⑥ 9골 차의 잔혹사, 48개국 출전 2026 월드컵에서도 ‘참사’?[아하! 월드컵]

월드컵은 각 대륙별 치열한 지역 예선을 통과한 ‘축구 엘리트’들의 경쟁 무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력 격차가 극명하게 드러나며 역사에 박제되는 ‘참사 경기’들이 존재한다. 역대 월드컵에서 가장 큰 점수 차는 무려 9골 차다. 축구 역사상 총 세 차례의 ‘9골 차’ 경기가 있었는데, 그 첫 번째 기록의 희생양이 바로 대한민국이었다.
한국 축구는 역사상 처음으로 본선 무대를 밟았던 1954년 스위스 월드컵에서 헝가리를 만나 0-9로 패했다. 당시 전설적인 공격수 페렌츠 푸스카스가 이끌던 헝가리는 전 세계 축구를 공포에 떨게 했던 최강 우승 후보였다. 푸스카스는 한국전에서 2골을 넣었다. 전쟁의 폐허 속에서 제대로 된 유니폼조차 없이 훈련하다 경기 직전 겨우 스위스에 도착했던 한국 대표팀으로서는 도저히 넘을 수 없는 벽이었다. 9점 차 패배는 20년 뒤인 1974년 서독 월드컵에서도 재현됐는데, 당시 유고슬라비아가 아프리카의 자이르(현 콩고민주공화국)를 상대로 9-0 대승을 거두며 역대 최다 점수 차 타이 기록을 세웠다.
가장 눈길을 끄는 기록은 1982년 스페인 월드컵에서 나왔다. 헝가리가 엘살바도르를 상대로 10-1이라는 스코어를 기록한 것이다. 앞선 두 경기가 실점 없이 ‘9-0’으로 끝난 것과 달리, 이 경기는 엘살바도르가 한 골을 만회하면서 월드컵 역사상 유일무이한 ‘두 자릿수 팀 득점’ 경기이자 역대 세 번째 9골 차 경기로 기록에 남게 됐다. 헝가리가 두 번이나 최다 골차 승리 대기록을 썼다.

최근 월드컵에서는 축구 변방국들의 상향 평준화와 끈끈한 수비 전술 덕분에 압도적인 대량 실점 경기가 쉽게 나오지 않는 추세다. 가장 최근의 대승 사례로는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독일이 사우디아라비아를 8-0으로 완파한 경기와,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포르투갈이 북한을 7-0으로 꺾은 경기가 손에 꼽힌다.
이번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는 48개국으로 문호가 넓어져 전력이 약한 국가들도 적지 않게 본선 무대를 밟았다. 이들은 반란을 꿈꾸며 강호들과 맞서겠지만, 월드컵 무대의 혹독함 또한 경험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양승남 기자 ysn9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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