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보니] “인생 막걸리 찾으러 왔어요”⋯ 2030 몰린 막걸리엑스포

“지역에 숨어 있는 특색 있는 술을 찾기 위해 참여했습니다.”
“아이들 어린이집 보내고 나면 힘들잖아요. 집안일하다가 낮에 막걸리 한 잔 마시면 기분이 좋아요. 소주는 그 느낌을 못줘요.”
15일 오전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2026 대한민국 막걸리엑스포(MAXPO 2026)’ 행사장에는 장바구니와 시음잔을 든 관람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지평‧서울장수‧민주술도가‧낙천 등 전국 120여 개 양조장과 주류‧가공기술‧연관 기업이 한 자리에 모였다.
한국막걸리협회가 주최한 막스포는 올해로 5회째를 맞았다. 행사장 곳곳에서는 2030 관람객들이 다양한 지역 막걸리를 맛보고 비교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입구 오른쪽에 위치한 ‘같이양조장’ 부스에는 유독 긴 줄이 늘어섰다.
“납작복숭아 막걸리를 마셨을 때 과실 맛이 확연히 드러났어요. 참외‧미나리 맛은 참외 껍질에서 느껴지는 가벼운 향과 상큼한 느낌이 함께 들어서 독특했습니다.”
“‘한강’ 제품은 산미가 좋았습니다. 새콤달콤해서 디저트와 함께 먹어도 괜찮을 것 같아요.”
같이양조장의 막거리를 맛본 관람객들의 평이다.
같이양조장은 합정역 인근에 자리한 양조장으로, 현장 투어와 막걸리 만들기 체험 등 참여형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최우택 같이양조장 대표는 관람객들에게 인기를 끄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는 납작복숭아, 리치, 우베 등 유행하는 맛을 활용합니다. 그래서 관람객들이 호기심에 제품을 접하고, 이후 다른 전통주도 찾게 됩니다.”

행사 첫날에는 뉴뱅 부스 앞 줄이 가장 길었다. 뉴뱅은 전통 막걸리 스타일에서 벗어나 현대적인 기법을 가미한 제품으로 관람객들의 관심을 끌었다. 뉴뱅은 ‘새로운’을 뜻하는 ‘NEW’와 프랑스어로 와인을 의미하는 ‘Vin’을 합쳐 만든 이름이다.
“뉴뱅의 ‘라이스 그레이프’는 상큼하면서도 인위적인 단맛이 없어서 마음에 들었어요.” 한 관람객의 평가다.
전하루 뉴뱅 대표는 “우리 제품은 삼광미(최고 품질 벼)를 베이스로 과일을 발효해 만든 라이트 와인”이라며 “깔끔한 목넘김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참가자들은 취재 기자에게 직접 부스를 추천하기도 했다. 김성동‧박민서씨 부부는 우리예술 부스를 가리키며 “너무 달지 않고 감미료 맛이 적다”고 말했다.
우리예술은 오예준‧백재민‧구동욱 대표가 2022년 종로에서 시작한 양조 브랜드다. 양조장 투어를 비롯해 워크샵, 클래스 등 체험형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이 부스에서 눈길을 끈 제품은 ‘싸우지막’이었다. 동업 과정에서 ‘그만 싸우자’는 의미를 담아 만든 술이며, ‘고수는 참외(참회)하고 먼저 사과한다’는 문구도 함께 적혀 있었다.

박람회에 참여한 양조장들의 사연도 다양했다. 전남 고성에서 올라온 정승환 향기품은수울섬 대표는 박람회 참여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이번 행사에서는 파는 게 목적이 아니에요. 제가 설명한 맛과 여러 소비자들이 직접 마셔보고 느끼는 평가가 비슷한지를 공유해 보는 거죠. 그게 술 만든 사람과 먹는 사람의 공감대라고 생각합니다.”
정 대표는 어머니와 할머니가 60년간 술을 빚어온 노하우를 활용해 탁주와 전통소주를 만들고 있다. 증류주는 옹기에서 1년간 숙성시키는 등 “보약 만든다는 마음으로 술을 빚는다”고 말했다.
같이양조장의 최우택 대표는 올해로 막스포에 3회째 참가하고 있다. 그는 “온라인 판매를 하지 않는 양조장이 많다 보니 이런 행사를 계기로 다른 지역 소비자들과 관계를 맺게 된다”며 “이후 발주로 이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인스타그램 등 SNS 후기가 올라오면 홍보효과도 분명히 있다”고 덧붙였다.

이지아 한국막걸리협회 사무국장은 이번 행사에서 젊은 세대를 끌어들이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최근 젊은 세대가 술을 자제하는 ‘소버 큐리어스’ 문화가 확산하면서, 올해 행사에서는 구매력을 키우기 위한 소비 쿠폰을 별도로 마련했다.
또 ‘맥주 양조가의 시선으로 바라본 막걸리 페어링’과 ‘막걸리 빚기 체험’, 세미나 등 이색 이벤트도 운영한다.
이지아 사무국장은 주류 업계가 하락세인 상황에서 박람회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런 행사들은 입점 기회가 적은 농업법인이나 소규모 양조장들이 제품을 알리고 판매까지 이어갈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한편 둥글게 모여 막걸리를 나눠 마시는 관람객들의 모습은 행사장 분위기를 더욱 편안하게 만들었다. 관람객 김미영 씨는 “모르는 사람끼리도 서로 안주를 나눠 먹고, 경험했던 부스를 추천해주는 재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프리시음회와 칵테일만들기, 릴스 공모전 등 참여형 프로그램과 바이어 유통상담회‧세미나 등 B2B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된다. 주류와 함께 닭강정, 오코노미야끼, 소시지볶음 등 다양한 안주거리도 준비됐다.
행사 마지막 날인 17일에는 방문객이 직접 우수 제품을 선정하는 ‘막걸리왕 어워즈’도 열린다.
김명근 기자 meang@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