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적대적M&A' 성공시 반도체 공급망도 위협

반도체 기업에 '고순도 황산' 공급하는 온산제련소 기술인력 이탈 가능성↑

고려아연 노동조합이 지난 9월19일 서울 광화 문 MBK 본사앞에서 공개매수 철회를 촉구하는 상경 집회를 했다/사진=최유빈 기자

MBK파트너스의 고려아연 적대적 인수합병(M&A) 성공시 국내 반도체 산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고려아연 노조가 MBK파트너스의 M&A에 대응해 퇴사 의지를 밝혀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기술인력 이탈이 예상된다. 고려아연 온산제련소는 반도체 제조공정 필수 제품인 고순도 황산을 생산해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에게 공급하고 있다. 해당 공장 기술인력 이탈로 고순도 황산 생산에 차질을 빚게되면 반도체 공급망 역시 타격이 불가피하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 온산제련소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고순도 황산을 생산하는 곳으로 연간 생산량은 140만톤(2023년 기준)에 달한다. 반도체 제조 공정 과정에는 웨이퍼 표면의 이물질 또는 불순물 제거에 고순도 황산이 필요하며 순도가 낮은 황산은 반도체 성능과 수율에 악영향을 미친다.

고려아연 온산제련소가 생산한 고순도 황산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공급되는데, 물량 부족이 예상돼 증산을 검토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반도체 생산능력을 확대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MBK파트너스가 영풍과 손잡고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를 시도하면서 고순도 황산 생산에 대한 우려가 커진다.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노조는 MBK파트너스를 향해 "약탈적 공개매수 시도 중단하라"며 성명을 냈고, 지난달 19일 노조 조합원 70여명은 서울 종로구 소재 MBK파트너스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공개매수 시도를 규탄했다.

적대적 M&A가 이뤄지면 노조와의 갈등, 파업 가능성 등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제조 과정에 쓸 고순도 황산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2년 전 화물연대 총파업 때도 반도체 제조용 황산 확보에 난항을 겪었다. 당시 정부를 압박하기 위해 화물연대는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앞에서 시위를 벌려 황산 운송에 차질을 빚었다.

온산제련소 핵심 기술인력 이탈 가능성이 가장 큰 문제다. 고려아연 최고기술책임자(CTO) 이제중 부회장과 핵심 기술인력들은 지난달 24일 기자회견을 열고 MBK파트너스가 경영권을 가져가면 전원 퇴사하겠다며 배수의 진을 쳤다. 일련의 사건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공급받던 반도체 제조용 황산 물량을 최소화하고 다른 업체로 공급처를 교체하는 것도 고려아연에게는 치명적이다.

최유빈 기자 langsam41@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