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비타민 D 부족, 자가면역질환 원인일 수 있어

- 면역 세포 훈련시키는 ‘흉선’, 비타민 D 부족하면 더 빨리 노화돼
- 제대로 훈련되지 않은 T세포, 자가 세포 공격 위험 높아

‘자가면역질환’은 한 마디로 ‘스스로 공격하는 질환’이다. 몸의 방어를 담당하는 면역체계가 본인의 세포들을 침입자로 인식해 공격하는 것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자가면역질환은 80종 이상이며, 그 증상과 실제 영향은 개인마다 다르다. 정확한 발병 원인도 뚜렷하게 밝혀지지 않아, 여전히 원인을 찾기 위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어린 시절의 비타민 D 부족으로 인해 자가면역질환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제기됐다. 어린 시절에 발달하는 ‘흉선(thymus)’이 비타민 D 부족으로 인해 더 빨리 기능 저하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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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 세포들의 교관, ‘흉선’

흉선은 가슴 한복판, 심장 위쪽 즈음에 위치한 기관이다. ‘가슴샘’이라고도 불린다. 면역 체계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기관으로, 면역 세포 중 하나인 ‘T세포’의 성장과 훈련을 담당한다. 면역 세포들을 가르치는 교관 역할인 셈이다.

골수에서 만들어진 T세포는 미성숙한 상태로 흉선으로 이동한다. 이때 T세포는 흉선에서 ‘자가 세포’, 즉 ‘나 자신의 세포’를 구별할 수 있도록 훈련을 받으며 완전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게 된다. 이때 자가 세포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T세포는 제거되는 것이 정상적인 프로세스다. 아군과 적군을 구별하지 못하는 군인에게 임무를 부여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또한, 흉선은 면역 기능에 영향을 주는 ‘티모신’ 등의 호르몬을 분비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이를 통해 면역 세포의 발달 및 활성화가 조절된다. 이런 식으로 면역 체계를 형성하는 데 기여한 흉선은 나이가 들면서 ‘노화’된다. 성인이 되면 대부분의 T세포가 필요한 훈련을 마치고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상태가 되므로 흉선의 크기와 기능이 줄어드는 것이다.

역할 미완성 상태에서 노화

캐나다 맥길 대학은 자가면역질환의 발생 원인을 ‘흉선’에서 찾아야 한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흉선은 어린 시절 면역 시스템을 구축하고 조절하는 역할을 맡는다. 그런데 그 임무를 완료하지 못한 채 노화돼 버림으로써, T세포의 훈련이 불완전한 상태로 남는다는 것이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T세포는 흉선에서 자가 세포를 구별하는 훈련을 받는다. 그런데 흉선이 너무 일찍 기능을 잃으면 ‘피아 구분을 하지 못하는 T세포’가 제거되지 못한 채 면역 임무에 투입될 수 있다. 이로 인해 T세포가 정상 조직을 공격하는 자가면역질환 발생 위험이 높아지는 것이다.

면역 세포 미성숙, 원인은 비타민 D 부족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는 원인으로, 맥길 대학 연구팀은 ‘비타민 D 부족’을 꼽았다. 어린 시절에 비타민 D가 충분히 공급되지 않으면, 흉선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채 기능 저하를 일으킨다는 이야기다. 연구를 주도한 맥길 대학 생리학과 교수 존 화이트는 “일찍 노화된 흉선으로 인해 면역 체계에 누출이 발생한다”라고 이야기했다.

맥길 대학 연구팀은 쥐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체내에서 비타민 D를 생성할 수 없는 쥐를 대상으로, 흉선과 면역 시스템에 어떤 영향이 있는지를 분석했다. 그 결과, 비타민 D 결핍 상태에서 T세포의 성숙 및 훈련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 연구가 쥐를 대상으로 이루어진 결과라는 점은 분명 한계가 있다. 하지만 흉선이라는 기관이 기능하는 방식은 인간에게서도 비슷하게 나타난다. 따라서 ‘비타민 D가 부족하면 흉선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할 수 있다’라는 결과는 보다 진중하게 받아들여야 할 필요가 있다.

비타민 D, 충분히 보충해야

지난 달, 성인들의 비타민 D 섭취가 부족하다는 통계가 발표된 바 있다. 심지어 통계에서 제시된 기준치는 국제적인 권장량에 비해 더 적은 양이었음에도, 우리나라 성인들은 3분의 1도 되지 않는 양만 섭취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성인들이 이러한데, 어린이들이라고 사정이 다르지 않을 것이다. 19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했을 때 비타민 D 섭취 비율은 29.4%였다. 이를 전 연령으로 확대하면 31.4%가 나온다. 비율이 조금 높아지기는 했으나, 여전히 권장량을 충분히 섭취하고 있다고는 보기 어렵다.

맥길 대학의 연구결과에서 주장하고 있는 것처럼, 어린 시절의 비타민 D 부족이 실제로 자가면역질환의 발병으로 이어지는지에 대해서는 보다 명확한 검증이 필요하다.

다만, 그 여부와 무관하게 면역 체계를 성장시키고 확립해야 하는 시기라는 점에서 어린 시절의 비타민 D 섭취는 성인들보다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보다 신뢰할 수 있는 섭취량 기준을 확인하여, 튼튼한 면역 체계를 가질 수 있도록 신경써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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