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 못 냈거나 못 했거나" 尹 가계통신비 절감책 중간성적표

조서영 기자 2024. 9. 30.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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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심층취재 추적+
尹 정부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
중간요금제 가격 인하 효과 없어
전환지원금 되레 알뜰폰 업계 침체
단통법 폐지, 제4이통사 설립 실패
실질적 가격 인하 이끌어내려면
단말기 판매와 통신사 분리 필요해
가계통신비 인하는 정부의 오랜 숙제다.[사진=연합뉴스]

가계통신비 인하를 위해 역대 정부가 그렇게도 많은 정책을 펼쳤지만 효과는 없었다. 가계통신비는 줄어들긴커녕 되레 늘기만 했다. 5G 중간요금제, 번호이동 전환지원금 등의 정책을 앞세운 윤석열 정부 역시 별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5G 중간요금제, 전환지원금은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했고, 단통법 폐지나 제4이동통신 플랜은 아예 구체화하지도 못했다.

'가계통신비 절감'은 역대 정부들이 공통적으로 내건 목표였다. 윤석열 정부 역시 가계통신비 인하를 목표로 삼았다. 올 초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을 폐지하겠다는 약속도 내걸었다. 지난 7월 3일 정부가 발표한 '2024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도 하반기에 단통법 폐지를 지속 추진하고 알뜰폰 경쟁력을 활성화해 가계통신비를 낮추겠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하지만 업계에선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5G 중간요금제, 번호이동 전환지원금 등 윤석열 정부가 추진한 정책들이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하거나 좌초했기 때문이다. 그 성적표를 하나씩 살펴보자.

■ 5G 중간요금제 = 중간요금제는 기본 요금제와 프리미엄 요금제 중간 가격에 위치한 요금제를 말한다. 기존 5G 요금제는 너무 높거나 낮아 선택지가 다양하지 않다는 지적을 반영해 정부가 내놓은 대안이다.

그전까지 한국의 5G 요금제는 10GB 이하, 100GB 이상의 요금제만 있었다. 당시 5G 이용자의 데이터 사용량이 평균 27GB였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상당수 이용자는 고가요금제에 가입할 수밖에 없었다.

정부가 5G 요금제의 론칭을 압박하자 2022년 8월 이통3사는 월 6만원대로 20~30GB 중간요금제를 출시했다. 하지만 중간요금제는 가계통신비를 끌어내리지 못했다. 중간요금제의 데이터 제공량은 100GB 요금제의 3분의 1에 불과하지만, 가격은 고작 10~15% 저렴했기 때문이다.

가령, 당시 KT는 100GB 요금제를 월 6만9000원으로 책정하고 있었는데, 30GB로 출시한 중간요금제의 가격은 6만1000원이었다. 줄어든 데이터 제공량을 감안하면 가격을 월 2만700원으로 낮춰야 하지만 KT는 그러지 않았다.

불만은 또 있었다. 5G 중간요금제의 시작가격이 지나치게 높다는 점이었다. 5G의 경우 LTE 요금제에 비해 1GB당 요금이 비싸게 책정돼 있다. 요금제를 구간별로 촘촘하게 만들어도 8~10GB 데이터를 제공하는 최저가 요금제는 이미 4만~5만원대였다. 그런데도 이통3사는 5G 중간요금제에 이 방식을 그대로 적용했다. 5G 중간요금제를 두고 '무늬만 살짝 바꿨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는 이유다.

■ 번호이동 전환지원금 = 그럼 윤 정부가 밀어붙인 '번호이동 전환지원금' 정책의 성과는 어떨까. 전환지원금 정책은 번호를 이동하는 가입자에게 최대 50만원을 지원하는 제도로, 올해 3월 도입됐다. 이통3사 간 번호이동을 유도해 가격이나 서비스 경쟁을 활성화하겠다는 게 정부의 취지였다.

하지만 전환지원금은 또다른 후유증을 남겼다. 지원금으로 인해 단말기 구매 비용과 위약금의 부담이 줄자 알뜰폰 이용자들이 이통3사로 옮겨갔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가 발표한 '번호이동자 수 현황'에 따르면, 지원금 정책을 시행한 지 한달이 흐른 지난 4월, 알뜰폰에서 이통3사로 넘어간 가입자는 5만4664명으로 전월 대비 6.3% 늘었다.

반면 알뜰폰으로 유입된 건수는 7만4822명으로 전월보다 22.6% 급감했다. 알뜰폰 순증 규모도 3월 4만7371명에서 4월 2만158명으로 반토막 났다. 그간 알뜰폰은 이통3사 시장의 대항마 역할을 해오고 있었는데, 전환지원금 도입을 기점으로 신규 유입 고객이 대폭 줄어든 거다. 이 정책은 이통3사의 시장 독점을 강화하는 부작용을 낳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처럼 윤 정부는 시장 경쟁력 활성화와 가계통신비 인하란 '두마리 토끼'를 모두 놓쳤다. 그나마 기대하고 있던 단통법 폐지가 '감감무소식'이란 점은 짚어볼 문제다. 단통법은 소비자 차별과 시장 왜곡을 막기 위해 만든 법으로, 이통사가 천차만별로 제공하는 단말기 지원금을 통일했다. 하지만 '모두가 스마트폰을 비싸게 사도록 만들었다'며 악법 취급을 받았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단통법 폐지를 담은 개정안은 21대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한 채 폐기됐다. 22대 국회에선 논의를 위한 테이블마저 차려지지 않았다. 윤 정부가 올 초 야심차게 밀어붙였던 '제4이통사 설립 플랜' 역시 물 건너갔다.

올해 1월 제4이통사로 출범했던 '스테이지엑스'는 재정 문제를 극복하지 못한 채 좌초(7월 31일)했다. 그렇다면 가계통신비를 잡을 방안은 이제 어디에도 없는 걸까. 대다수 전문가는 '이통사와 단말기 판매의 분리'란 원론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안정상 중앙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겸임교수의 말을 들어보자. "현재 우리나라는 새로운 단말기가 나오면 이통사가 고가 요금제를 포함해 판매하는 구조입니다. 단말기 공급을 자유롭게 하고 이통사는 이동통신 서비스만 제공하도록 해야 해요. 단말기를 구매한 소비자가 요금제를 선택하는 구조로 바뀐다면 이통3사가 경쟁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가계통신비가 감소할 겁니다." 결국 이통3사의 기득권을 없애는 게 관건이란 얘기다.

조서영 더스쿠프 기자
syvho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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