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3대 강국, 3년에 달렸다] 일상 속 AI로 드라이브… 시야 가로막는 '낡은 법' 지워야

안소현 2025. 9. 7.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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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AI전략위 설치규정’ 첫발
李대통령, 유엔총회 회의 주재
美대비 기술력 1.3년 뒤져 조급
AI기본법 등 법안 뒷받침돼야
유망인재 해외유출 차단도 시급
이재명 대통령,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연합뉴스

⑦ AI 둘러싼 규제를 걷어내라


‘AI 3대 강국(AI G3)’을 국정 목표로 내건 정부가 컨트롤타워 재정비와 법·제도 손질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국가 인공지능(AI) 전략 거버넌스를 이끌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AI를 성장 엔진으로 육성하려는 의지는 분명하다. 인구 감소로 0%대까지 내려앉은 성장률을 되돌리려면 ‘AI 대전환(AX)’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다만 선진국 대비 뒤처진 기술력·인재·네트워크·법·표준의 공백을 재빨리 메우는 국가 차원의 총력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7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AI 주도권을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오는 24일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 의장국으로서 AI 회의를 주재한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와 관련해 “AI 기술의 급속한 발전이 국제평화·안보에 미칠 영향과 기회를 논의하고 국제사회 공동 대응 방향을 모색한다”며 “미국·영국 등 서구권에서 주도했던 AI 이슈를 대한민국이 주도하겠다는 선언적 의미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 대통령의 ‘AI 공약’을 뒷받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최근 ‘국가AI전략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정’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대통령령으로서, 기존 자문기구 성격이었던 위원회를 국가 AI 정책 컨트롤타워로 바꾸는 게 핵심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위원회는 앞으로 범부처 AI 전략과 관련 정책, 사업을 총괄·조율한다. AI 국가비전과 중장기 전략 수립, 정책과 사업의 부처 간 조정, 이행점검과 성과관리에도 나설 방침이다.

실행력을 높이기 위해 위원회 구성이 강화됐다. 위원 수는 기존 45명에서 50명으로, 부위원장은 기존 1명에서 3명으로 각각 늘렸다. 이들 가운데 민간 부위원장 1명은 상근직으로 전환해 실행력을 보강했다. 위원회 간사는 대통령실 AI미래기획수석비서관이 맡는다. 위원회 산하에는 AI책임관협의회를 두고 관련 사업을 보다 촘촘히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배경훈 과기부 장관은 “AI 정책의 전문성을 보유한 전담부처로서 모든 역량을 총결집해 우리나라가 AI 3대 강국으로 우뚝 서도록 최선봉에서 전력을 다 하겠다”고 공언했다.

정부는 ‘15대 선도 프로젝트’도 선정해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AI 홈서비스 가전, 완전 자율주행차, 드론 등도 도입하기로 했다. AI를 일상 속에 녹여내겠다는 의지다. 공공부문도 복지·고용·납세·신약심사 등 핵심 업무에 AI를 내재화하고, 온·오프라인 전 국민 AI 교육센터, 자격인증·경진대회로 AI 문해력을 끌어올린다. 목표는 국민이 AI를 한글처럼 쓰게 하는 것이다.

정부는 우리나라가 타국에 비해 뒤처졌다는 인식 때문에 급속도로 AI 대전환을 추진하는 것으로 보인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이 지난해 3월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 대비 한국은 1.3년 정도 AI 기술력에서 밀렸다. 중국·유럽과도 각각 0.9년, 1.0년의 격차가 난다. 고급 두뇌와 AI 컴퓨팅 자원도 부족하다. 2022년 기준 미국 싱크탱크 매크로폴로에 따르면 세계 상위 20% 의 AI 분야 연구원 중 한국이 배출하는 비율은 2% 수준이다. 1위 중국은 47%며 미국과 유럽연합은 각각 18%, 12%로 드러났다. 엔비디아의 고성능 AI 반도체 ‘H100’ 보유량도 미국 메타와 마이크로소프트가 각각 15만개인데, 한국 기업들은 통틀어 2000여개뿐이다.

AI 성과가 확실하게 나기 위해서는 고도화된 네트워크 인프라가 필수적이다. 전문가들은 AI 기술을 뒷받침할 통신망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달 19일 국회에서 열린 ‘AI G3 도약을 위한 6G·AI 네트워크 정책 토론회’에서 장경희 6G 포럼 집행위원장은 “네트워크 없이는 AI 서비스 확산을 바랄 수 없다. 도로가 없는데 자율차가 운행하길 바라는 것과 같다”고 꼬집었다. 류탁기 SK텔레콤 부사장은 “AI 시대의 본질은 모든 것이 네트워크로 연결돼 학습·실행되는 ‘커넥티드 인텔리전스’”라며 “네트워크 자체가 AI로 지능화돼야 하고, 동시에 AI 서비스를 위한 네트워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종식 KT 전무는 “AI 고도화를 위해서는 강력한 컴퓨팅 자원이 요구된다”며 “특히 고신뢰성이 요구되는 미션 크리티컬한 산업 영역에서는 통신 인프라의 역할이 중요하다. 데이터 보안 영역에 있어서도 네트워크의 신뢰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중국 등 AI 선도 국가들은 이미 네트워크 고도화에 집중하고 있다. 미국은 오픈랜(Open-RAN)에 AI를 접목한 ‘AI-RAN’을 주도하는 상황이다. 엔비디아, 티모바일 등 민간 차원에서의 투자가 활성화돼 있다.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기지국에 접목해 ‘엣지 컴퓨팅’을 구현하는 ‘AI 온 랜’(AI on RAN) 기술도 확산 중이다. 미국의 구글도 해저 광케이블망에 AI를 적용해 완전 자율화된 장애 대응 기술을 연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화웨이를 중심으로 유무선망 전체를 자율적으로 관리하는 ‘자율주행 네트워크’를 개발 중이다. 일본 소프트뱅크는 엔비디아와 협력해 기지국 기반 AI 서비스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법·제도 보완도 필요하다. 2026년 시행을 앞둔 AI 기본법이 있지만, 해당 법은 대통령 소속 AI 위원회 신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의 권한 강화, AI 생성물 표시 의무 등 규제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국인공지능·소프트웨어산업협회(KOSA) 산하 초거대AI 추진협의회는 2일 발간한 ‘AI 산업전환을 위한 데이터 전략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주요국들은 이미 AI 주도권 확보를 위한 데이터 전략 경쟁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오픈 정부 데이터법(Open Government Data Act)과 외국 적대국으로부터 미국인 데이터 보호법(PADFA)으로 데이터 개방과 보안을 강화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유럽 데이터 전략(European Data Strategy)과 AI법(The AI Act)으로 규제 표준을 선점하며 중국 또한 ‘빅데이터 산업발전 계획’을 통해 국가 주도의 데이터 집적을 가속화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은 저작권 이슈 등으로 AI 학습데이터 활용에 제약을 받고 있고 산업별로 데이터 규제, 가이드라인이 제각각이어서 혼란을 겪고 있다. 한국이 ‘데이터 추격자’로 머물 수 있다는 경고다.

최근 국회는 AI 기본법 시행을 유예하자는 법안을 냈다. 입법부 스스로 AI 기본법이 AI 산업 발전을 이끌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판단을 한 것으로 해석된다. ‘속도전’에 치우치지 않고 내용을 알차게 채워 보완 입법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인공지능사업자 책임과 의무 조항의 시행을 3년간 미루려는 입법 추진에 제동을 걸었다. 지난 1일 인권위는 국회의장에게 딥페이크 범죄가 작년 10월 기준 전년 대비 518% 폭증하는 상황에서 해당 조항 시행을 유예할 경우 인공지능 기술이 불러올 인권 침해를 보호할 조치가 장기간 공백 상태에 놓이게 된다고 설명했다. 유엔도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를 위한 신기술의 역할에 관한 보고서’를 통해 AI 기술에 의해 영향을 받는 국민 인권을 보호해야할 법적 의무가 국가에 있다고 강조한 만큼 이에 충실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AI 기본법이 기술 발전보다 규제에 얽매인 만큼 이를 보완해야 한다는 현장의 목소리는 여전하다.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는 사람이다. 현장의 공통 목소리는 컴퓨팅과 전력, 데이터는 정부가 패키지로 풀어준다 해도, 결국 이를 돌릴 사람이 없으면 모든 것이 무용이라는 말이다. 국내는 상위 연구자 풀과 시니어 엔지니어층이 얇고, 박사들의 처우·안정성, 대학의 전임 트랙 부족, 기업의 실전형 머신러닝 엔지니어 수급난이 동시에 겹쳐 있다. 의대·고시 쏠림 현상과 여성·외국인 인재의 진입 장벽도 AI 인력 확충의 병목으로 지적된다. 빅테크 대비 임금·스톡옵션·연구 자유도 격차, 대규모 연산 자원 접근성의 차이는 유망 인재의 해외 유출을 자극한다.

정부도 이러한 점을 인지한 듯 과학기술 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연구과제중심제도(PBS)는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로 했다. 소규모 과제 중심의 파편화된 재정 구조를 대형·중장기 임무중심형으로 전환하기 위해 기관전략개발단에 3636억원을 투입한다. 구혁채 과기정통부 1차관은 “5년간 단계적으로 PBS를 폐지할 예정으로, 성과에 기여도가 높은 우수 연구자에게 보상하는 예산(51억원)을 신규 확보했다”고 밝혔다. 연구자 중심의 연구·개발(R&D) 생태계 조성을 위해서는 4조5100억원이 배정됐다. 이 중 기초연구사업 예산은 2조7400억원으로 올해보다 17.2% 증가한 역대 최대 규모다. 기초연구 과제 수는 R&D 삭감 이전 수준인 1만5800개로 복원되며 국가장학금과 연구생활장려금 등도 확대될 전망이다. 폐지됐던 기본연구 사업도 복원돼 내년에는 1150억원 규모로 2000개 과제가 지원된다. 박사후 연구원들의 국내 복귀를 위한 세종과학펠로우십 내 복귀 트랙도 신설하기로 했다.

안소현 기자 ashright@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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