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방 지킴중개’로 계약했는데 3개월째 떠돌이 생활”···직방 책임 어디까지? [강홍민의 끝까지 간다]
입주 일주일 전 문제 발생해 입주 불허
계약 문제 후 직방 측 원활한 소통 안돼
엄정숙 부동산 전문 변호사 "중개상 과실 인정되면 중개인, 직방 동일하게 과실 책임"
“직방이 100% 보장해준다고 해서 ‘지킴중개’를 선택했는데, 입주는커녕 3개월째 떠돌이 생활을 하고 있어요.”
전세사기 등 중개사고의 위험으로부터 서비스 이용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직방이 야심차게 내놓은 ‘지킴중개’ 서비스를 통해 한 전세계약이 파기 위기에 놓여졌다.
‘지킴중개’는 작년 6월 직방이 전세사기 등 중개사고의 위험으로부터 직방 서비스 이용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내놓은 서비스다. 지킴중개 서비스의 핵심은 안전한 매물을 직방 이용자들에게 제공한다는 취지다.
직방 앱을 통해 매물 확인 중 ‘지킴중개’ 마크를 보고 더 믿음이 갔다는 ㄱ씨는 “뭔가 다른 매물과는 차별을 뒀다는 느낌과 안전하다는 믿음이 보장되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올 5월 앱을 통해 매물 확인 후 강남의 모 부동산중개사무소를 찾은 ㄱ씨는 관련 매물의 설명을 듣고 신탁매물(신탁회사 소유)이라는 걸 확인했다. 신탁매물이라는 말에 순간 고민했던 그는 직방이 보증보험 100억 원을 들어놔 안전하다는 중개사의 설득에 계약서에 날인했다고 설명했다.
ㄱ씨는 “미심쩍은 부분이 없진 않았지만 직방 지킴중개를 통해 계약했을 때 중개사고가 발생하면 100% 책임보장을 해준다는 말을 듣고 계약하게 됐다”면서 “무슨 일이 있어도 직방이라는 큰 브랜드에서 책임져 준다고 하니 큰 걱정은 없었다”고 말했다.
순탄하게 진행될 것만 같았던 계약은 쉽지 않았다.
ㄱ씨는 지난 5월 계약금 4천만원을 지급하고 한 달 뒤인 6월 25일 임대인 측이 요구한 중도금 5천만원을 지급했다. ㄱ씨는 계약금, 중도금 지급과 함께 계약 위임장을 받아달라고 요구했으나 현재까지도 받지 못한 상태다.
차일피일 계약이 미뤄지면서 3개월이 지난 8월 26일 2차 계약을 진행하려 했으나 이마저도 불발됐다.
ㄱ씨는 “계약금 외에 중도금 5천만원을 요구하는 것도 좀 이상하다 생각했다”면서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임대인 측이 돈이 필요했구나’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계약금 지급했고, 잔금은 지급할 텐데 미리 달라는 게 이상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직방 측은 “지킴중개는 중개사의 고의 또는 과실로 누락되거나 잘못된 정보로 인해 계약상의 문제가 생긴 ‘중개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는 중개 서비스”로 “기본적인 계약 사항은 물론, 계약 해지 가능성 등 문제소지가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철저한 사전 검토를 통해 임차인에게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특히 신탁매물 거래 시, 임차인의 대항력 확보를 위해 신탁원부와 수탁자의 임대차 동의서를 필수로 확인한다”면서 “다만 신탁 등기 말소조건(신탁회사에서 임대인에게 소유권등기를 이전하는 조건)의 경우 신탁원부를 확인해 제공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경우에도 직방 측은 "지킴중개팀은 임대인이 잔금일까지 신탁사로부터 소유권이전등기를 완료하지 않는 경우 계약이 해지될 수 있음을 임차인에게 고지했고, 이 점을 상호 확인 하에 계약서에 명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ㄱ씨는 이 과정에서 직방의 지킴중개의 책임감은 찾아볼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ㄱ씨는 “계약이 두 번 미뤄지면서 계약서에 공동 날인한 직방 담당자에게 수차례 연락을 했는데, 민원이 많다는 이유로 연락이 안됐다”면서 “이후 이메일을 통해서만 연락이 가능하다는 메일이 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원활한 소통은 이뤄지지 않았다.
ㄱ씨는 직방에 메일로 문의하면 5~7일이 지난 이후 답변을 받을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또 고객이 문의한 질의에 대한 답변에서도 고객을 지키겠다는 슬로건과는 상이했다.
직방은 ㄱ씨의 문의에 대해 “입주 지연으로 인한 곤란을 겪고 계신 상황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당사에 각종 정부자료, 통계자료까지 확인하여 제시하라는 것은 다소 과한 요구로 보이며, 이에 따른 구체적인 답변은 생략하겠다”고 이메일로 답했다.
ㄱ씨는 이러한 직방의 대응방식에 2차 피해를 입고 있다는 입장이다.
ㄱ씨는 “계약 시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중개인과 직방 담당자 간 소통을 통해 해결을 기대했는데, 연락조차 안 되는 상황에 답답하다”면서 “자신들이 불리하다고 생각하니 시간을 끌면서 제 풀에 지칠 때까지 기다리는 게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직장생활을 하다가 창업을 위해 퇴사한 ㄱ씨는 계약이 예정돼 있던 집에서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있었다. 하지만 계약이 지연되면서 지인들의 집에 신세를 지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직방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지킴중개 서비스’,
과실 책임범위는 어디까지?
직방의 지킴중개 서비스는 직방 앱 또는 PC로 화면을 열면 메인화면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가장 먼저 눈에 띄게 보이는 ‘직방이 제안하는 지킴 중개’에는 ▲엄선된 중개 전문가와 함께 ▲전문 검수팀의 계약 안전 확인 ▲중개사고 책임 보장 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지킴중개 매물 거래 역시 전문성을 강조했다. 거래 순서는 ▲전문 인력의 1:1 매물 현장 검증 ▲무사고 부동산 중개 경력이 확인된 ‘지킴중개사’의 상담 ▲계약 분석 전문가의 위험성 정밀진단의 3단계를 거친 뒤 직방이 자회사 중개법인을 통해 최종 계약서에 공동 날인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임대인과 임차인 간 계약 과정에 직방이 설립한 자회사 중개법인 ‘직방부동산중개파트너스’의 전문 계약 검수팀이 계약에 참여해 신뢰도를 높인다.
이 같이 안전성을 강조한 ‘지킴중개’ 서비스는 작년 6월 직방이 내놓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다. 기존 수익모델은 공인중개사가 매물을 등록하면 광고비를 받는 형태이지만 지킴중개는 계약이 성사되면 중개사와 수익을 분배한다.
일각에서는 지킴중개의 매물을 서비스 화면에 우선 배치해 자체 수익률을 높이는 전략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직방 관계자는 “지킴중개 매물은 지역별로 선별된 매물 목록 내 랜덤 순위로 노출된다”면서 “다만 지킴중개 매물만 모아 보는 필터 기능을 별도로 제공 중”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건과 관련해 직방 측은 “이번 건의 경우 중개사고로 볼 수 없기 때문에 중개자에 배상 책임은 있지 않으나 직방 지킴중개와 제휴 공인중개사는 계약 해지에 따른 손해배상액을 결정하는데 필요한 임차인, 임대인 간 의견 조율 과정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전문 엄정숙 법도 종합법률사무소 변호사는 “현재 발생한 문제의 원인이 신탁등기로 인해 발생한 건지, 중개인의 과실인지를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라면서 “중개인이 임차인에게 신탁매물이라는 걸 고지했더라도 직방이 계약에 참여해 안전하다고 설득한 사실이 있다면 문제에 대한 책임을 져야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개 거래상 과실이 인정되면 중개인과 직방이 동일하게 과실에 의한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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