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의료기기 성장의 역설②] AI 의료기술의 딜레마…기술보다 어려운 수익모델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국내 의료기기 산업이 '수출 10조원' 시대를 열며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국내 의료 인공지능(AI) 시장은 화려한 기술과는 다르게 성장의 정체를 마주하고 있다.
정부는 '혁신의료기기 통합심사·평가'나 '신의료기술평가 유예제도' 등을 도입해 AI 기기가 보다 빠르게 임상 현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길을 열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의료기기 산업의 지속 가능한 미래는 단순히 기술력의 우위를 자랑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시장에서 자생적으로 돌아갈 수 있는 합리적인 경제 생태계가 작동하느냐가 본질"이라며 "정부와 의료계, 산업계가 머리를 맞대고 실효성 있는 수익 모델과 제도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독립 가치 없는 '보조 수단'…돈 벌 길 없는 의료AI
"건보 재정 아낀 만큼 보상해야"…가치 보상 '중요'
![[출처=구글]](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6/23/552778-MxRVZOo/20260623111111902cwvd.jpg)
국내 의료 인공지능(AI) 시장은 화려한 기술과는 다르게 성장의 정체를 마주하고 있다. AI 의료영상 분석, 디지털 병리, 진료 지원 솔루션 등 첨단 기술이 쏟아지고 있는 동시에 정부도 디지털 헬스케어를 국가 차원의 미래 먹거리로 점찍어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하지만 기술의 화려한 겉모습과 달리 실제 의료 현장의 반응은 차가운 편이다. 현장의 의료진은 AI의 정확성과 효율성은 인정하지만 '아직 돈을 내고 쓸 이유를 찾지 못한다'라는 의견이 대다수다. 의사의 업무 부담을 덜어준다는 가치만으로는 시장의 자생적 확산이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혁신 기술의 역설…병원이 외면하는 'AI' 도입
현재 국내 의료 AI 기술은 세계적 수준이다. 엑스레이,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등 정밀 영상 분석 분야에서는 전문의 수준의 판독 정확도를 자랑하며 뇌경색, 뇌출혈, 심부전 등 골든타임이 핵심인 중증 질환의 조기 발견을 돕고 있다.
성장 속도도 빠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은 의료 AI 제품은 수백 건에 달하며 주요 기업들은 해외 유명 학회에서 연일 독보적인 연구 성과를 발표하고 있다.
![[출처=픽사베이]](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6/23/552778-MxRVZOo/20260623111113316aqvs.jpg)
예로 의사가 엑스레이 영상을 보고 진단할때 이미 국가가 정한 '판독료'라는 수가가 매겨져 있다. 병원이 고가의 AI 솔루션을 도입해 판독의 정확도를 높이고 시간을 단축하더라도 병원이 건강보험공단이나 환자에게 추가로 청구할 수 있는 비용은 원칙적으로 없다.
결국 AI 도입 비용은 온전히 병원의 '비용 지출'로 처리된다. 의사의 업무가 편해질 뿐 병원의 재정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구조 속에서 경영 효율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병원들이 선뜻 지갑을 열기 어렵단 뜻이다.
◆글로벌 시장은 '가치 보상', 국내는 '진입 속도' 치중
미국과 영국 등 글로벌 국가에서는 의료서비스의 혁신을 위해 제도적 정책적으로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으며 의료 현장에 신기술 활용을 적극 지원하기 위해 신기술에 대한 별도 평가 트랙 및 추가 보상 체계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특정 AI 솔루션이 환자의 입원 기간을 단축하거나 합병증을 줄여 병원의 전반적인 의료 비용을 절감했다는 점을 증명하면 별도의 신규 수가(NTAP)를 파격적으로 인정해 준다. AI 기업이 기술을 통해 사회적 비용을 줄인 만큼 그에 상응하는 명확한 보상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것이다.
반면 국내 제도는 시장 진입의 속도를 높이는 데만 치중해 왔다. 정부는 '혁신의료기기 통합심사·평가'나 '신의료기술평가 유예제도' 등을 도입해 AI 기기가 보다 빠르게 임상 현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길을 열었다. 허가 절차를 단축해 최단 80일 만에 병원에서 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출처=픽사베이]](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6/23/552778-MxRVZOo/20260623111114780zboy.jpg)
한시적 비급여로 청구할 수 있는 금액마저도 기존 전문의 판독료의 아주 미미한 수준이거나 상한선에 묶여 있어 기업들은 개발 원가조차 회수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보조'에서 '독립'으로…지속 가능한 생태계 구축 필요
국내 의료 AI 산업이 단순한 기술 과시를 넘어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패러다임의 전면적인 전환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화려한 인허가 실적에 가려진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제도적·사회적 차원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는 기존의 '의사 보조' 프레임에서 탈피해 AI 기술 고유의 '독립적 가치'를 인정하는 수가 체계를 정립하는 것이다. AI 도입으로 오진율을 낮추고 불필요한 재검사를 줄여 건강보험 재정을 절감했다면 그 절감액의 일부를 병원과 기업에 인센티브로 돌려주는 보상 모델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정부가 규제 완화 카드로 내민 선진입 제도의 사후 평가 프로세스 역시 한층 정교해져야 한다. 완화된 기준을 적용해 시장 진입 문턱을 낮춰준 만큼 이들 기술이 실제 임상 현장에서 안전하게 쓰이면서 유효한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정밀한 설계가 필요하다.
보수적인 의료계의 인식 변화와 리스크 분담을 위한 상생 모델 구축도 핵심 열쇠다. 일선 의료 현장에서는 AI 도입이 의사의 전문성을 퇴색시키거나 오진 발생 시 진단 책임의 소재를 모호하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도입을 주저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의료기기 산업의 지속 가능한 미래는 단순히 기술력의 우위를 자랑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시장에서 자생적으로 돌아갈 수 있는 합리적인 경제 생태계가 작동하느냐가 본질"이라며 "정부와 의료계, 산업계가 머리를 맞대고 실효성 있는 수익 모델과 제도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Copyright © EB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