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를 내 마음대로… 세상을 바꿀 유전자 가위 [교과서로 과학뉴스 읽기]

원호섭 기자(wonc@mk.co.kr) 2023. 6. 17.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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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유전자를 교정한 샐러드용 채소가 출시됐다는 소식이 미국에서 전해졌습니다. 유전자 교정(유전자 가위, 유전자 편집이라고도 합니다) 기술이 적용된 채소가 여럿 발표됐지만 시중에 판매된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의 기업 ‘페어와이즈’의 성과인데요, GMO에 많은 사람이 ‘거부감’을 가진 만큼 유전자 교정 채소가 과연 시장에서 어떤 반응을 보일지 관심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오늘은 유전자 교정, 유전자 가위 기술에 대해서 교과서 속 언어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유전자 교정보다는 ‘가위’라는 말이 부르기 편해서, 가위로 명칭을 통일해 쓰도록 하겠습니다.


글 싣는 순서

(1)유전자 가위란

(2)유전자 가위 기사 다시 보기


생명공학계의 혁명... 3세대 유전자 가위의 출현
유전자 가위, 그 중에서도 진보된 기술을 뽐내는 3세대 유전자 가위 ‘크리스퍼 카스9’은 2012년 학술지 ‘네이처’를 통해 처음 세상에 공개됐습니다. 이후 이 유전자 가위는 ‘생명공학계의 혁명’이라 불리며 많은 연구자들이 활용하는 기술로 자리 잡았습니다. 저 같은 일반인은 아무리 들어도 잘 이해할 수 없지만, 생명공학, 특히 유전자 가위나 DNA 등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에게 3세대 유전자 가위는 상당히 유용한 도구였다고 합니다. 이전에 오래 걸리던 유전자 교정을 손쉽게 할 수 있게 됐다고 해요. 그래서 많은 연구자들이 유전자 교정을 할 때 이 기술을 활용합니다. 이후 유전자 교정과 관련된 연구 성과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게 돼요.
지난 2020년 3세대 유전자 가위를 개발한 엠마뉴엘 샤르펜티 연구원과 제니퍼 다우드나 교수는 노벨 화학상을 수상합니다. 그만큼 과학계에 미친 영향력이 엄청났습니다. <사진=노벨상 위원회>
유전자 가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세포와 DNA에 대한 간략한 설명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교과서 어디에 나오냐고요? 중학교 2학년 때 배우는 과학2 교과서에 등장합니다. 우리 몸을 이루는 가장 작은 단위는 ‘세포’에요. 세포가 모여 ‘조직’이 되고, 이 조직들이 모여 ‘기관’이 됩니다. 세포 안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한 학년 올라가 과학3 교과서를 펼쳐볼게요. 중학교 3학년 때는 세포 안에 있는 염색체와 유전자에 대해 배웁니다. 세포 안에는 ‘핵’이 있는데, 이 핵 안에는 가느다란 실 모양의 염색체가 있습니다. 이 염색체를 한 번 더 자세히 관찰하면 DNA와 단백질로 이루어져 있어요. DNA는 다들 아시죠. 내 자식이 나와 닮은 이유, 바로 DNA가 전달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DNA를 유전물질이라고 부릅니다.

DNA는 아데닌(A), 구아닌(G), 시토신(C), 티민(T)이라는 4가지 염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전 이를 외울 때 앳지씨(ATGC)라고 부르며 외웠던 기억이 납니다(이렇게 외우니 아직도 잊지 않았습니다). 우리 몸에 있는 염색체에는 4가지 염기들이 끊임없이 나열되어 있다고 보면 돼요. 가령 AATTGGCCTGCTGAAGTCTCGTC... 이렇게 말이에요(무작위로 아무렇게나 써본 겁니다).

DNA를 자르고 붙여라
지금까지 많은 과학자는 이 DNA의 배열이 우리 몸에 어떤 특성으로 나타나는지 연구해왔습니다. 예를 들어 “ATTGC라는 배열의 DNA를 갖고 있으면 머리카락이 노란색” 또는 “GGTTAC 배열의 DNA를 갖고 있으면 근육량이 많다” 이렇게요(물론 앞에 쓴 ATTGC는 제가 마음대로 예를 들어 본 겁니다. 실제로는 상당히 길어요).

고등학교 1학년 과학 교과서에서는 ‘생명 중심 원리’에 대해 배웁니다. 그냥 외우면 됩니다. “DNA가 RNA를 거쳐 단백질로 나타난다.” 이 정도면 충분합니다. 즉 우리가 가진 DNA는 세포 안에서 RNA로 변한 뒤에 이 정보에 따라서 단백질로 나타납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내 몸속에 ATTGC라는 DNA 배열이 있으면 노란색 머리로 태어나는 거죠.

3세대 유전자 가위 작동 과정. 어렵습니다. 한 번 읽어보세요.<사진=매경DB>
DNA의 배열이 이렇게 특정한 모습(이를 형질이라고 부릅니다)으로 나타나는 ‘기본’이 됩니다. 그러면 과학자들은 생각하죠. “DNA 배열을 바꿀 수 있다면, 우리가 원하는 모습으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이에요. 이미 자연에서는 서로 다른 종이 교접을 통해 새로운 종이 나타나기도 합니다(이게 바로 그 유명한 우장춘 박사가 발견한 내용이에요). 이를 인류가 인위적으로 만들어보자는 거죠.

이제 유전자 가위라는 용어가 이해되실 거예요. 유전자 가위는 쭈욱 나열되어 있는 DNA 중 일부를 원하는 대로 자르고 붙여서 특정한 DNA 배열을 만드는 기술을 뜻합니다. 그렇다고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있는 ‘가위’로 DNA를 자르고 오리는 건 아니에요. 유전자 가위는 일종의 ‘효소’를 이용합니다. 한 발 더 들어가면, 3세대 유전자 가위를 뜻하는 이 ‘크리스퍼’는 세균이 가진 DNA 염기 조각입니다. 이 크리스퍼에는 ‘카스9’이라는 단백질이 있는데 얘는 외부에서 침입한 DNA를 자르는 역할을 합니다. 정리하면 특정 DNA(우리가 자르고 싶은거죠)와 결합할 수 있는 가이드 RNA를 만들고, 여기에 카스9을 붙여 세포에 주입하면 가이드RNA가 DNA와 결합하고, 그 즉시 카스9이 이를 잘라 버립니다. 어렵습니다. 그냥 자른다고 생각하면 돼요.

근육량 많은 돼지, 병충해 강한 작물...
도구가 완성됐습니다. 과학자들은 이후 상당히 많은 연구 성과를 내놔요. 근육량이 많은 돼지도 있습니다. 돼지의 유전자 중에서 근육 생성을 억제하는 DNA가 있는데 이를 잘라 버린 거죠. 그러면 일반 돼지와 비교했을 때 근육량이 많은 돼지가 태어납니다(그냥 돼지에 유전자 가위를 주입하는 게 아니에요. 배아에 넣은 뒤 이를 착상시켜 태어나게 하는 방식이에요). 채소도 마찬가지예요. 병충해에 강한 유전자를 강화해서 극한 환경에서도 자라는 상추가 이미 개발됐습니다.

생물이 특정한 형질을 나타내는 이유는 DNA 때문입니다. 과학자들은 유전자 가위를 이용해 이 DNA를 자르고 붙이고 있습니다. 이를 이용해 병충해에 강한 작물, 맛이 좋은 채소 등 인간에게 유용한 다양한 작물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이미 자연에서 수없이 벌어지고 있는 교접을 인위적으로 일으키는 거라고 보면 됩니다. GMO와 다른 점은, GMO는 바이러스를 이용해 한 유전자를 다른 종의 유전자에 넣어주는데 유전자 가위를 이용하면 그런 과정이 필요 없어요. 정말 자연 상태에서 발생하는 교접을 인위적으로 만들어주는 거라고 보면 됩니다.

유전자 가위로 만든 근육량 많은 돼지의 모습 <사진제공=옌볜대>
앞서 잠시 말씀드렸듯이 동물의 경우 이미 태어나서 자라고 있는 생물에 유전자 가위를 넣는다고 이런 형질이 나타나는 건 아닙니다. 배아 상태에 넣어서 태어나게 해야 형질이 나타날 수 있어요. 그러면 이런 생각이 들 거에요. 머리 좋아지는 유전자를 넣고, 키 크는 유전자를 넣고… 즉 우월한 유전자를 싹 다 모아서 만들면 ‘맞춤형 아기’가 태어나는 것 아니냐고 말이에요. 일단 이론적으로 틀린 것은 아닙니다. 다만 유전자가 인간의 모든 것을 결정하지 않습니다. 머리가 좋은, 공부를 잘하는 것과 관련된 유전자는 분명히 있겠지만 1~2개의 유전자를 고친다고 해서 아인슈타인이 태어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이런 부분은 환경적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해요. 물론 특정 질병에 관여하는 유전자는 분명히 있는 만큼 유전자 가위를 이용하면 유전병을 고칠 수 있을 겁니다. 인간을 대상으로 이런 실험을 하는 것은 엄격히 제한되어 있어요. 특정 유전자를 잘라냈을 때 이것이 다른 유전자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아직 잘 모르거든요.

즉 현재는 작물을 인간에게 유리하게, 즉 병충해에 강하고 열매를 많이 맺게 하고, 맛이 좋게 하는 데 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동물과 관련된 연구도 이제 진행이 되고 있고요. 다른 방식으로 신약 개발에도 적용이 되고 있는데 이는 다음 호에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말이 길었네요. 결론은 생명체는 DNA로 이루어져 있고, 유전자 가위는 특정한 배열의 DNA를 잘라내 우리가 원하는 형태로 자랄 수 있게 도움을 주는 도구입니다.

중학교 3학년도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가져오란 말이야.”  과학을 담당하는 기자가 선배들에게 많이 듣는 말 중 하나입니다. 맞습니다. 과학·기술 기사는 어렵습니다. 과학·기술 자체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어려운 내용을 풀어가다 보면 설명은 길어지고 말은 많아집니다. 핵심만 간결히 전달하지 않으면 또 혼나는데 말입니다. 이공계 출신인 제게 “문과생의 언어로 써라”라는 말을 하는 선배도 있었습니다.  혼나는 게 싫었습니다. 중3이 이해하는 언어로 기사를 쓰고 싶어 과학 교과서를 샀습니다.  그런데 웬걸, 교과서에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 이상의 많은 과학이 담겨 있었습니다. 기억 안 나시죠. 중3 수준으로 기사를 쓰면, 더 어려운 기사가 됩니다.  과학기술의 시대라고 말합니다. 챗GPT, 유전자 가위, 반도체, 양자컴퓨터 등 이름만 들어도 머리 아픈 최신 기술이 우리의 삶을 바꾸고 있습니다. 모르면 도태될 것만 같습니다.  어려운 과학·기술에 조금이라도 가까워지고 싶어 교과서를 다시 꺼냈습니다.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는 최신 기술의 원리를 교과서에서 찾아 차근차근 연결해 보려 합니다. 최신 과학·기술은 갑자기 툭 튀어나오지 않았습니다. 교과서에 이미 모든 원리가 들어있으니까요. 함께 공부하는 마음으로 적어 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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