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립법무병원서 ‘묶인 환자 폭행’…‘주의’ 처분 그쳐

고경태 기자 2024. 10. 10.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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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보호사 과잉대응 판단 뒤 주의 조처”
충남 공주에 위치한 국립법무병원. ‘공주치료감호소’로도 불려왔다. 연합뉴스

형사처벌을 받은 정신장애인들의 치료감호시설인 충남 공주의 법무부 산하 국립법무병원에서 보호사(간호조무사)가 팔·다리가 묶인 감호자를 과잉 제압해 징계를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국립법무병원은 정신병원과 교도소를 합친 국내 유일의 시설로 정신과 치료가 필요한 감호자 800여명이 수용돼 있는데, 그동안에도 ‘치료 보다 처벌’에 가까운 강박이 빈번히 벌어져 인권침해 우려가 나온 바 있다.

10일 국립법무병원 직원 제보와 법무부가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종합하면, 지난 4월1일 국립법무병원 보호사는 감호자가 난동을 부린다는 이유로 감호자를 보호실(격리실) 침대에 묶고 목 부분을 압박하는 일이 발생했다. 병원 직원은 한겨레에 “27살 지적장애 남성 환자가 보호실 침상에서 자신을 억제하는 보호사에게 침을 뱉자, 보호사가 팔·다리가 묶여 저항할 수 없는 환자 목 부위를 1~2분여 동안 정강이 부분으로 압박했다”며 “환자가 의식을 잃고 침상에 소변을 봤다”고 설명했다. 국립법무병원 역시 “4월1일과 2일 입원 중 직원을 폭행하고 시설물을 파손하는 등 수시로 규율을 위반해 실형 선고를 받은 이력이 있는 피치료감호자가 당일 난동을 부려 이를 제압하는 일이 있었다”고 밝혔다.

보호사는 해당 사건으로 주의 처분을 받았다. 국립법무병원 징계 현황을 보면, 해당 사건에 대해 ‘피치료감호자 난동 제압 중 과잉 대응’이라는 세부 내용과 함께 ‘주의’ 처분을 준 것으로 돼 있다. 하지만 국립법무병원 구체적 사건 경과를 묻는 질문에 “정보공개법상 보안처분 및 인사관리에 관한 사항이라 자료제공이 어렵다”고 밝혔다.

국립국립법무병원 간호사 스테이션. 2015년 8월 촬영된 사진이다. 인권위 방문조사 보고서

국립법무병원은 치료감호법에 따라 치료감호처분을 받은 이들의 수용·감호와 치료 및 이에 관한 조사·연구를 하는 법무부 산하 기관이다. 정신병원과 교도소를 합친 시설로는 국내 유일하다. 1987년 옛 ‘사회보호법’에 근거해 충남 공주시 반포면에 치료감호소로 문을 열었고, 1997년 의료기관 개설 허가를 받았다. 8월 말 기준 피치료감호자 805명을 수용하고 있는데, 간호인력(간호사, 간호조무사) 299명이 15개 병동에서 일한다. ‘과잉대응’으로 경고 조처를 받은 보호사 또한 간호조무직 공무원으로, 피치료감호자 감호·보호 및 간호사 의료행위 보조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문제는 치료 대상이 감호자라는 이유로 일반 정신병원보다 격리·강박이 더 빈번하게 발생할 개연성이 크다는 점이다. 실제 치료보다 처벌에 가까운 강박이 빈번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병원 사정을 잘 아는 한 법조인은 "치료감호법은 치료목적에 한하는 정신건강복지법과 달리 규율위반으로도 격리할 수 있다. 이 경우에는 정신과 전문의의 지시 없이 담당의사의 지시에 따라 격리할 수 있다”며 “이런 격리는 발달장애인의 문제(도전적) 행동을 격화시키거나 고착시킬 수 있고, 더욱 심한 정신질환을 낳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10년간(2014년 10월~2024년 9월) 국립국립법무병원을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접수된 진정은 부당한 강박, 실외운동 제한, 야간 화장실 이용 제한, 과도한 시시티브이 설치, 의료조치 미흡, 신체의 자유 침해 등 258건에 이른다. 인권위는 이 가운데 6건에 대해 인권침해 개선을 권고했다. 2018년 11월 인권위는 국립법무병원장에게 “피치료감호자에 대해 과도하게 물리력을 이용하거나, 사유 등은 고려 않고 높은 강도로 동일하게 강박을 시행하는 관행을 개선하라”고 권고했다. 당시 병원은 감호자가 ‘눈을 부릅뜨고 소리를 질렀다’ ‘도둑질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등의 이유로 양손과 양발 가슴을 묶는 ‘5포인트 강박’을 실시했는데, ‘치료보다 처벌 성격이 큰 강박’이었음이 드러난 것이다.

국립법무병원의 과잉제압을 제보한 병원 직원은 “다른 정신병원보다 격리나 억제 건수가 워낙 많아 환자 인권이 침해될 우려가 커 병원 직원들은 수시로 직무교육을 받는다. 기본적으로 동료 직원을 옹호하지만, 이 사건은 우리가 봐도 용납이 되지 않는 행동이었다”며 “벌을 받아야 한다면 벌을 받고, 문제를 은폐한 사람도 찾아내 국립법무병원이 공명정대한 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말했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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