. 1개사 평균 배당금은 전기·전자 업종이 3653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통신업 3081억원, 금융업 2133억원 순이었다.
이번 조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배당기준일 변경 기업 증가다. 금융위원회와 법무부가 2023년 배당절차 개선방안을 발표한 이후 상장사들은 배당액을 먼저 확정하고 이후 배당기준일을 정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다. 투자자가 배당금을 확인한 뒤 투자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실제 배당기준일을 결산기 말일 이외로 변경한 기업은 지난해 288개사로 집계됐다. 전체 배당기업의 50.6%에 해당하는 규모다. 배당기준일 변경 기업 수는 2023년 82개사에서 2024년 218개사로 늘어난 데 이어 지난해 처음으로 과반을 넘어섰다. 상장협은 배당 선진화 제도가 대형사를 넘어 전체 상장사로 확산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정부가 추진 중인 밸류업 정책도 배당 확대를 뒷받침하고 있다. 기업가치제고계획을 공시하고 배당을 실시한 기업은 2024년 100개사에서 지난해 329개사로 3배 이상 늘었다. 이들 기업의 평균 현금배당은 1474억원으로 미공시 기업보다 8.3배 많았다. 대형 상장사를 중심으로 시작된 밸류업 공시가 점차 시장 전반으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배당 규모가 역대 최대를 기록했지만 배당성향은 오히려 하락했다. 지난해 배당성향은 31.1%로 전년 대비 3.6%포인트 낮아졌다. 이는 기업들의 순이익 증가 속도가 배당 증가 속도보다 더 빨랐기 때문이다.
실제로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순이익은 2024년 131조원에서 지난해 169조7000억원으로 29.5% 증가했다. 특히 반도체 업황 회복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순이익은 41조2000억원에서 76조3000억원으로 급증했다. 이에 따라 전체 배당성향은 낮아졌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하면 배당성향은 42.4%로 전년보다 4.3%포인트 상승했다.
상장협은 고배당기업 분리과세 특례가 올해부터 시행되는 만큼 기업들의 배당 확대 유인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실적 기준 고배당기업 공시를 실시한 기업은 280개사로 전체 배당기업의 49.2%를 차지했다. 이들 기업의 총 현금배당은 37조2691억원으로 미공시 기업의 2.4배 수준이었다.
박경보 기자 pkb@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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