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엔비디아·애플 다 잃어”…이재용, 노조 사태 등판 이유는

이광영 기자 2026. 5. 16.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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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노조 총파업 우려가 커지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DS부문 사장단이 잇따라 사과와 대화 요청에 나섰다. 엔비디아와 애플 등 글로벌 고객사들이 공급 차질 가능성을 우려하며 경고성 메시지를 보내자 사측이 위기 대응에 나선 것이다. 강경 투쟁 방침을 고수하던 노조도 수주 리스크 현실화를 의식해 교섭 재개로 방향을 틀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6일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로 귀국하며 노사 문제와 관련 "전세계 고객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 뉴스1

16일 삼성전자 내부와 노조 관계자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엔비디아와 애플 등 글로벌 빅테크 고객사로부터 노조 파업과 관련한 문의와 수주 취소 가능성을 포함한 경고성 연락을 받고 있다. 일부 고객사는 파업 시 공급 안정성과 품질 저하를 우려하며 구체적인 기준 제시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부회장)은 이와 관련해 5월 15일 오후 평택캠퍼스에서 최승호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 위원장을 만나 주요 고객사로부터 연락이 오고 있는 현 상황을 직접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 부회장은 파업 강행 시 글로벌 빅테크들과의 신뢰 관계가 깨질 수 있다는 점을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최 위원장은 14일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내부에서 엔비디아가 파업 기간 중 생산한 제품을 받지 않겠다고 한 내용이 돌고 있다"며 품질 테스트 과정에서 물량 차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13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삼성전자 노조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 2차 심문을 마치고 나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뉴스1

이처럼 수주 리스크가 현실화하자 이재용 회장은 일본 출장 일정을 변경해 16일 오후 급거 귀국했다. 이 회장은 귀국길에서 "저희 회사 내부 문제로 불안과 심려를 끼쳐드린 점 세계 고객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 회장이 대국민 사과에 나선 것은 2020년 이후 6년 만이다. 이 회장은 "매서운 비바람은 제가 맞고 다 제 탓으로 돌리겠다"며 "노동조합 여러분, 삼성 가족 여러분 우리는 한 몸 한 가족이다. 지금은 지혜롭게 힘을 모아 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때"라며 통합을 호소했다.

전 부회장을 포함한 DS부문 사장단은 15일 평택 노조 사무실을 직접 찾아 "파업 상황이 심히 우려된다"며 협상을 위한 대화 재개를 거듭 요청했다. 경영진에 이어 총수까지 연이어 사과에 나선 배경에는 고객사 이탈이 영구적 시장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파업 끝날 때까지 사측과 추가 대화 없이 투쟁을 강행하겠다던 노조 측도 글로벌 고객사들의 수주 철회 리스크를 통감하고 강경 기조를 선회한 것으로 파악된다. 노조는 사측의 대화 요청과 교섭대표 교체 제안을 수용하며 협상 테이블 복귀를 결정했다.

최 위원장은 16일 오후 조합원 내부 공지를 통해 사측 교섭대표가 여명구 DS부문 피플팀장으로 교체된 사실을 알리며 오후 4시 이후 사전 미팅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최 위원장은 "함께 갈 수 있도록 이번 교섭부터 노력해주면 좋겠다는 입장으로 전달드린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노사는 16일 오후 사전 회동에 이어 18일 오전 10시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사후조정 교섭을 재개한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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