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유목민의 특별한 DNA가 한국어 천재를 만드는 이유

예로부터 몽골인은 유목민으로 살았습니다. 그래서 우리 역시 몽골인 하면 초원에 집을 짓고 가축을 기르며 생활하는 모습이 떠오르죠. 그런데 이들은 소위 언어 천재라고 불리는데 실제로 몽골에서 사업을 영위하거나 거주하는 한국인들은 하나같이 몽골인들의 언어 습득 능력이 굉장히 탁월하다고 평가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유목생활을 주로 하던 그들의 조상들은 특정 지역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겨울철 유목지와 여름철 유목지를 찾아 계속해서 이동하며 생활합니다.

그리고 가축을 키우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이 가축을 팔아 생활을 하죠. 지금 현재 국경의 개념이 생기기 전 몽골 유목민들은 다른 유목지에서 온 상인에게 자신들의 가축을 판매하고 필요한 물건을 사면서 자연스럽게 외국어를 접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수백 수천년간 이러한 생활이 이어지면서 자연스럽게 타 언어를 재빨리 습득하는 DNA가 생겨나게 됐죠.

인간은 적응과 진화의 동물입니다. 자신이 거주하는 자연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털이 없어지거나 짧아지거나 꼬리가 태화하거나 손톱이 뭉툭해지는 등 진화의 진화를 거듭했죠. 몽골인 유몽민의 경우는 전 세계에서 가장 좋은 시력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또한 드넓은 초원에서 살다보니 자연스럽게 진화된 일종의 능력입니다. 언어 습득 능력이 유목민으로 국경을 넘나들며 자연스럽게 외국어를 접하고 그 언어적인 특징을 캐치해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능력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생겨 후손까지 전해진 겁니다.

한류의 인기가 전 세계 곳곳으로 퍼진 지금 최전선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기관은 세종학당입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관리하는 한국어 보급기관으로 제2외국어로 한국어를 배우고 싶은 외국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칩니다. 2023년 기준 전 세계 85개 국가에 248개의 세종학당이 설립되어 있는데, 어떤 곳에서는 수강을 위해 6개월을 기다려야 할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하죠.

일제강점기 일본이 집요하게 일본어 교육을 강조했던 것도 비슷한 맥락이기는 한데, 그처럼 강제성을 띈 교육은 효과가 크지 않습니다. 반면, 현재 전 세계적으로 부는 한국어 배우기 열풍은 한류에 푹 빠진 외국인들의 자발적인 수강이기 때문에 그 효과는 상상을 초월하죠. 그런데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생긴 세종학당이 몽골 울란바토르에 있습니다. 2007년 3월 생겼죠.

매년 천 명 이상의 학생이 한국어를 배우는데 이 학당 외에도 울란바토르에 3개, 다르항에 1개가 있어 몽골에서는 몽골어를 몰라도 한국어만 사용해도 살 수 있다는 말이 우스갯소리로 전해집니다. 매년 한국어 시험 응시자 수가 4천 명이 넘는다고 알려졌는데 실제로 한국인이 가게나 식당을 가도 자연스럽게 한국어로 인사를 한다고 하니 이 우스갯소리도 과언은 아닌 듯합니다.

제 개인적인 경험인데 몇 년 전 부모님께서 몽골인 부부를 한 달 정도 상주하도록 하면서 농사를 거둘어 준 적이 있었는데 한국에 온 지 세 달밖에 되지 않았는데 굉장히 자연스럽게 한국어를 구사하고 있었습니다. 몽골에서 배운 것인 줄 알았는데 한국에 와서 일하면서 자연스럽게 배웠다는 말이 굉장히 놀라웠었습니다. 평생을 영어에 목숨 걸었던 제 입장에서 3개월 만에 자연스러운 한국어를 구사한다는 그 몽골인 부부는 굉장한 연구 대상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언어 능력이 몽골인들에게는 누워서 떡 먹기처럼 쉬운 일입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유목민의 피, 즉 언어습득에 천부적인 재능을 보일 수밖에 없는 DNA가 있기 때문이죠. 사실 유목민의 등장은 인류 역사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가축을 키우며 이동하는 그들 덕분에 동서 문명 교류가 가능해졌고 거주에 익숙해진 농경민을 자극해 다양한 문명을 만들어냈죠.

한때 한반도부터 중동, 유럽에 헝가리에 이르는 세계 최대 제국을 건설했던 몽골 역시 유목민의 나라였는데 이 유목민들이 없었다면 아마 인류 문명은 지금에 미치지 못했을 것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최근 유목민의 나라 몽골이 초원, 유목 등의 이미지를 벗고 급격하게 도시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은 잘 알고 계실 텐데, 이게 새삼 놀라운 것은 일부 주장이기는 하지만 한국의 영향을 강하게 받아서 그렇습니다.

몽골에서 가장 좋은 대학을 졸업해 가장 좋은 직장에 취업한다고 하더라도 받을 수 있는 월급은 한국의 1/5 아니 1/10도 되지 않을 정도로 적습니다. 그래서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한국으로 넘어온 것인데 그들이 경험해보니 한국의 인프라나 의료시스템 등 사회가 전반적으로 너무 좋은 겁니다. 이에 몽골로 돌아간 이들은 현지 정치인들에게 한국과 비슷한 구조를 갖출 것을 요구하기 시작했고 100%는 아니더라도 차츰 차츰 한국을 따라가는 경향을 보이기 시작했죠.

그러니까 현재 몽골에서 볼 수 있는 편의점이나 한식당, 포장마차 등뿐 아니라 한국을 그대로 가져온 듯한 아파트 모양 등도 전부 이러한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가난, 빈곤, 낙후의 상징이었던 몽골이 변하고 있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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