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폭등한 서울에서 유일하게 ''애물단지 취급받는다는'' 주택단지

전세사기 여파, 서울 비아파트 공급이 무너졌다

2025년 상반기 서울 주택 시장은 ‘비아파트 공급 절벽’이라는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 전세사기 사태가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면서, 빌라와 같은 다가구·다세대·연립주택의 신규 공급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실제로 올해 1~5월 서울에서 준공된 비아파트 주택은 1813가구에 불과해, 지난해 같은 기간(2945가구)보다 38.4%나 감소했다. 전세사기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전인 2022년 1~5월(9074가구)과 비교하면 5분의 1 수준에 그친다. 2020~2022년에는 매년 2만2000~2만5000가구씩 꾸준히 공급됐던 비아파트가, 2023년 1만4124가구, 2024년 6512가구로 급감하며 시장의 균형이 무너지고 있다.

빌라 시장 붕괴, 아파트 쏠림 현상 가속화

전세사기 피해가 빌라 등 비아파트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하면서, 세입자들은 빌라 전세를 기피하게 됐다. 이에 따라 집주인들은 기존 전세보증금보다 낮은 가격에 세입자를 구해야 하는 ‘역전세’ 현상까지 겪고 있다. 과거에는 매매가와 전세가의 차이를 이용한 ‘갭투자’가 활발했으나, 이제는 세입자 확보조차 어려워 매매 수요도 급감했다. 주택 사업자들 역시 공급을 꺼리면서, 비아파트 시장은 수요와 공급이 동시에 위축되는 최악의 상황에 놓였다. 이로 인해 아파트로의 쏠림 현상이 더욱 뚜렷해지고, 서울 주택 시장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6·27 대출 규제, 아파트 전·월세 수요 폭증의 불씨

2025년 6월 27일 발표된 주택담보대출 한도 6억원 제한 정책은 아파트 구입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기존에는 LTV(주택담보인정비율) 기준만 맞추면 8~9억원까지 대출이 가능했지만, 이제는 아무리 조건이 좋아도 6억원까지만 대출이 가능하다. 이로 인해 중산층 실수요자들마저 아파트 구입을 포기하고 전·월세 시장으로 몰려드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6·27 대책 이후 서울 아파트 전세 물량은 소폭 증가했고, 월세 물량은 더욱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집주인들은 매도가 어려워지자 임대로 전환하고, 세입자들은 대출 한도에 막혀 전세에서 월세로 이동하는 ‘전세의 월세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정부의 비아파트 시장 정상화 대책, 효과는 제한적

정부는 비아파트 시장을 살리기 위해 지난해와 올해 2년간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이 빌라를 사들여 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신축 매입임대’ 11만 가구 공급 계획을 내놓았다. 또한 1주택자가 빌라를 사서 단기임대로 등록하면 1가구1주택 특례를 적용받을 수 있는 6년 단기임대 제도도 부활시켰다. 이에 따라 올해 1~5월 서울의 다가구·다세대·연립 인허가는 2098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1263가구)보다 66.1% 증가했다. 하지만 2022년 1~5월(8549가구) 수준에는 한참 못 미친다. 정부의 매입임대 확대와 인허가 증가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불안 심리는 쉽게 해소되지 않고 있다.

전·월세 시장 불안, 무주택 서민의 주거 부담 가중

비아파트 공급 절벽과 대출 규제, 그리고 아파트 쏠림 현상이 맞물리면서 서울 전·월세 시장의 불안정성이 커지고 있다. 입주 물량이 줄고,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전세 수요가 늘어 전셋값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 동시에 세입자들은 전세에서 월세로 이동하고, 집주인들은 보증금을 낮추고 월세를 올리는 방식으로 시장이 재편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빌라 같은 비아파트에서 시작된 월세화 현상이 아파트로 번지는 상황”이라고 진단한다. 이로 인해 무주택 서민들은 주거비 부담이 한층 더 커지고, ‘주거 사다리’의 불안정성이 고착화될 우려가 크다.

장기적 관점에서 본 서울 임대시장 구조 변화

서울 임대시장은 전세사기 사태와 공급 절벽, 대출 규제, 정부의 임대주택 정책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구조적 변화를 겪고 있다. 과거에는 비아파트가 서민과 청년층의 주거 사다리 역할을 했으나, 현재는 이마저도 무너져 중산층 이하 계층의 주거 불안이 심화되고 있다. 정부의 신축 매입임대 확대와 단기임대 특례 부활 등 대책이 시행되고 있지만, 공급 회복에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아파트 쏠림과 월세화 현상, 임대료 상승 등 시장의 불안 요인은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주거 사다리 복원과 임대시장 안정화, 무엇이 필요한가

서울 주택 임대시장의 불안정성을 해소하려면, 비아파트 공급 정상화와 아파트 쏠림 완화, 대출 규제의 유연한 조정 등 다각도의 정책이 필요하다. 신축 매입임대 확대, 단기임대 특례 등 정부 대책의 실효성을 높이고, 무주택 서민과 청년층을 위한 주거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동시에 전세사기 예방과 피해자 보호, 임대차 시장의 투명성 제고 등 근본적 제도 개선도 병행되어야 한다. 주거 사다리의 복원과 임대시장 안정화 없이는, 서울의 주거비 고착화와 계층 간 주거 격차 심화라는 구조적 문제에서 벗어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