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반성문 쓴 삼성전자, 반전 위한 미래 기술은 ‘탄소포집’
반도체 공정 지속가능성 높일 계획 공개
‘지금 저희가 처한 엄중한 상황도 꼭 재도약의 계기로 만들겠다. 무엇보다, 기술의 근원적 경쟁력을 복원하겠다.’
전영현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장(부회장)은 지난 8일 올해 3분기 잠정실적 발표 직후 본인 명의의 메시지를 내고 사과했다. 삼성전자 경영진이 실적에 대해 별도의 입장문을 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 부진한 실적에 대한 사실상의 ‘반성문’이라는 평가가 나온 이유다.
전 부회장은 위기 극복 방안으로 기술 경쟁력 회복을 첫 번째 조건으로 꼽았다. 18일 부산에서 열린 한국화학공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는 삼성전자의 기술 경쟁력 회복을 위한 구체적인 움직임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가 있었다.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SAIT(옛 종합기술원)’의 황경순 부사장이 ‘지속가능성을 위한 반도체 로드맵’이라는 주제로 기조 강연을 한 것이다. 당초 황 부사장은 기자간담회도 할 예정이었지만 직전에 취소됐다. 최근 실적 부진으로 경영진이 반성문까지 쓴 게 부담이 된 것으로 보인다.
황 부사장은 반도체 분야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탄소 포집·활용·저장 기술(CCUS)을 중점적으로 연구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를 위해 2022년 SAIT 내에 탄소포집연구소를 반도체 업계 최초로 설립하기도 했다. 황 부사장은 “CCUS 적어도 20년 전에 나왔지만, 여전히 비용이 많이 들고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경우 탄소를 배출한다”며 “규모를 늘려 상업적으로 쓰려고 해도 문제가 많아 여전히 연구와 투자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CCUS는 경제성으로 따질 게 아니라, 반드시 해야 하는 만큼 대안기술이 있느냐 없느냐를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 부사장은 “최근에는 아민(amine)을 기반으로 하는 탄소포집 시스템을 개선하고 있다”며 “반도체 사업장에 적용할 수 있게 친환경, 소형화할 수 있는 포집 기술을 개발하고, 삼성전자 반도체 제조 시설을 시작으로 전 사업장, 협력사까지 확대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민은 산화나 열로 분해되면 인체에 해로운 질소 화합물을 만든다. 따라서 탄소 포집 효율을 높이면서도 배출되는 해로운 물질을 줄이는 게 관건이다.
반도체 제조 시설인 ‘팹(FAB)’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뿐 아니라 불소 기반 가스, 질소 산화물을 없애는 것도 하나의 목표라고 했다. 이산화탄소가 온실가스로서 지구 온난화에 미치는 영향을 1이라고 할 때, 반도체 공정에서 나오는 질소산화물은 300, 불소 기반 가스는 5700 정도로 영향이 크다. 김지현 서울대 교수는 “패턴이 점점 미세해지면서 가스를 사용하는 공정을 수십번 반복해야 하는 데다, 가스가 100이 들어가면 99개는 버려져 환경 오염이 심해졌다”고 했다.
2년 전 삼성전자가 선언한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고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사업장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을 최소화해야 한다. 황 부사장은 “현재 반도체 제조 시설 옥상에 RCS(대용량 통합 온실가스처리시설)를 만들어 90% 이상 처리하고 있으나, 관련 촉매를 개발하는 기업과 협업해 효율을 높일 예정”이라며 “플라스마를 사용해 가스를 제거하는 ‘스크러버’를 저전력으로 개발하는 것도 하나의 방향으로, 불소 기반 가스는 2040년까지 모두 줄이고 질소 산화물은 자연에서의 농도와 비슷한 0.03ppm 정도로 달성할 계획”이라고 했다.
황 부사장은 그린수소 분야에서는 수전해 기술 중 고체산화물수전해(SOEC) 분야도 눈여겨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수전해는 재생전기를 활용해 물을 산소와 수소로 분해하는 것을 말한다. 그는 “이미 알칼라인 기반의 수전해는 중국의 경쟁력이 매우 높아 진입장벽이 높지만, SOEC는 아직 주도하는 업체가 없고, 원자재 수급 이슈도 없어 잠재력이 있다고 봤다”며 “현재 SOEC가 직면한 한계를 해결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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