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고교 기말고사에 '수능·모평 복붙문제' 논란

한국지리 22문제 중 20개 판박이
"답 외우면 고득점" 일각서 분통
"문제 없다" vs "재발방지" 팽팽

최근 수원의 A고등학교 기말고사에서 전국연합학력평가 문제와 유사한 문제가 출제돼 교육 당국의 제대로 된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중부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달 초 A고등학교에서 치러진 2학년 1학기 기말고사에서 한국지리 22문제 중 20문제가 전국연합학력평가 모의고사·수능 기출문제와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본지가 입수한 시험문제를 살펴보면 ‘지도에 표시된 세 지역의 신·재생 에너지원별 발전량에 대해 옳은 것’을 묻는 9번 문제와 2022학년도 9월 모의평가 18번 문제가 매우 비슷하다. ‘옳은 것만을 보기에서 고른 것’을 ‘옳은 것’ 5지 선다형으로 바꿔 낸 셈이다.

‘주요 발전 설비의 분포를 나타낸 지도에 대한 설명으로 옳은 것’을 묻는 7번 문제도 2021학년도 9월 모의평가 7번 문제와 같은 방식으로 출제됐다.

이외 시험 문제와 그래프, 이미지, 보기 등 유형이 흡사해 보이는 문항도 다수였다.이와 관련해 일부 재학생과 학부모들은 문제지와 똑같은 문항을 그대로 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해당 과목에서 중간고사 100점, 기말고사 100점, 수행평가 만점을 받은 동점자가 많아 1등급이 없는 상황으로 알려졌다.학부모 B씨는 "기출문제로 수업을 했다고는 하지만 문제가 유출 수준으로 똑같아서 답만 외워도 고득점이 가능했던 상황"이라며 "이런 교사가 아직도 현장에 있다는 걸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시험을 정정당당하게 냈다면 이해하겠지만 열심히 공부한 아이들이 억울할 수밖에 없는 일 아니겠나"라고 말했다.해당 과목의 문제를 낸 교사는 평소 수업 시간에 전국연합학력평가 모의고사·수능 기출문제를 모아놓은 교재를 사용하고, 이 범위에서 시험 문제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학교 측은 학부모의 민원을 받고 지난 10일 학업성적관리위원회를 개최하고 1차 협의를 거쳐 재시험은 치르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다.

오는 19일 방학을 앞두고 있어 조만간 2차 재심의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학교 관계자는 "담당 교사가 시험에 출제한 내용은 온라인 교육 플랫폼 구글 클래스를 통해 제공했고, 수업시간에 80% 가량 풀이를 해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학업성적관리위원회에서 전체가 아니고, 문항 오류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재시험은 실시하지 않는다고 1차 협의를 마쳤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같은 교재로 수업했다면 문제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의견과 매년 반복되는 상황의 재발 방지를 위한 근본적인 대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엇갈린다.

도내 한 교사는 "학생들에게 동일하게 문제를 제공했고 공평하게 수업이 이뤄진 상황에서 100% 똑같은 문항이 아니기 때문에 규정을 어겼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성천 학국교원대 교육정책전문대학원 교수는 "과거에는 기출문제를 조금 바꿔서 출제하는 것을 암묵적으로 승인했지만 요즘은 저작권 문제가 불거지기도 한다"면서 "시험 문제를 재구성, 재구조화한다고 해도 선생님의 전문성에 의심이 갈 수 있기 때문에 오해의 소지를 없애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도교육청 "성적관리위는 학교소관
재심의 요청 있으면 전문가 위촉"

이와 관련 경기도교육청과 수원교육지원청은 학교 평가에 대한 문제 제기와 학업성적관리위원회 진행과 관련해서는 학교에 일임하고 있다고 밝혔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학업성적관리위원회 진행 현황을 따로 집계하지 않고 있다. 시행지침에 따라 재심의 요청이 있을 경우 외부전문가를 위촉해서 재심의하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연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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