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방학인데 홀로 남은 학생과 선생, 어떤 일이?

▲ 영화 <바튼 아카데미> ⓒ 유니버설 픽쳐스

[양기자의 영화영수증 #860] <바튼 아카데미> (The Holdovers, 2023)

글 : 양미르 에디터

오는 3월 열리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남우주연상(폴 지아마티), 여우조연상(더바인 조이 랜돌프), 각본상, 편집상 후보에 이름을 올린 영화, <바튼 아카데미>는 1970년 12월, 뉴잉글랜드의 명문 사립학교인 '바튼 아카데미'를 배경으로 한다.

이곳의 역사 선생님 '폴 허넘'(폴 지아마티)은 과거 '바튼 아카데미'의 장학생 출신인데, 괴팍하고 고집스러운 성격 탓에 학생은 물론 동료 교직원들도 그를 썩 좋지 않아 한다.

그는 학교의 중요한 기부자인 상원의원의 아들을 낙제한 대가로 인해, '허넘'의 옛 제자이자 교장인 '우드럽'(앤드류 가먼)에게 불려져, 크리스마스 연휴 동안 갈 곳 없는 학생들을 돌보는 일을 떠맡게 된다.

학교에 남은 학생 중에는 똑똑한 머리를 지녔지만, 마음의 상처가 많은 2학년 문제아 학생 '앵거스 털리'(도미닉 세사)가 있었다.

'털리'는 크리스마스를 맞아 가족들과 함께 세인트키츠에 갈 생각에 들떴지만, 계획이 무산되고 모두가 떠난 학교에 남게 된다.

'폴'은 '털리'를 포함한 5명의 아이에게 공부와 운동을 강요했고, 방학 기간에 운영하지 않는 기숙사 대신 양호실에 지내야 했던 아이들은 화가 난다.

6일 후, 학생 중 부유한 한 아버지가 헬리콥터를 타고 나타나, 부모님의 허락하에 학생들 모두를 가족 스키 여행에 데려가겠다고 제안한다.

하지만 '털리'는 부모의 연락을 받지 못했고, 학교에 남는 신세가 된다.

한편, 학교에는 주방장으로, 매일 300명 가까이 되는 이들의 식사를 책임진 '메리 램'(더바인 조이 랜돌프)도 남아 있었다.

그의 외동아들 '커티스'는 '바튼 아카데미' 출신이었는데, 대학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입대를 했으나 베트남 전쟁에서 전사하고 만다.

처음으로 혼자서 맞이하는 크리스마스 연휴, 여전히 깊은 슬픔에 잠겨 있던 '메리'는 마지막으로 아들과 함께 했던 장소인 학교에 머물기로 선택한다.

<바튼 아카데미>는 고등학교 학생회장 선거를 다룬 블랙코미디 <일렉션>(1999년), 은퇴한 노인의 심리를 세밀하게 다룬 <어바웃 슈미트>(2002년), 폴 지아마티와 협업해 아카데미 각색상을 받은 <사이드웨이>(2004년) 등 현시대에 대한 풍자와 인간의 일상적인 삶을 조명하는 재기 넘치는 작품을 만들어 온 알렉산더 페인 감독의 신작이다.

그의 블랙코미디 정신은 인구의 폭발적 증가로 인한 환경 오염을 막고자 '사람을 축소하는 기술'이 발전한 가상의 근미래에서, 주인공의 정체성을 찾는 이야기를 담은 <다운사이징>(2017년)으로도 이어졌었다.

물론, 인종의 경제적 스테레오 타입, 난민 문제, 인권 유린 등 각종 이슈를 곁가지로 넣다 보니 영화가 너무나 하고 싶었던 말이 많았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그런 그가 1970년과 1971년 사이, 크리스마스 방학에 남겨진 이들의 이야기를 다룬 <바튼 아카데미>로 돌아온 것은 흥미로웠다.

동시대, 혹은 상상력의 시대를 주로 다룬 그가 '시대극'에 처음 도전한 것.

일례로, 나즈막히 지직거리는 오디오(당시 영화에 사용했던 아날로그 녹음 기술을 차용했다), 채도를 낮춘 색감(당시 사용했던 카메라 렌즈를 도입했다), 그 시절 'TV 영화'에서 볼법한 1.66:1의 화면 비율이나 화면 구도, 당시의 '유니버설 픽쳐스' 스튜디오 로고는 관객의 향수를 자극한다.

1970년에 개봉해 전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킨 로맨스 영화 <러브스토리>을 떠올려 본다면, 이런 향수에 공감할 관객이 있겠다.

하지만 알렉산더 페인 감독은 단순히 1970년을 배경으로 한 영화를 만든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스스로 1970년에 영화를 만들고 있는 감독이라고 속이며 영화를 만들었다"라고 했다.

물론, 1970년대를 성공적으로 스크린으로 구현하는 데 성공했지만, 알렉산더 페인 감독은 정확히 '크리스마스 명절'을 겨냥한 작품임을 숨기지 않는다.

가족이 아니더라도, 심지어 관계가 '껄끄러운' 사람들일지라도, 어느 순간 서로의 소중함을 알게 되는 순간이 올 것이며, 그 순간을 어떻게 간직할 것인가를 영화는 은연중에 제시한다.

특히 <바튼 아카데미>는 과거 아카데미에서 각본상을 받은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1989년)와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결로 관객을 찾는다.

엄격한 교칙과는 반대되는 모습을 보여준 교사 '존 키팅'(로빈 윌리엄스)과 융통성은 없는 원칙주의자 '폴 허넘'은 달라 보이지만(두 교사 모두 학부모의 거센 '클레임'을 받는다), 결국 학생을 올바로 이끌려는 공통점을 지닌 인물이었다.

'참된 스승'을 요구당하는 작금의 시대에서, <바튼 아카데미>가 <죽은 시인의 사회>, <굿 윌 헌팅>(1997년)에 이어 선생과 제자의 관계를 담은 아카데미 각본상 수상작의 계보를 이어갈지 궁금해진다.

2024/02/14 CGV 강변

바튼 아카데미
감독
알렉산더 페인
출연
폴 지아마티, 도미닉 세사, 다바인 조이 랜돌프, 캐리 프레스턴, 브래디 헤프너, 이안 돌리, 짐 캐플런, 마이클 프로보스트, 앤드류 가먼, 테이트 도노반, 데이빗 해밍슨, 빌 블록, 데이빗 해밍슨, 마크 존슨, 마크 오튼, 에이길 브릴드, 케빈 텐트, 수전 숍메이커
평점
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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