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 위기에 글로벌 증시 휘청… 70조원 긴급 수혈

뉴욕=김현수 특파원 2023. 3. 17.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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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요인 여전… ECB ‘빅스텝’ 단행
미 지역 은행에 이어 스위스 투자은행(IB) 크레디트스위스(CS) 파산 우려가 겹쳐 글로벌 금융시장이 출렁이고 있다. 스위스 당국의 70조 원 상당의 CS 유동성 지원 방침에 시장이 안정세로 돌아섰지만 이 은행의 덩치가 워낙 커서 ‘제2의 리먼 사태’ 위기감마저 감지된다.

15일(현지 시간) 뉴욕 증시에서 전날 진정세로 돌아섰던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은 CS발 위기감에 21.4% 폭락하는 등 지역 은행과 JP모건체이스 등 대형 은행까지 직격탄을 맞았다. CS 최대주주인 사우디국영은행이 추가 자금 지원 불가를 밝힌 뒤 불안이 증폭된 데 따른 것이다.

결국 스위스국립은행(SNB)이 유동성 지원 방침을 밝히면서 시장은 일단 진정됐다. 16일 코스피는 전일 대비 0.08% 하락한 2,377.91로 장을 마감했다. 하지만 향후 CS 정상화까지 불안 조짐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날 유럽중앙은행(ECB)은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미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로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금리 인상을 유보할 것이란 예상을 뒤집은 것이다. 다음 주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금리 인상 경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에 16일 뉴욕 증시도 하락세로 돌아섰다.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은 개장 직후 35% 이상 폭락하며 위기감을 고조시켰다.

국민연금 보유 CS 주식 3000억 추정… 해외투자 리스크 증폭

또 불거진 CS 파산 위기

최대주주 사우디銀 “지원 불가”에
SVB 파산 공포 투자자 주식 투매
유동성 지원에 우선 급한불만 꺼

“빙산의 일각일지 모른다. 앞으로 더 많은 고통이 닥칠 것이다.”

15일(현지 시간) 밥 미셸 JP모건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미국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은 이제 어제의 싸움이다. 지금부터는 금융 안전성과의 싸움이 돼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미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후폭풍에 이어 스위스 투자은행(IB) 크레디트스위스(CS) 유동성 위기까지 겹치며 글로벌 금융시스템 전반의 위기 우려가 커졌다.

1856년 설립된 CS는 지난해 말 기준 총자산 5800억 달러(약 761조 원)로, 지난주 파산한 SVB의 두 배가 넘는 규모다. CS는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만들어진 국제 은행 규칙에 따라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금융기관’으로 분류될 만큼 영향력이 큰 IB다.

한국도 국민연금의 CS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최대 4000억 원으로 추산되는 등 CS가 파산한다면 적잖은 여파가 글로벌 금융시스템에 불어닥칠 것으로 전망된다.

● ‘유동성 지원’에 진정세…정상화까지 먼 길

지난해 하반기 제기된 CS 파산 우려는 한동안 잠잠하다 최근 SVB 폐쇄 후폭풍으로 다시 불거졌다. 14일 연례 보고서가 지난해 회계 내부 통제에 ‘중대한 약점’이 발견됐으며 고객 자금이 계속 유출되고 있다고 지적하자 고객 불안은 더 커졌다. 15일 지분 9.9%를 보유한 최대 주주 사우디국립은행이 “보유 지분 10% 미만 제한으로 추가 지분 구입(자금 지원)이 힘들다”고 밝히자 투자자들은 CS 주식을 투매했고 주가는 장중 30.8%까지 폭락했다.

SVB 파산 후폭풍에 휘청이다 겨우 진정세를 보이던 미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을 비롯한 은행주는 다시 폭락세로 돌아섰다. 월가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 변동성 지수(VIX)는 최근 5일간 36.2% 급등했다. 15일 스위스중앙은행이 “(CS에) 유동성을 지원하겠다”고 긴급 발표하고 나서야 날뛰던 금융시장은 진정될 기미를 보였다.

16일 코스피는 장 초반 CS 악재에 낙폭을 키우며 1% 넘게 하락했다. 하지만 스위스국립은행(SNB)의 대규모 유동성 지원 소식에 안정을 되찾으며 전날보다 0.8% 내린 2,377.91로 거래를 마쳤다. 마찬가지로 장중 1.7% 넘게 급락했던 코스닥지수도 혼조세를 보인 끝에 0.10% 오른 781.8로 마감했다. 금융 불안이 커지고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되면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9.3원 오른 1313.0원에 마감했다.

SNB가 유동성을 지원하더라도 CS 증자에 참여할 기업을 찾기 어려워서 CS 정상화까지는 적지 않은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CS와 거래 관계가 깊은 미국 정부도 이날 재무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CS 사태를 면밀히 주시하겠다”고 밝혔다.

● CS 파산 공포, 국민연금도 물렸다

국민연금이 보유한 CS 주식 규모가 3000억 원 수준인 것으로 추정돼 우려를 낳고 있다.

2021년 말 기준 국민연금의 해외주식 자산 대비 CS 주식 비중은 0.11%로, 약 2755억 원을 보유하고 있었다. 국민연금이 2018년 이후 보유한 CS 주식 비중은 해외주식 자산 대비 0.11∼0.13% 수준이기 때문에 이 같은 비중을 지난해 말에도 유지했다고 가정하면 국민연금의 CS 주식 위험노출액(익스포저)는 2650억∼3130억 원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국민연금은 2021년 말 기준 CS 회사채도 1253억 원 보유하고 있다.

최근 국민연금이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해 말 기준 SVB 주식을 1218억 원어치 보유하고 있었다. 직접투자분이 295억 원, 위탁투자분이 923억 원이다. 파산한 SVB에 이어 CS에서까지 손실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 리스크가 커진 셈이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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