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km시승기] 볼보 S90 리차지...고급스럽지만 사치스럽지 않다

볼보는 전동화 트렌드 속 물 만난 고기와 같다. 그들의 약점이었던 2.0 터보 가솔린 단일 파워트레인을 혁신적으로 개선할 방법으로 전동화를 빠르게 접목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모든 이들이 전기차를 구매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다. 장거리 주행이 극도로 많은 경우나 주변 환경에 충전 인프라가 부족한 경우가 그 예시다.


전기차의 특성상 높은 가격대일 수밖에 없다. 엇비슷한 가격대의 내연차에 비해 떨어지는 고급감이 발목을 잡는다. 프리미엄 브랜드의 고객들은 이같은 이유로 마음에 드는 전기차가 없어 구매를 꺼려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 점에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는 좋은 대안이다. 전기차의 이점과 내연기관의 장점을 모두 잡았다. 볼보 S90 리차지가 아주 좋은 예시라고 할 수 있다.

볼보의 디자인은 매력적이다. 단단해 보이고 알찬 모습이다. 얼핏 봐서는 그저 단순하다고 생각되는 형태와 그래픽에도 디테일이 깊이 숨어들어 있다. 심플해 보이지만 꼼꼼한 스웨덴의 감성과 닮았다. 단정한 네모 형상의 그릴은 세로형 패턴에 크롬으로 빼곡히 둘러 플래그십 다운 면모를 보인다.

시승차는 롱바디 사양이라 허리가 길어 늘씬한 모습이다. 전륜구동을 기반으로 했지만 프런트 오버행을 줄이고 프레지던트 디스턴트(캐빈과 프런트 휠의 거리)를 꽤나 길게 뽑아내 후륜구동 같은 비례를 보인다.


2열의 도어의 길이가 상당해 승객을 위한차라는 인상이 강하게 든다. 기존 세단 모델의 허리를 길게 늘였지만 루프라인을 매끈하게 다듬어 어색해 보이지 않는다.

후면은 볼보의 세단 라인업 디자인의 특징인 ‘ㄷ’자 형태의 램프에 별다른 장식 없이 굵은 선을 여러 번 그어 볼륨감과 입체감을 더해 자칫하면 부해 보일 수 있는 후면에 디테일을 더했다.


범퍼 하단 머플러팁을 삭제하고 크롬라인으로 이어 친환경 차량임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실내에 들어서면 부드럽고 고급스러운 가죽이 돋보인다. 전체 차종과 공용하는 버튼류와 디스플레이 같은 인테리어 요소는 프리미엄 치고는 다소 아쉽지만 디자인이 훌륭해 ‘급이 떨어진다’는 느낌과는 거리가 멀다. 실내는 블랙을 기본으로 베이지 톤의 가죽이 감싸져 있다. 화사하지만 너무 밝지 않아 부담스러운 컬러와는 거리가 멀다.  크리스탈 기어노브는 조명이 적용돼 밤에 화려한 분위기를 낸다.


시승차는 실내를 베이지 나파가죽을 기본으로 리얼우드를 적용했다. 따뜻하고 안락한 ‘고급 라운지’같은 분위기를 보여준다. 블랙 하이글로시와 메탈 그레인을 적절하게 적용해 모던한 느낌이 난다.

SKT와 협력해 개발한 T맵 오토를 지원하는 볼보의 9인치 세로형 디스플레이는 빠른 터치 반응과 좋은 해상도가 장점이다. 계기판과 연동되는 내비게이션 또한 운전 편의성을 높여준다.


계기판은 12.3인치 디지털 디스플레이로 필요한 정보를 전달한다. 순간연비, 주행보조시스템의 상세한 작동상황 등을 알 수 없는 점이 아쉽다. 전체적인 UX/UI에서 사용자가 접근할 수 있는 정보량 자체가 제한적이다.


T맵 오토가 계기판과 연동되는 기능은 편리하나, 제한속도가 HUD나 계기판에 뜨지 않는다. 센터 디스플레이에서만 확인이 가능한점은 불편하다.

2023년에 재떨이가 달린 신차라니...남다르다

마사지, 메모리 시트를 지원하는 1열 시트는 푹신하지 않지만 인체공학적 설계로 편안한 착좌감을 제공한다. 롱보디로 늘어난 레그룸이 돋보이는 2열 공간은 충분히 의전용으로 쓸법하다.


다만 플랫폼의 설계상 차체 중앙에 배터리가 위치하다보니 센터터널이 높게 솓아 실질적으로 4인이 탑승하는것이 적절해보인다.

바워스앤 윌킨스 스피커는 S90에 총 19개가 장착되어 있다. 전용 방음 설계와 차체를 울림통으로 설계한 조율 덕에 압도적인 음향 성능을 제공한다. 음량을 꽤나 높여도 귀가 아프지 않을 정도로 깨끗하고 힘 있는 음질에 시승 내내 연신 감탄을 내뱉었다.


통상적으로 음질이 좋아야 더 높은 음량으로 들을수 있다. 섬세한 소리 하나하나까지 그대로 전달되는것은 좋은 스피커의 매력이다.

2.0L 가솔린 터보는 317마력을 낸다. 여기에 18.8kWh 배터리와 총합 145마력의 전기모터시스템이 결합되어 시스템 총 출력은 무려 455마력에 달한다.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4.8초면 가속한다. 전기모터만으로 60km를 주행할 수 있다 보니 실질적인 출퇴근 환경에서는 전기차처럼 운행할 수 있는 셈이다.


전기만 사용하는 퓨어 모드에서는 오로지 뒷바퀴에 위치한 모터만을 작동시키는데 슬립을 감지할 때만 전륜을 개입시키는 형태다. 차체 중앙에 별다른 드라이브샤프트 없이 모터를 기반으로 사륜구동을 구현한 점은 토요타 E-four와 유사한 개념이다.


짧은 시간동안 약 1천 km를 시승하면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적극적으로 사용하자 평균연비는 18km/L대를 기록했다. 워낙 장거리 주행을 계속하다보니 전기모드 주행을 길게 유지하기는 어려웠지만 일반적인 환경에서는 충분히 더 좋은 연비를 볼수 있을것으로 보인다.

시승하면서도 돋보인 것은 조용한 파워 트레인이다. 올해 초 시승했던 XC60 마일드 하이브리드와 다르게 전기 모터의 개입이 상당히 적극적인 편이라 엔진의 불쾌한 소음이나 진동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악셀 페달을 끝까지 밟고 나서야 엔진의 존재감을 느낄 정도였다. 고출력임에도 맹렬함보다는 안정적이고 정적인 느낌이 강했다.

일상적인 영역에서는 충분히 조용하고 부드럽다. 여기에 힘 있는 발진 성능을 보여주면서 속도를 높여 가속을 이어가도 차고 넘치는 충분한 출력을 자랑한다. 그에 맞춰 안정적인 주행감각으로 고속 안정성도 상당히 좋은 편이다. 이런 넘치는 출력 덕분에 순식간에 최고 속도에 도달한다. 180km/h에서 제한된 최고속도로인해 김이 금세 빠지는감이 있다.

리어에 적용된 에어 서스펜션은 군계일학이다. 덕분에 승차감이 상당히 좋다. 비가 많이 온 직후라 노면 상태가 좋지 않았음에도 부드럽게 요철을 타고 넘으며 운전자에게 적당한 피드백만을 전달하는 선에 그친다.

단연 최고라 말할 수 있는 음향 시스템과 그동안의 볼보 내연기관 파워 트레인에 대한 선입견을 완벽하게 부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리차지 시스템은 감동적이었다.

고급스럽지만 사치스럽지 않고 부드럽지만 탄탄한 S90은 마치 두얼굴을 가진 신사와 같았다. 볼보가 미래의 플래그쉽을 어떤 식으로 대하는지 제대로 느낄수 있는 모델이었다. 유일한 단점은 다소 높은 가격으로 경쟁 프리미엄 브랜드와 직접적인 비교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는 점.


하지만 볼보만의 안전철학, 수준 높은 디자인을 기본으로 매력적인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파워 트레인으로 완벽해졌다. S90 리차지는 완전한 전기차의 시대 직전에 볼보만의 프리미엄 감성을 누릴 수 있는 완벽한 대안이다.


한 줄 평

장점 : 후륜 에어서스펜션의 탁월한 승차감, 정숙하고 힘좋은 파워트레인

단점 : 전륜구동 기반인데 높은 2열 센터터널


김태현 에디터 th.kim@carguy.kr

볼보 S90 T8 리차지

엔진

2.0 가솔린 터보

변속기

8단 자동

구동방식

사륜구동

전장

5,090mm

전폭

1,880mm

전고

1,445mm

축거

3,060mm

공차중량

2,140kg

엔진출력

317마력

전기모터출력

145.4마력

시스템총출력

455마력

최대토크

40.8kg.m(모터: 31.5kg.m)

복합연비

11.9km/L

시승차 가격

8740만원

Copyright © 카가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